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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르가 그렇듯, 아무 능력 없는 평범한 캐릭터라고 해도 남들과 다른 특별한 점이 하나는 존재한다.
여성향에서는 ‘흔녀’라고 자칭하지만, 주변 남자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매력 정도는 가진 것으로 나오고 남성향에서는 주인공이 서양인급 대물 소유자인 것을 마치 기본 설정인 것처럼 나온다.
이렇듯, 성인 만화의 평범한 주인공은 현실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절대 평범하지 않으며 만화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평범한 축에 끼는 능력을 장기 삼아 이야기를 끌고 간다.
아무 능력 없는, 평범한 주인공이라는 설정을 채용했을 때의 장점은 ‘작품성’을 논할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의 비중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성관계는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처음에는 무기였다가 나중에는 보상의 개념으로 뒤따라온다. 로맨스에서 성인물 다운 묘사가 추가된 셈이다. 청소년관람불가가 제한이 걸린 대중영화처럼 말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이야기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액션 모험 판타지 영화를 보러 갔더니 로맨스만 줄곧 나오는 것과 같다. 단점이기도 하니 처음에는 성인 만화답게 성관계나 야한 장면의 비중을 높이고 점차 이야기의 비중을 높이는 걸 권한다.
이야기의 비중을 높이는 걸 권하는 이유는, 능력 없는 주인공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에 비해 제한되는 것이 많아 자극이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성관계에 힘을 실으면 효율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평범한 주인공은 이야기에 힘을 실어야 한다. 성관계를 통해 상사의 마음에 들어가 업무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성공 가도를 걷기 시작한다든지, 국민 연예인과 잠자리를 통해 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린다든지, 잠자리 한 번으로 밑바닥이었던 주인공의 입장이 끊임없이 성장해 가는 ‘이야기’가 보편적이다.
평범한 주인공의 이야기는 평범한 만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고 독자로서도 몰입하기 쉽다. 자극이 적지만, 안정적인 맛이 있다. 주야장천 남자나 여자를 컬렉션처럼 사냥하고 다니며 특수능력으로 대다수의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자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과는 다르게 안정적인 맛을 제공한다.
이 말을 쉽게 하자면, 작품 연재 초반에는 유입이 적지만 빠져나가는 인원이 적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자극이 약하더라도 등장인물 간의 이야기, 주인공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독자는 본다. 로맨스에서 성관계가 추가된 개념, 성관계가 자주 등장하는 외국 드라마의 느낌으로 생각하자.
아래의 소목차들은 평범해 보이는 주인공의 설정. 즉, 이 정도면 특별한 ‘능력’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것들을 어떻게 에피소드에 녹여내는지를 설명한다.
① 남과 비교할 수 없는 매력
앞서 말했던 모든 성인 만화에서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설정을 말한다.
여성향일 경우, 독자가 볼 때는 누가 봐도 매력적인 주인공인데, 작중 설정으로는 흔녀이다. 남자들에게는 묘한 매력이 있어서 볼수록 빠져든다.
작중 여성 등장인물들은 왜 저런 애(주인공)가 남자들에게 인기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건 여자이기 때문이다. 여자가 여자를 볼 때랑 남자가 여자를 볼 때의 감상은 당연히 다르다.
남자가 주인공을 볼 때, 연예인이나 퀸카보단 외모가 떨어져도 그들에게는 없는 매력 포인트가 있어서 빠져든다. 이러한 부분이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
화면이나 글로 접하는 독자는 서로 반대 성별의 감상까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행동하길 바랄 뿐이고 장르 문학과 다르게 수지타산과 이익을 따지지 않는 성인 만화에선 어느 정도의 억지를 용납하며 작중 인물의 행동을 그래, 그렇구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고 이해한다.
사랑에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성인 만화는 사랑을 다루는 만화다.
흔녀 설정은 보통 이런 식의 전개다.
직장이나 학교, 그 외 소속된 단체에서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던 여성이 사회적 지위나 권위를 가진 남성과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취미가 맞아 말이 통해 친해진다.
잘 나가던 남성이 주인공에게 관심을 가지니, 그 주변 친구들도 흔녀에게 관심이 생긴다. 안 어울리는 조합이니 이래저래 이야기도 하고 남자 여럿에 여자 혼자 여행도 같이 간다. 그러다 보니 다른 남자들도 흔녀 속성의 주인공이 가진 독특한 매력에 빠진다.
여성향은 대개 이런 식이다. 여성향 남성향이라고 차이를 구분해 놓았지만, 사실 성별만 바꾸면 전개에서 차이는 없다.
