오늘은 8월 8일. 8월 8일이다. 나에겐 눈 사람이 두 명이나 들어있는 귀여운 날짜. 중국인들에겐 행운의 날짜.
그리고 입추이다. 입추라니. 며칠 전에는 회사에서 2024년 시즌물 배송 연락을 받았다. 오래전부터 나의 꿈은 2023년 퇴사였는데, 그 꿈 참으로 덧없어라.
지난하고 고단한 밥벌이의 나날들. 며칠 전 친구가 부자가 되고 싶으면 ‘내가 생각하는 부자‘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는 전문가의 강의 내용을 전해줬다.
부자. 15년 전 한 프랜차이즈 사장님과 일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사장님은 정말이지 부우우우우우우자 이셔서 집에 돔페리뇽 창고가 있었고, 그때 당시 무려 한 개피(개피에 주목)에 9천 원짜리 담배를 태우셨었다. 와 이 사장님은 정말 돈을 불로 태우네.라고 생각했던 기억과 유독 그 사장님은 ’아 집에 가기 싫다. 집에 가기 싫지 않아요?‘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는 기억이 있다.
’이 봐. 저렇게 부우우우우우우자인 사장님도 일상이 외롭고 행복하지 않은 거 봐봐! 돈 다 필요 없어~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고오~~‘라고 동료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아주 따스하고 애처롭게 위로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위로엔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 우린 잘 알고 있다.
앗. 우리 신랑의 텔레파시가 들리네. ’ 정신 차려 박쿠쿠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잠을 설쳤다.
새벽 한 시반쯤 아기가 코피가 흐르는 것 같다며 나를 깨웠고(맺혀는 있었음), 두시쯤엔 목이 마르다며, 떠다 놓은 자리끼를 주었더니, 물이 식었다며. (참을 인 세 번) 세시쯤부터는 모기가 문 것 같다고 무릎과 발목을 벅벅벅. 뒹굴뒹굴. 벅벅 벅벅.
결국 “아가! 긁으면 더 간지러워!”라고 이야기를 해버렸다. 불을 켜서 물린 곳을 확인하고 약상자 속 버물리를 꺼내 아이에게 발라줄 친절이 새벽 세 시의 나에게는 없었다. 역시 친절과 배려는 체력과 돈(힝…)에서 시작된다는 옛 말씀 틀린 게 하나 없네.
’아가! 긁으면 더 간지러워!‘라는 새벽 세시 나의 목소리가 아직까지 내 옆에 앉아 나를 괴롭힌다. 참아주는 엄마가 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 아기의 뽀뽀를 받으며 출근을 하는 내 뒤통수가 참 겸연쩍었을 것이다.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