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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나는 주머니 Oct 13. 2023

출근길 아무 말 대잔치 7.

6년 만에 하루키 선생님의 장편소설이 나왔다. 소설의 내용은 나에게 전혀 중요치 않다. 74세의 하루키가 또 한 편의 장편소설을 썼고, 그 소설을 38살의 내가 읽을 수 있다는 행위가 기쁨의 전부다. 하루키의 시대가 저물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나의 삶에는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선생님께서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가을이 신발끈을 고쳐 매고 출발선에 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 일출 등산을 가는데, 한 여름 5시에도 환하던 해가 5시 30분이 지나도 깜깜무소식이다. 산 중턱의 찬바람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고 지난주까지 가열하게 울던 매미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아 꿈결 같다. “조선의 가을 하늘을 네모 다섯 모로 접어서 편지에 넣어 보내고 싶다”라는 소설가 펄벅의 말이 생각난다. 정말로 공활한 가을하늘.

올해 마지막 콩국수를 먹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콩국에는 소금이지. 아쉽게도 설탕파를 아직은 만나지 못했다. 설탕파와 친구를 맺고 친구 맺은 기념으로 설탕 콩국수를 딱 한 입만 먹어보고 싶다. 한 입 이상은 곤란해. 소금과의 의리야.

산에서 내려오며 화사의 신곡을 들었더니 핫핑크 양말을 신고 춤을 추고 싶어졌다. 이왕이면 핫핑크 스웻셔츠에 초록색 힐까지 신으면 좋겠지. 그 셋 중에 하나도 없다는 게 내가 춤을 못 추는 이유다. 화사가 개의치 않고 지금과 같기를 응원한다. 당신의 노래를 들으면 핫핑크 양말을 신고 춤을 추고 싶어지는 사람이 여기에 있어. 당신 덕에 오늘 나의 기분은 핫핑크 양말이야. 넘치는 파이팅을 보내며. 근데 왜 내 유튜브뮤직 알고리즘에는 화사 다음에 루시드폴 고등어인 것이냐, 아 이 말씀입니다. 출근길, 항상 버스정류장 도착 50미터를 앞두고 버스가 도착한다. 버스를 향해 열심히 달리지만 버스를 탈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나는 매번 최선을 다하여 버스를 향해 달린다. 달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에게 하루는 그런 것이다. 오늘은 성공을 했다. 그리하여 오늘 나의 기분은 핫핑크 양말 기분.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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