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매달기 좋은 높이

by 송아론

‘목매달기 딱 좋은 높이네.‘

김 부장은 아들 컴퓨터 의자를 보며 생각했다. 바퀴가 구르지 않는다면 커튼봉에 넥타이를 걸고 목을 매기에, 의자는 정말로 딱 좋은 높이었다. 그리고 아들이 게임하기에도 적합한 높이였다.

아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매일 밤낮으로 게임을 했는데, 김 부장은 그럴 때마다 컴퓨터 보다, 저 의자를 박살내고 싶었다. 의자에 앉아 아버지가 퇴근한 지도 모르고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뒷모습이 무엇보다 짜증 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 김 부장은 회사에 출근했을 때 자기 자리에 의자가 비어 있는 걸 확인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애써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중요한 건 역시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장은 학창 시절 김 부장 뒤에 앉아, 매일 뒤통수를 치던 놈이랑 무척 닮았는데, 역시나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누가 자기를 모함했는지는 굳이 밝히지 않아도 예상이 갔다. 최미진. 그 여자가 새로 팀장 자리로 옮긴 것만 봐도 그랬다.

그로부터 김 부장은 아내에게 회사에서 잘렸다는 말도 못 한 채 아침에 집 밖을 나섰다. 퇴근하고 들어오면 여름이라 전기세가 더 나왔으니 생활비를 더 달라고 하는 아내의 재촉만 있을 뿐이었다.

김 부장은 넌덜머리가 났다. 회사에서는 정치싸움에 집에서는 눈치싸움에, 하루라도 아무 생각 없이 쉬어 보는 게 소원이었다.

그리고 아들은 20분 동안이나 김 부장이 방에 있는데도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아무렴 어떠랴.

중요한 건 저 의자가 목매달기 딱 좋은 높이라는 건데.

김 부장은 지체 없이 컴퓨터 의자 위로 올라갔다. 목을 조이고 있는 넥타이를 풀어 커튼봉에 묶었다. 넥타이를 아래로 잡아당겨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 확인했다. 아내가 살 좀 찌라고 타박했는데, 이제 보니 이유가 다 있었다. 그토록 꼴 보기 싫은 컴퓨터 의자도 왜 여기에 있는지 납득이 갔다. 김 부장은 천천히 넥타이에 목을 걸었다. 두 눈을 감자마자 번데기처럼 몸을 축 늘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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