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희
평양냉면을 좋아해서 장충동 평양면옥, 필동면옥, 을밀대, 우래옥, 서북면옥, 부원면옥 정도를 즐겨 먹는다.
‘우리 아빠가 나 어릴 때 데리고 다녀서 이 맛을 알게 됐어’라고 뭔가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아들도 자주 데려간다.
하지만 그는 메밀과 육향 모두를 싫어했다. 그의 입맛엔 전분이 많아 질기고 얇은 면과 새콤한 조미료맛이 가득한 육수가 잘 맞았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고깃집 냉면! 고깃집 냉면을 가장 좋아하는 녀석.
그런 아들의 입맛에 가장 잘 맞은 냉면은 남대문시장 안의 부원면옥이다. (식초를 잔뜩 부어서 먹더라.)
난 필동면옥이 가장 좋지만 아들이 좋아하니까 부원면옥에 마음이 자주 간다. 여름의 주말이면 “아들! 아빠랑 냉면 모험 떠날까?” 하고 꼬셔본다. 부자가 땀 흘려 찾아간 냉면집의 시원한 육수 한 모금을 마시는 순간, 냉면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되지 않을까 싶은 소망.
아들아, 너한테 주입하고 싶은 음식들이 많단다. 콩국수, 순대국밥으로 범위를 넓혀보고 싶은데(알레르기가 있어서 넓히기 쉽지 않지만), 점점 머리가 커가는 네가 슬슬 아빠보다 친구랑 노는 걸 좋아해서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아빠 따라서 도서관은 와줘서 고마워.
아, 이 책은 읽으면 냉면이 먹고 싶어지는 책이니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