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취학통지서

by 아리엣
5살 차이, 누가 쉽다고 했나.


큰애가 작은 애 잘 봐줄 거라던 어른들 말은

전혀 쓸모없었다.


5살 차이란, 결국 사춘기 아이를 둘 껴안는 일이다.


7살, 뚜렷한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

12살, 변화무쌍한 내면세계가 시작된 오빠.

그리고 동갑 부부의 마흔 춘기까지.

지금 우리 가족은 모두 사춘기를 지나는 중이다.


둘째 취학통지서에 사인을 했다.

뭔가 미묘한 기분이다.

설렘? 아니다.

첫째 때 시행착오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번엔 좀 잘해보자. 응?


5살 차이 남매 육아는 같은 RPG 게임을 난이도만

바꿔서 두 번 플레이하는 것 같다. 12월생 아들은

하드모드였다. 튜토리얼만 5년 걸렸다.


12월생 느린 아이를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마음 아팠다. 5학년이 돼서야 아들은 겨우 또래

속도를 맞춰가기 시작했다.


반면 3월생 딸은 이지모드에 치트키까지 장착했다.

늘 친구들보다 빠르고 성숙했다. 내심 딸에게서

“보상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들아, 미안. 네가 베타테스터였던 거다.’



첫째 때의 실패 목록은 지금도 이불킥 감이다.

그래서 이번엔 다르게 해보려 한다.

예민하고 고집 센 딸이니까 더 전략적으로,

더 조심스럽게 초등생활을 지켜주고 싶다.


난 2회 차 유저니까.…라고 쓰고
‘또 망하면 어쩌지’라고 읽는다.


그래도 달라진 건 있다.

둘째는 엄마 모임 같은 거 애초에 안 한다.

어린이집 때부터 쭉! 완전 마이웨이다.


당면과제는 겨울방학.

전업맘에게 방학은 생존게임이다.

이럴 땐 단기 알바라도 하고 싶어진다.

아이러니하다. 애 때문에 일을 그만뒀는데,

애 때문에 다시 일하고 싶다니.


입학까지 앞으로 석 달 남짓.


한 학교에서 보낼 내년이 기다려지면서도

전쟁을 예고하는 느낌이다.


이번엔 정말 다를 수 있을까?

2회 차 유저의 여정이 시작됐다.



#초등입학 #남매육아 #5살차이 #육아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