남성향에서는 여성향의 볼수록 매력이라는 설정을 ‘대물’로 바꾼다.
어딜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스펙에 꾸미면 멋있을 남자 주인공. 이야기의 전개는 대물을 여자가 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연히 지하철에서 엉덩이와 샅이 닿았다든지, 동해 워크숍 도중에 발기한 게 튀어나왔다든지, 술을 쏟거나 술자리를 이용했든 방법은 많다.
저걸 빨면 턱이 나가겠는데? 저게 안으로 들어가면 내 욕구가 해소될까? 미쳤어. 내가 저 남자랑 왜 해? 하면서 흥미가 깊어진다.
이후 관계는 남자 주인공의 소극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자신의 대물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모르는 찐따가 여자에게 잡아 먹히는 그림인 걸 권한다.
발기된 주인공의 대물을 보고 여자가 성적흥분을 느끼며. 남자는 수동적인 히로인처럼 가만히 있고 여자가 능동적으로 움직여 절정을 맞이하고 주인공과 또 하고 싶다는 욕망에 빠지게 만든다.
이후 관계에서도 주인공은 자신의 대물이 여자를 울리는 무기라는 것을 깨닫는 건 나중으로 미루는 게 좋다.
너무 빨리 알아채고 주인공이 여자를 탐하는 사냥꾼이 되면 이야기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독자는 대물 외엔 평범한 주인공에게 몰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물을 무기 삼아 여자를 꼬시고 굴복시키고 ‘다니면’ 몰입감이 떨어진다.
현실에서 대물만으로 여자를 꼬시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개는 막바지에나 권한다.
② 밤 기술
밤 기술은 성관계에 행해지는 다양한 체위를 말한다. 이걸 주인공 설정으로 쓴다는 것은 알기 쉬운 천박한 표현을 빌리자면, ‘섹스 천재’라고 할 수 있다.
여성향이든, 남성향이든 이 설정은 공통으로 쓰일 수 있다.
방금 전까지 동정이었던 주인공이 본능적으로, 혹은 어디서 본 건 있어서 다양한 체위를 요령으로 해낸다. 여성향에선 여성 주인공이 다양한 체위를 스스로 터득해 남성을 사로잡는 다양한 쾌감을 선사하고 남성향에선 마찬가지로 G스팟이라 불리는 쾌감을 부르는 민감한 부위를 찔러 자극을 준다.
특별한 능력이 없는 평범한 주인공이 밤 기술이 뛰어나다는 설정은 일종의 성장형 스탯, 스킬 같은 것이다.
저번에 했을 때는 엉덩이를 흔들거나 성기를 쑤실 뿐인 주인공이 이번에는 서로를 만족시키는, 교감을 이루는 섹스를 한다.
이처럼 밤 기술이 뛰어나다는 설정은 등장인물이 서로의 욕구를 채울 뿐만이 아니라, 독자에게는 글과 그림으로 감성적인 자극을 주고 글 작가와 그림 작가의 디테일한 정성과 실력을 보여주는 설정이기도 하다.
아무리 정성을 들였다고 해도 정상위 후배위만 보고 싶어 하는 독자는 없다.
여성향에선 밤 기술이 뛰어난 주인공에게 남자가 집착하게 된다.
다른 여자와는 즐길 수 없는 체위와 눈으로 오는 만족감에 족쇄에 채워진 것처럼 잠자리를 갈구하게 된다. ‘제발 해줘’ 상태다.
그러나 여성향에선 관계를 맺는 게 주된 이야기가 아니다.
권위적인, 혹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가 여성에게 애원하듯 부탁하는 뉘앙스가 우선이다.
밤 기술 설정은 상대를 옭아매기 위한 장치로만 쓴다. 무기로 쓰는 순간 천박해진다.
그러나 남성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밤 기술이 뛰어난 설정은 무기가 될 수 있으며 천박함보다는 야성미와 남성적인 면모를 돋보이게 한다. 보통의 남자라면 힘과 체력이 달려 할 수 없는 체위를 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관계를 맺을수록 밤 기술이 더욱 능숙해져 여자를 인형처럼 다루게 된다.
평상시에는 서로 대등하거나 사회적 입지가 더 높았던 상대를 침대 위에서만 자신의 지배하에 두고 다루는 그림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여성향에서도 같다.
넌지시 항상 남을 지배하던 인물이 잠자리에서만 지배당하는 건 이색적인 경험이었다는 묘사가 더 해진다면, 밤 기술이 뛰어나다는 설정은 남녀관계를 더욱 끈끈한 관계로 만드는 장치가 될 수 있다.
