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취향 일기는 이전 취향일기들과 조금 분위기를 바꿔서 댄서에 대한 취향일기입니다.
사실, 저는 댄서에 대한 동경이 참 큽니다.
그 이유에는 저는 보통 가만히 앉아서 그림 그리고 책 읽고 공부하는 것처럼 지극히 정적이고 얌전히 있어야만 하지만,
반면에, 댄서는 큰 무대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직업이기에, 그 '상반됨'에서 오는 매력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그동안 (조용히) 덕후질을 했던 댄서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이안 이스트우드 Ian Eastwood
첫 번째로 소개할 댄서는 리리컬lyrical힙합, 프리스타일을 굉장히 잘하는 댄서 이안 이스트우드.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몸의 선이 전체적으로 '가늘다'는 느낌이 드는 만큼, 그러한 신체적인 특성을 잘 활용해서 힘을 줘서 세게 춘다는 느낌보다는 굉장히 세세한 동작이 많고 가볍게 표현한다. 또한, 가사를 주의 깊게 들으면서 춤을 보다 보면 가사에 충실한 동작들이 많다.
또한, 노래에서 들리는 세세한 소리도 전부 표현하는 모습이 단순히 '춤을 추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게 아니라 '음악에 조종당하고 있다'라는 느낌까지 든다.
영상에서 들리는 킥, 신시사이저, 하이햇... 이 모든 소리 들을 그때마다 순발력 있게 바로 받아친다. 어떻게 보면 댄서 중에서 음악을 가장 계산적으로 쪼개는 댄서가 아닐까.
(영상에서 핑크색 셔츠가 이안 이스트우드)
이 영상은 거의 온몸의 관절과 근육을 다 사용하는 프리스타일이다.
특히 1분 15초-1분 24초 동작은... 다리 근육을 저렇게도 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앞부분에 나오는 프리스타일이랑 5분 37초쯤에 나오는 프리스타일은 전혀 다르니 끝까지 보시길-
흔히들 힙합댄스는 에너제틱한 분위기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상에서는 정적이고, 몽환적인 느낌까지 든다.
라일 베니가 Lyle Beniga
흑인 특유의 그루브 있고 스웩 있는 안무를 볼 수 있는 댄서 라일 베니가.
안무의 처음부터 끝까지 힘이 느껴지지만 둔하게 느껴지지가 않고 날렵하고 깔끔하게 느껴진다.
사실 무조건 힘을 주는 것보다 저렇게 힘을 컨트롤하는 게 정말 어려운 건데 어찌 저렇게 쉽게 하는지... 볼 때마다 신기한 댄서다.
안무를 보면 스탭 step , 아이솔레이션 isoaltion(몸 분리 동작)도 정말 많은데 특유의 무게감을 잃지 않으면서 소화해내는 게 정말 큰 매력이다.
흑인 특유의 스웩 넘치는 음악에서도 모든 동작을 깔끔하지만 무게감 있게 표현한다.
사실 라일은 커머셜 commercial(가수들 뮤직비디오, 백업댄서 등등) 활동도 많이 하는 댄서다.
아래는 저스틴 비버 company 뮤직비디오
2분부터 나오는 남자댄서가 라일이다.
(이 뮤직비디오 외에도 저스틴 비버 Purpose 앨범의 모든 뮤직비디오는 말 그대로 '종합 선물세트' 그 자체이니 꼭!!! 모두 시청해보시길)
그리고 방송에서도 볼 수 있다.
56초쯤 왼쪽에서 등장하는 라일.
중간에 제이지 JAY-Z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는데 신기하게 이때 라일의 프리스타일도 확 다른 스타일로 바뀐다.
진짜 곡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곡에 맞는 분위기를 표현하는 능력은 정말이지...
그리고 그 표현하는 게 다 너무 잘 어울리는 것도... 얼마나 많이 연습을 했을까, 얼마나 많이 음악을 들었을까.
리에 하타 Rie Hata
여자 댄서들 중, 스웩 SWAG 있게 추는 안무 중에서는 단연코 최강자가 아닐까 싶은 일본 댄서 리에 하타.
(왼쪽이 리에 하타)
보통 안무들이 기승전결이 있다면 이 안무는 처음부터 힘이 넘치는데 그 힘을 안무 끝까지 가져간다. 진짜 얼굴 표정, 손끝, 발끝까지 그냥 힙합이 차고 넘쳐흐른다.
(1분33초에 등장하는 리에하타)
거의 음악을 가지고 노는 수준.
내가 힙합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 파워, 제스처, 박자 뒤로 밀리게 타는 거, 그루브, 스웩- 이 모든 거를 다 보여주는 댄서다.
이렇게 R&B 음악도 굉장히 파워풀하고 그루브 있게 소화하는데 동작 동작 사이가 계속해서 이어지게 추기 때문에 안무를 다 보고 나면 특정 동작이 기억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가 더 기억에 남는 댄서다.
디토 Dytto
이번에 소개할 댄서는 이탈리안 팝핀댄서 디토 Dytto.
안무가/댄서 중에서 특정 스타일(팝핀, 왁킹, 락킹 등등)을 고수하면서 안무를 짜는 사람이 드물기에 굉장히 레어템인 댄서다.
핑거 텃팅 finger tutting이라고 손가락을 이용한 팝핀의 한 기술인데, 기술을 뛰어넘어 신이 빚은 손가락을 가지고 노는 수준이다.
진짜 경이로움 그 자체.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그 곡의 분위기에 맞게 의상, 세트장, 헤어-메이크업 까지 다 본인이 연출하는데
팝핀을 이렇게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하는 컨셉츄얼 한 댄서는 정말 드물다
이렇게 화면 구도, 소품 도 모두 본인이 연출하는데
사실 팝핀 하면 모던한 느낌보다는 한물간 느낌, 촌스러운 느낌이 강한데 음악 선곡이나 연출력 덕분에 정말 세련되게 느껴진다.
이렇게 완전 힙합 비트에도 하나도 이질감 없이 팝핀을 표현한다. 정말.. 너무 좋습니다....
키오니 & 마리엘 커플 Keone & Mariel
지금까지 언급한 댄서들과는 다르게 커플 댄서다.(실제로 부부이기도 하다)
거의 모든 안무를 2인 1조로 작업하는 댄서들이고, 춤 스타일이 현대무용 같은 느낌도 많이 든다.
이 안무도 기본적으로 팝 pop 안무이지만 중간중간에 무용 동작들도 많이 보인다.
아래 영상에서는 이 부부의 색다른 스타일이 더 확연히 보이는데,
우리나라의 '덕분에 챌린지'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고생하는 의료진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제작한 영상이다.
주제에서도 그렇고 춤 동작에서도 그렇게 스트릿댄스보다는 현대무용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다른 영상을 하나 더 보자면,
이 안무는 키오니와 마리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미국으로 이민 와서 새 삶을 시작하는 모습, 그리고 지금도 세계 곳곳의 많은 난민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안무다.
안무도 그렇지만 무대 세트, 안무 콘셉트를 보면 단순히 댄서/안무가 라기보다는 스토리 텔러 story teller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프리스타일 댄서부터 힙합, 팝핀, 그리고 조금은 새로운 스타일의 커플 댄서들까지 소개해봤습니다. 이전까지 미술, 책 이런 것만 하다가
갑자기 '춤' 이라니... 너무 생뚱맞은 거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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