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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도 Oct 26. 2024

창백한 푸른 점




     

창백한 지구야

외로운 것이냐

보이저호의 외로운 여행이 이제 외계인 만나는 일만 남았다고 해

일 만년 이 만년 지나면

지구인이 외계인 될지도

일 만년 이 만년 지나서

보이저호의 레코드판이 지구로 되돌아온다면

지구에서 떠난 지구인이 그 음반을 발견한다면

어떤 심정일까     

그동안 아무도 못 만났던 거니, 보이저 호

누가 가장 외로울까

창백한 지구일까

보이저호일까

보이저호에 실린 레코드판을 다시 

발견한 일 만년 이 만년 후의 지구인일까     

누리호가 외로워 보이는 것은 일 만년 이 만년 후의 

외로움에 비하면 일도 아니구나

지구를 바라보는 보이저 호

창백한 지구가 외로워 보이는 거니

너의 시선으로 보니 지구가 괜히 짠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구라는 우주선 안에서 보면

저 넓은 우주가 있는데도 

우리가 가서 숨 쉴 곳이 없는 우주가 

조금 황당하다는 생각을 하곤 해

그게 말이 되는 거니

저렇게나 빈 공간이 많고 행성도 

많은 데

갈 데가 없다니

마치 지구 속 인간의 모습 같구나     

보이저호

일 만년 이 만년 후에 지구인을 만나면 너도 정말 어이가 없겠다

만날 외계인이 없어서 다시 지구인을 만나다니

그 순간

참! 서로가 고독이 

사무칠 것 같다     

어쩌면, 일 만년 이 만년 

후면 지구인은 서로에게 외계인이 되어 있을지도 몰라

보이저호

희망을 버리지 말자

외계인을 꼭 만날 거야

웜홀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어떻게든

일 만년 이 만년 후에는 그것이 무엇이라도 만나도록 하자  

   

창백한 지구야

보이저호 보다는 덜 외로울 거야

너의 심연 안에는 바글바글한 시뮬라크르들이 있잖니

어떻게든 이들이 일 만년 이 만년 후가 

되면 답을 찾았거나 찾을 정도쯤은 되어 있겠지

그동안 네가 많이 고독하겠지만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말고

시시포스처럼 

그곳에 잘 있어야 해, 알겠지

이탈하면 안 돼!

다시 올게     








* 창백한 푸른 점...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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