특별한 능력이라 함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유일무이한 장치이다.
자극적인 전개로 연재 초반 독자수를 빠르게 늘릴 수 있지만, 능력을 이용할수록 서사와 디테일 부족하지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주인공 설정의 작품들은 초반 유입이 ‘대박’이라 할 정도로 상당하나, 갈수록 연독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능력 설정을 최대한 절제하여 필요한 순간에만 쓰면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완성도가 올라가는데, 이게 곧 작가의 실력이다.
실력 좋은 작가는 주인공의 특별한 능력을 최저한으로 이용하여 이야기의 설득력과 캐릭터의 매력을 높이고 실력이 모자란 작가는 주인공의 능력만을 활용하여 등장인물들을 섹스토이로 만들어 이야기를 쉽게 질리게 한다.
주인공이 특별한 능력을 지녔을 때의 가장 큰 장점은 패스트푸드점에서 땀도 안 흘리고 빠르게 식사하고 떠날 수 있는 것처럼, 빠르게 자극을 주고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독자들이 이 작품을 볼지 말지 결정하는 1화~5화 이내에서 능력을 활용해 다양한 성관계 장면을 넣을 수 있는 게 주인공만의 특별한 능력 설정이다.
앞서 말한 작가의 실력을 드러내는 건 이 이후이다. 1~5화 이내에는 MSG 팍팍 넣어 첫 숟가락부터 감칠맛이 폭발하는 그런 작품을 만드는 게 좋다. 능력 활용은 곧 미원첨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주인공만의 특별한 능력은 판타지 요소가 가미되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전개를 가능케 한다.
주인공에게 특별한 능력이 없는 작품은 상황이나 전개가 ‘현실’을 뛰어넘을 수가 없다.
전라로 직장이나 거리를 활보하거나 손에 꼽는 미남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마법 카메라 같은 것으로 스토킹, 투명 인간이 되어 샤워 중인 상대를 농락하거나 취침 중인 인물을 장난감처럼 다룰 수도 있으며 남탕에 여자가 들어간다든지, 일진이나 조폭처럼 거친 인물이 손만 대면 절정에 이르러 순한 양이 된다든지, 요컨대 능력자물의 핵심은 현실에서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걸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별한 능력을 활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3분 카레 조리법 수준의 서사를 넣는 걸 권한다.
인물과 인물 사이의 대화, 내적 심리묘사, 주변 사람들의 인물 평가 등을 말한다. 이 정도만 능력 활용 전에 집어넣으면 단짠단짠 수준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목차에서는 성인 만화에서 주인공들이 흔히 갖는 능력들을 소개하며 그걸 어떻게 다루는지를 설명한다.
① 최면
최면은 상대방의 정신을 어지럽혀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드는 환각 계통 능력으로 보통 표현된다.
동전 달린 목걸이를 좌우로 흔들어 최면을 거는 고전적인 방법이 있고 최면 어플이라 불리는 환각 증세를 일으키는 화면과 음향을 이용해 거는 방법도 있다.
최면을 다루는 작품들은 크게 세 가지 능력을 활용하는데, 각각 ‘암시’와 ‘인식 장애’, ‘트랜스 상태’다.
암시부터 쉽게 설명하자면 최면을 통해 암시를 걸어, 특정 행동을 취하면 대상이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갑자기 절정을 느낀다거나 진심을 말한다거나 화장실로 향하거나.
암시의 비슷한 예로는 비가 오면 파전이 생각나거나 치킨엔 맥주, 야식엔 라면 같은 것들이다.
인식 장애는 잘못된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보편적인 상식의 앞뒤를 바꿔놓아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신입사원이 왔으니 팀장과 하룻밤 보내는 걸 당연한 조직문화로 여기게 한다거나 남자 아이돌은 자신의 팬의 명령에 개처럼 복종하는 등,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오류를 일으키게 한다. 성적인 예시로 들면 밑도 끝도 없다.
마지막으로 트랜스 상태는 정신을 쏙 빼놓는 걸 말한다. 위에 설명한 암시와 인식 장애를 받아들이기 전의 상태이다. 트랜스 상태가 된 인물은 묻는 말에 대답하고 지시에 따르는 노예가 된다. 섹스토이가 되는데, 남발하면 재미가 없다. 반응이 있어야 재미가 가중된다.
최면 능력은 성인 만화에서 클리셰처럼 쓰이는데, 능력 자체를 얻는 건 가볍게 다룬다.
어떤 가난한 할아버지를 도와드렸더니 최면에 쓰이는 목걸이를 선물로 줬다던지,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는 도중에 나왔다거나 호기심에 최면 어플을 다운 받았는데 그게 천부적으로 타고난 주인공의 재능과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든지, 동기는 작품마다, 작가의 성향마다 다르다.
