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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Oct 27. 2024

안녕하세요. 사이코패스 겸 정신분열자 이수입니다(7)

보편적 인간 세계에는 ‘일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들은 하이에나처럼 몰려다니며 나약한 인간들을 괴롭히는 것이 취미죠. 가진 것이 없어 가진 것들을 빼앗고, 알코올 섭취, 흡연, 도둑질 등등 끊임없이 비행을 저지릅니다. 이들의 특성은 육체적 힘을 과시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엘리트계 명문 고등학교에도 이런 일진들이 존재할까요? 그것은 천만의 말씀입니다. 엘리트계에는 애초에 육체적 힘을 과시하는 야만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없이 자란 보편적 인간들만 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말이 인간이지, 그들은 그런 존재를 인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들은 거만한 종자로 태어나면서 보편적 인간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능력을 가졌거든요.


바로 지적 능력으로 인한 고등 생물의 우수함, 빈부 격차로 인한 신분 나눔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현대에 이르러 신분제도가 파괴되었다고 하지만, 그건 정말 순진한 발상입니다. 만약 인간이 평등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보편적 인간이라는 걸 증명하는 셈이죠. 보편적 인간의 세상에는 보편적 인간의 법칙이 있고, 엘리트계에는 엘리트계의 법칙이 존재한답니다. 그래서 똑같은 죄를 지어도 전혀 다른 형벌이 나오는 것이죠. 당신은 그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불합리한 게 아닙니다. 너무나 당연한 겁니다. 본래부터 이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로 나뉘어 있으니까요. 바로 엘리트계와 보편적 인간계. 저는 이것을 거만한 종자와 멍청한 종자로 나눈 것입니다.


플라톤은 말했습니다.


“이성이 뛰어난 인간은 철학자가 되어야 하고, 의지가 탁월한 군인은 군대를 이루며, 지혜가 뛰어난 이는 순번제로 통치자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보편적 인간은?


“욕정밖에 없는 일반인은 생산 계급이 되어야 한다.”


곧 우리는 하층민이라는 뜻입니다.


민수는 그런 엘리트계에 태어난 아이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은 아이죠. 실제로 스파르타는 엘리트에게 집단생활을 시키며 군사 교육을 실시했거든요. 그 덕에 소수 정예 엘리트 군사로 아테네를 멸망시킨 것이랍니다.


하지만 민수는 이제 버려졌습니다. 부모에게, 그리고 또래 학생들에게.


민수가 중간고사가 끝나고 과학 동아리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그를 막아섰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조민수. 너 우리 동아리 가입 조건이 평균 95점이라는 거 알지?”
“너 오늘부로 우리 동아리에서 제명됐어.”
“중학교 때 전교 1등이라고 잘난 척하더니 꼴좋네. 이제부터 너는 우리 성적을 측정하는 도구일 뿐이야.”
“혹은 우리가 지르밟고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스테이지라던가.”
“가서 엄마한테 젖 좀 더 달라고 해라. 모유 수유가 머리 돌아가는 데는 최고니까.”
“아니면 아빠한테 왜 더 좋은 정자를 주지 못했냐고 항의하던가.”


아이들은 낄낄거리며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민수는 그때 인간의 존엄을 말살당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기말고사 때 준비를 철저히 해서 기필코 아이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했죠.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겨우 평균 2점이 더 올랐을 뿐이었죠.


민수가 어머니에게 성적표를 보여주자, 그녀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입을 뗐습니다.


“너, 안 되겠다. 내일부터 2시간만 자고, 나머지는 다 공부로 할애해.”
“4시간밖에 못 자는데, 1시간을 더 줄이라고요?”
“그래서 못하겠다는 거야?”


여동생이 거실 소파에서 휴대폰을 하며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오빠는 원래 바뀔 생각이 없는 사람이에요.”

어머니가 민수를 째려보며 입을 뗐습니다.

“그래. 너는 항상 뭐가 그렇게 당당해?”
“당당한 적 없었는데요.”
“지금 이게 92점 받은 사람의 태도야?”


가만히 신문을 보고 있던 아버지가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됐어, 여보. 조민수 너, 이번 모의고사 때 점수 제대로 안 나오면 전학 갈 준비 해.”
“네? 왜요?”
“왜긴 이 녀석아. 네 실력으로는 과학고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으니까, 일반 고등학교로 전학시키려는 거지.”


어머니가 얼굴을 붉히며 입을 뗐습니다.


“진짜 창피하네! 너희 반 학생들 원래 다 엄마 학원 다녔던 거 알지? 그런데 네가 엄마 아들이라는 거 알고 다 학원을 다른 데로 옮겼어. 너 그거 왜 그런 것 같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어? 창피해서 그런 거야. 콧대만 높아서 자기 자식들이 같은 반 학생 학원에 의지하는 게 싫어서 그런 거라고. 그런데 엄마한테 이런 창피를 줘? 다른 학원 간 자식들이 성적이 더 좋으면 어쩌자는 거야.”
“걔네들은 다른 학원 다녀도 될 만큼 원래 공부를 잘했던 모양이죠.”
“네가 멍청한 거겠지!”


꽥 소리를 지르는 어머니였죠. 그녀는 민수에게 유명 강사 과외도 붙여주겠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포기하겠다는 말까지 했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민수는 모의고사를 봤습니다. 결과는 최상위가 아닌 그저 그런 상위권이었죠. 그때부터 그는 가족에게 배척받고, 학교에서도 완전한 소외를 당했습니다.


어떻게? 인격적 모독이죠. 학생들은 민수를 보편적 인간처럼 대우했고, 민수는 생산 계급자가 되었습니다. 두뇌가 우수한 학생들은 자신들을 고등 생물이라 생각했고, 민수를 하등 생물처럼 대했죠. 그것은 마치 인간과 침팬지 DNA가 약 99% 일치하지만, 인간이 침팬지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단 1%의 DNA 차이가 인간과 침팬지로 가른 것이죠.


고로 1%의 엘리트들은 보편적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우리는 침팬지이자 야만인이며 하등 종족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등 종족인지도 모르고 인간이라고 믿고 있는 침팬지입니다.


이제 아시겠나요? 나, 당신, 그리고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이것은 1% 인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99% 침팬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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