이후의 쓰임새는 대부분 트랜스 상태를 이용한 섹스토이로 시작한다. 학교나 학원, 회사나 특정 조직에서 주인공이 짝사랑하거나 미남미녀인데 성격은 쓰레기인 그런 이성을 자신의 장난감으로 삼아 욕구를 해소한다.
남성향은 섹스토이의 비중이 여성향보다 높은 편인데, 남성향은 자존심 강한 미녀를 노예처럼 다루는 것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여성향은 육체적인 만족보단 정신적인 만족을 높게 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랜스 상태를 이용한 전개는 여성향에선 적게 다루는 걸 권한다.
트랜스 상태를 충분히 다뤘다면 그 이후부터는 인식 장애다. 인식 장애는 잘못된 사실을 당연하게 여기게 함으로, 여기서부터 여성향의 비중이 올라간다. 인식 장애를 이용한 예시를 하나 쓰자면,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남성이 있으나 그 남성은 다른 여성과 연애 중일 때. 인식 장애를 걸어 둘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인식 장애를 통해 신입사원인 여주인공과 영화를 더 자주 본다든지, 단둘이서 여행 가는 걸 당연히 여기게 하고, 남자가 부모님께 받은 반지를 자신의 연인이 아닌 여주인공에게 주는 등이다.
주의할 건 최면을 걸었다고 여주인공이 모든 입장에서 승리했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몸은 지배하지만 마음은 얻질 못한 뉘앙스다.
남자는 여주인공이 없는 사이에 연인과 통화를 나누고 연인을 더 배려하는 자잘한 행동을 보인다. 최면을 걸어도 완전히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에 여주인공은 질투를 느끼며 남자를 성적으로 괴롭힌다. 회사 탕비실로 데려가서 성기를 괴롭히고 목덜미에 핥는 등이다.
암시는 이러한 과정 중에 틈틈이 사용한다. 암시는 일종의 속박주문이다. 보란 듯이 검지와 엄지를 동그랗게 말아 흔들면 남자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거친 숨을 몰아쉰다. 연인을 우선시하려 하면, 손뼉 소리로 트랜스 상태로 돌입시켜 자신의 말에 따르는 인형으로 만든다.
여성향에서는 최면의 능력을 남자와 관계를 맺는 것을 우선시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망가뜨리고 정신적인 성취감과 우월감을 느끼는 데 있다.
그에 반해 남성향은 앞서 말했다시피, 성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우선시한다.
본래라면 닿을 수 없는 여성을 강제로 취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주인공을 무시하고 핍박했던 여성에게 최면을 걸어, ‘여자는 남자의 임신하는 게 당연한 것’, ‘여자 아이돌은 매니저에게 처녀를 바치는 게 당연한 것.’ 등의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인식 장애를 일으켜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무너뜨린다.
② 성감 조작
성감 조작은 성인 만화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능력이다.
이름 그대로 상대의 성감을 조작하여 쉽게 흥분케 하는 능력으로, 디테일한 조작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성감을 0%부터 120%까지 제어할 수 있다고 표현하는 작품도 있고 게임 같이 D부터 A까지 존재하는 호감도가 있으며 A에 도달하면 항상 엄청난 쾌감을 가질 수 있다고 표현하는 작품도 있다.
대부분은 간단한 표현을 위해 전자의 방법을 쓰는 편이긴 하다.
성감 조작 능력의 활용은 최면과 비슷하다.
그러나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는데, 최면은 사람의 정신을 망가뜨리고 변화시켜 그게 옳게 생각하게 만들지만, 성감을 조작하는 건 육체 감각을 망가뜨려 정신을 서서히 타락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성감을 다루는 작품의 전개는, 정신적으로 혐오감 들던 상대에게 지속적인 쾌감을 받아 호감이 생겨나버리고 마는 이야기다. 속된 말로 조교물이다.
여성향이든 남성향이든 성감 조작하는 건 성관계보단 상대 캐릭터가 곤란해하는 모습과 당차고 자기주장이 강했던 인물이 시간이 갈수록 순종적으로 변하는 걸 보기 위한 능력으로 쓰인다. 성감 조작은 크게 3단계로 나눈다.
1단계
옷깃만 스쳐도 흥분하는 단계다.
남성은 여성의 향기만 맡아도 발기해버리고 말고, 여성은 유두가 민감해진다. 곤란해하는 남성/여성을 도와주고 둘만 남았을 때 욕구 해소를 도와준다.
2단계
절정 직전의 참을 수 없는 단계다.
툭 건들면 싸버리는 상황이다. 관계 시 연속 절정을 맞이해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천상의 쾌감을 느낀다. 그 어떤 우직한 남자라도 그만해 달라고 애원하듯 무너지고 여성도 무너진다.
생리적으로 혐오감이 드는 상대에게 천국에서나 느낄법한 쾌감을 느껴 흔히 말하는 속궁합이라는 걸 떠올리며 없던 호감이 생겨난다.
머리로는 거절해야 하는 걸 알지만, 몸은 솔직하게 성감을 다루는 상대를 거부할 수 없다.
3단계
이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성적 쾌감을 얻을 수 없는 단계다.
본래 남편이나 아내, 연인과의 관계에서 성적흥분을 느낄 수 없게 되어 성감을 다루는 주인공에게 자연스레 집착하게 된다.
본래 사귀던 인물과는 더 이상 설렘과 기대 또한 느낄 수 없게 되어 머리로는 그렇게 거부하던 주인공과의 만남을 기다리게 된다. 전형적인 몸이 떠나면 마음이 떠나는 클리셰다.
성감을 다루는 능력의 이야기에서 줄 수 있는 재미는 등장인물의 타락과 조교에서 나온다.
주인공을 혐오하던 인물이 성적으로 희롱당해 싫다 싫다 하면서도 결국은 관계를 맺는 이야기는 흔한 것이고, 아무런 접점도 없던 인물의 성감을 조작해 친절한 모습을 가면 삼아 도와줘 가스라이팅하는 건 속내를 숨기고 상대를 서서히 망가뜨려가는 희소한 재미를 줄 수 있다.
이번 목차에는 한 가지 주의사항이 존재한다.
이 목차를 참고하여 주연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좋으나, 그 내용들이 캐릭터의 중요 설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성인 만화에선 어떻게 성관계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사회적 입지가 높은 권위적인 캐릭터와 어떻게 관계를 맺게 되는지의 과정.
주인공이 낮은 자존감을 가진 캐릭터의 우위에 서는 과정.
욕구불만인 캐릭터가 어쩌다 주인공을 해소 대상으로 보게 되는지.
아무 감정 없던 소꿉친구를 이성으로 보게 이유.
적극적인 캐릭터가 주인공에게 저돌적으로 행동하는 원인.
이러한 것들을 충족시키자.
독자에게 흥분을 주는 것은 서사에 관한 설정이다. 따라서 이번 목차에서 다루는 건 이미 완성된 캐릭터에 부여하는 부가 설정이지 주요 설정이라 할 수 없다.
단순하게 주인공이 자신보다 입지가 높은 인물을 자빠뜨리고 끈적한 관계가 되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캐릭터를 만들지 말란 이야기다.
캐릭터 ‘조형’을 먼저 끝내고, 이야기를 만들어라. 쉽게 말해 성인물이라 할지라도 일반적인 ‘작품’을 만들 때처럼 등장 캐릭터에 대한 전반적인 설계를 마친 뒤 이야기를 쓰라는 말이다. 현재 고민거리, 희망하는 것, 자라온 환경과 가정사 등을 확실히 만들자.
대부분 성인 만화는 장편을 가정하고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고 가지 않고 에피소드가 캐릭터를 이끌고 가면, 그 캐릭터는 독자의 욕구 해소가 아니라 창작자의 일회성 욕구 해소 캐릭터가 된다.
여러 작품에서 등장하는, ‘분명 첫 등장은 매력적이었는데 이후 에피소드에서 존재감이 사라지는 인물’이 나타나는 이유다.
경험이 부족한 작가들은 이런 경우를 겪지 못해 그러려니 넘어가는데, 나중에 가면 골치 아픈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가 된다. 에피소드만 보고 캐릭터를 만들었더니 이후에 어떻게 전개할지 감이 오질 않고, 이전에 썼던 내용에 맞춰서 아귀를 맞추면? 스트레스다.
충동적으로 만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면 해당 캐릭터와 점점 멀어진다. 그럼 메인 스토리에서 멀어지게 되고 나중에 가서 어떤 독자가 그 친구는 어디로 갔나요?라고 물어보면 대답을 피하게 된다.
갑작스럽게 비행기 타고 외국 유학 갔다며 퇴출을 하는 방법도 있는데, 쓸데없는 내용을 넣어 작가나 독자에게 시간을 버리게 하는 것 자체가 손해다. 단, 작품이 단편이거나 옴니버스 구조, 길게 쓸 캐릭터가 아니라면? 이때만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끝내도 좋다.
부디 주의사항을 염두에 두고 해당 목차를 참고해 좋은 캐릭터를 만들길 바란다.
사회적 입지가 높은 권위적인 캐릭터는 쉽게 말해, 주인공보다 높은 위치에 존재하는 사람을 말한다. 회사나 특정 단체에서 우위에 선 존재를 말하며 현실에선 서로 마주쳐도 우리에게 관심도 안 줄 사람이다.
학벌도 좋고 능력도 좋아 젊은 나이에 회사 팀장급인 캐릭터, 기숙사 사감, 대학교 내 인싸, 성격 나쁜 일진, 선배, 스승 등이다. 한 마디로 일머리도 좋고 돈도 많고 호감형이라 모두에게 사랑받은 인물을 말한다.
이런 인물과 등장하는 경우는 주인공이 보통 찐따 거나 신입사원, 특정 조직에 막 소속되어 막내 노릇을 하게 된 상황일 경우가 많다.
조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인물이 가장 아래에 있는 인물과 맺어지는 상황은 굳이 성인만화가 아니더라도 여기저기에서 쓰이는데, 귀족과 평민의 사랑, 재벌과 소시민의 사랑 등이다. 성인만화에서 이러한 캐릭터가 등장하여 관계를 맺을 때 얻는 재미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 아쉬울 것 없는 인물이 주인공을 갈구하고 집착할 때 얻는 대리만족.
주변에 보잘것없는 인물들을 배치하고 상대역의 능력과 외모를 돋보이게 하면 더욱 좋다. 주변인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이는 건 덤이다.
둘, 그토록 대단한 사람이 주변 눈을 무시하고 주인공에게 손을 뻗어 진흙탕 속으로 들어온다.
이건 일종의 클리셰다. 학급, 다른 부서의 인물이 굳이 내게 찾아와 주변의 수군거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그림은 다들 어디서 본 적 있을 터다.
주변에선 무슨 관계냐고 묻는데,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하지만 매일 같이 찾아와 은연중에 주인공 향한 주변인들의 부러움이 생겨나 독자에게 우월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준다.
셋, 일상 중에는 핍박하고 매도하고 사람을 거칠 게 다루면서 관계를 맺을 때만 입장이 역전되어 다리를 벌리고 복종한다.
여자든 남자든 이 경우는 정복감이라고 할만한 것을 느낀다. 낮에는 고압적인 태도던 인물이 밤만 되면 설설 기는 강아지가 되어 낮의 울분을 푼다. 성격이 표독하고 악독하게 표현할수록 잠자리의 매력이 가중된다.
이러한 캐릭터가 주역이 되면 보통 스토리의 흐름은 주인공의 성장이다. 업무 실적이든 정신적 성장이든 곁에서 가르쳐주고 도움을 주고 대가인 것처럼 잠자리를 가진다. 그대로 결혼으로 골인하는 경우도 있으나 조연으로 설정했다면 쓰디쓴 이별이 된다. 받은 게 많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대역은 의외로 질투가 많고 집착이 강한 편이다. 주인공이 다른 상대와 어울리면 내가 뭐가 모자라서 그러는 건데?라는 마음가짐을 가진다. 타인에겐 냉정하고 선을 그어 행동하지만, 주인공에게만 깊게 빠져 헬렐레 눈이 풀리고 넋이 나가있다.
그러나 등장마다 주인공 바라기가 되어서는 갈수록 매력이 떨어진다. 낮과 밤의 행동이 명확하게 달라야 매번 매력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 캐릭터에 ‘높낮이’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성인물에서 회사를 배경으로 삼는 작품은 제법 많다. 가장 일상적인 까닭에 몰입도가 높아 이해가 빠르고 전개에 따른 대리만족이 높다.
회사를 배경으로 삼은 작품의 특징은 처음에는 회사 자체를 거론하지 않고 그러한 조직에 속해 있다는 느낌만을 준다. 무슨 회사인지, 주인공이 하는 일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그저 주변의 동료 직원이 있고 상관이 있으며 업무적인 곤란한 일을 겪고 있다.
주인공의 능력이 되었든, 재능이 되었든, 무언가로 성적인 전개를 일으켜 업무 성과를 높이고 상관에게 호의를 산다. 회사의 의미가 생기는 순간이다. 성적인 능력을 통해 어떠한 갈등을 해결하고 성과를 높였을 때, 덩달아서 주인공의 평가와 가치가 올라간다. 이때 주인공에게 몰입한 독자는 작품에 성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이야기’에서 재미를 느낀다.
일종의 승진가도를 걷는 이야기라서 입체적인 인물을 등장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같은 부서의 동료 A와 동료 B, 같은 부서의 상관, 다른 부서의 직원 A. 협력업체의 직원 A, 같은 회사의 이사 A, 경쟁사의 에이스 직원 A, 고객 등, 평상시 드라마를 자주 보았다면 적용할 수 있는 캐릭터풀이 넓다.
주인공은 각각의 인물들과 연결되고 회사가 얽힌 갈등을 풀고 호감도를 상승시킨다. 이것이 회사를 배경으로 해 이야기에 재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가령 같은 부서의 동료 A는 평상시 이기적인 성향이 강해 남을 도우려 하지 않지만, 주인공과의 접점으로 성향이 바뀌어 업무 효율을 높인다.
동료 B는 데면데면한 관계였지만, 연인과 헤어졌을 때 마음을 보듬어줘 친밀한 관계가 된다. 동료들과 가까워져 업무효율이 오르니 상관은 호기심이 생겨 이유를 알아보고, 다른 직원들은 자신을 무서워하는 것에 반해, 친밀하게 다가오는 주인공의 태도에 경계심이 허물어져 술 마시고 고민을 털어내다 육체적으로 가까워진다.
이처럼 회사를 배경으로 삼은 작품은 인물 간의 이야기 도중에 주인공의 성적인 능력이라 할법한 것을 곁들여 육체적 관계를 쌓고 더욱 친해져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게 일종의 목표가 된다. 주인공의 역할은 사내 문제의 해결사에 가깝다.
해결사인 만큼,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 보상도 빼놓을 수 없다. 업무 성과에 대한 평가 및 보상의 의미를 지나가는 투로 언급해 주면 좋다. 결산 때려봤더니 주인공 팀이 저번보다 높은 성적을 거뒀다거나, 다른 팀은 아직도 회의 중인데 우리만 실무에 돌입했다는 등. 주인공의 성적인 활약을 통해서 다른 부서들과 경쟁사들보다 앞서 가게 되었다는 걸 표현한다. 직설적인 건 일 잘해서 보너스를 받았다는 거다.
이러한 표현에서 중요한 점은 완급조절이다. ‘보상과 업무’의 내용을 단계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시작부터 너무 높은 성과를 거두면 안 된다. 그러면 주인공은 빠른 승진을 하게 돼 재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을 놓치게 된다. 그렇다고 흐지부지한 성과에 대한 보상을 주면 대리 만족도가 떨어진다. 많은 독자가 회사를 다니고 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걸 기억하자.
사내 승진과 이야기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것은 주인공과 관계를 맺은 인물의 직급에 따라 전개하는 걸 권한다. 신입 사원, 대리, 팀장, 실장 등.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단계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그 수준에 따른 이야기를 만든다. 신입사원과 대리는 가벼운 인간 문제 이야기이고, 팀장은 한 프로젝트 규모로 전개한다. 그 이상은 회사의 규모다.
전체연령물과 성인물의 차이는 단순히 성적 묘사만이 아니다. 전체연령물에서는 다룰 수 없던 성인들의 ‘생각’이 진득하게 담겨야 한다.
술에 취해 쓰러진 이성을 모텔로 데려가는 장면에서, 인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남성미 넘치는 몸을 보고 드는 생각은?
충동적으로 관계를 맺은 이후에 변하는 서로 간의 입장은?
만족스러웠던 밤을 떠올리며 자위.
임신에 대한 걱정, 직장에 대한 걱정, 연인을 배신한 죄책감.
이러한 것들은 전체연령에서 다룰 수 없는 내용들이다. 술에 취한 이성을 모텔로 데려가며 성적인 ‘생각’을 독자에게 드러내는 건 전체연령에선 할 수 없다. 『그 둘이 모텔을 들어갔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여기서 끝이다.
남성미, 여성미 넘치는 몸을 보고 핥고 싶다는 천박한 생각을 표현할 수는 없다. 만족스러웠던 그날 밤을 떠올리며 자위를 즐기는 것도 표현할 수 없다. 생각을 강조하는 이유는 성인물의 흥분은 단순히 물고 빨고 성관계하는 과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서사, 사전작업이라 할 만한 것에서 오기 때문이다.
하얀 목덜미를 가진 남성을 보고 저걸 내 입으로 빨갛게 물들이고 싶다. 그런 생각을 주인공이 독자에게 드러내고 그다음에 실행으로 옮겼을 때 흥분이 가중되는 것이다. 술에 취한 동생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신체접촉이 이뤄졌을 때, 누구나 나쁜 마음을 먹게 된다. 이러한 생각을 표현하는 건 전체연령에선 유치하고 천박하기 그지없지만, 성인물에서는 다르게 보인다. 관계를 맺을 떡밥이 되는 셈이다.
또 생각을 표현할 때,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도록 하자. 단순히 대사로 ‘이렇게 하고 싶다.’라고 혼잣말을 하는 건 내적 심리를 표현하는 건 하수이다. 상대역의 매력적인 신체 부위를 클로즈업해서 묘사하거나 다른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내심 독자와 주인공이 하고 싶은 걸 대신 말하게 한다. 주인공이 갑자기 천박한 대사를 내뱉어 캐릭터성이 무너질 것 같다면 이런 방식을 쓰자.
마지막으로 성인물은 성인물이라고 해서 자유로운 장르가 아니다. 전 연령보단 많은 표현의 자유가 생길 뿐이다. 다만 이동이나 미성년자처럼 아청법에 걸릴 작품을 쓰면 법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이외 약물, 강간, 근친, 수간 등은 표현할 수 있으나 너무 직설적으로 하지 않는 게 좋다.
앞에선 약물이라 했지만, 실은 별거 아닌 종합 비타민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넣는다든지, 성인인 인물에게 교복을 입히고 관계를 맺을 땐 벗긴다든지, 강간해도 상대방이 OK인 분위기를 만들던가, 사람에게 동물 귀나 꼬리를 달게 하여 수간을 흉내 내는 것이다. 다만 ‘근친’은 주의하자. 몇몇 작품이 혈연관계인 ‘근친’을 주제로 작품을 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예민한 주제이다 보니 플랫폼 자체에서도 홍보를 안 해주기도 한다. 또 작품을 낼 수는 있어도 독자에게 욕을 먹는 예도 있다. 따라서 굳이 독자에게 비호감을 받아 점수를 깎을 필요는 없으니 이런 주제는 피하도록 하자. 수익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성인만화에서 애무하는 장면은 일종의 준비운동 같은 것이다. 손가락으로 성기를 툭툭 건들고 혀로 핥고 빠는 장면은 어찌 보면 본론 전의 시간 끌기와 의미 없는 컷씬 숫자 채우기 같아도 이야기의 구조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애무는 영화 연극 등에서 미장센과 같은 역할을 하는 무척 중요한 장면이다.
애무는 봉사에 가까운 개념임으로, 모질고 강한 성격의 인물이 애무를 한다는 건 나는 이만큼 너에게 빠졌다는 걸 의미한다. 겉으로는 싫은 척하면서도 내심 좋은 반전 매력을 주는 셈이다. 성격이 순하다면 매력은 원래 있던 것에서 더해져 사랑스러운 대상이 된다.
반대로 강제로 애무를 하게 만들어 상대역에게 굴욕감을 주는 것은 주인공에게 몰입하는 독자에게 정복감, 우월감을 느끼게 해 준다. 요컨대 애무는 ‘상대는 주인공에게 빠져있다’와 ‘상대는 주인공에게 지배를 받고 있다’라는 사실을 독자에게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연출인 셈이다.
애무의 종류는 단순히 성기를 부딪치는 것만이 아니다. 사랑하는 관계라면 모텔에 들어서는 순간 서로를 끌어안으며 전신을 애무한다. 상대의 엉덩이를 터질 듯이 부여잡고 목덜미를 핥으며 배꼽까지 내려간다. 상대방에게 노예 낙인을 새기듯 키스 마크를 하얀 피부에 남기는 건 소유에 대한 또 다른 연출법이다.
또한 애무는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전채 요리, 애피타이저다. 어떤 매체든 독자가 재미를 느끼는 건 과정에 있다. 일종의 전조작업이다. 로맨스의 재미는 두 명의 인물이 서로 맺어가는 달달한 과정에 있듯이 성인 만화 또한 마찬가지다.
독자의 흥분은 인물 간의 대사와 상황에 따라서도 줄 수 있지만, 애무 장면은 다양한 앵글이 가능하여 그림을 통한 흥분이 손쉽다. 핥는다고 얼굴만 확대하는 건 하수이다. 핥는 걸 직접 보여줄 필요는 없다.
상대역이 고간에 얼굴을 받고 엉덩이와 다리를 보여주는 시점으로 몸 전체를 보여준다면 독자는 그것만으로도 흥분한다. 충분히 야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등 뒤에서 껴안아 상대역의 몸을 훤히 드러내게 한다거나 방법은 여러 가지다. 애무 장면이 나올 때 특정 행동을 어떤 시점에서 묘사하면 야한 장면이 될지 고려하는 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