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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영 Oct 22. 2023

나에게 목요일은 ‘포옹데이’이다. 원 없이 안아주고 원

한가로운 평일 낮, 오랜만에 너무나 사랑하는 친구를 만났다. 서로 너---무 바빠서 계속 만나지 못하다가 이번에는 작정을 하고 한 달 전부터 날짜를 빼 브런치 공연 예매까지 해놓은 덕에(아마 그게 없었다면 이번에도 만나기 힘들었을지도) 드디어 만난 것이다. 오랜 만에 만난 터라 얼굴을 보자마자부터 쏟아놓기 시작한 이야기들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몰랐다. 공연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식사가 특별히 맛있지 않아도 마지막에 마신 커피가 그저 그랬을지언정 오늘이 너무나 특별하고 너무나 즐거운 하루였던 이유는 오랜만에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어쨌든 우리의 대화주제는 시시각각 변했지만 결국 하나, 너와 나의 이야기로 축약할 수 있다. 요즘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만남이 있었는지, 어떤 기쁜 일이 있었는지, 어떤 슬픈 일이 있었는지, 어떤 재밌었던 일이 있었는지 등등의 이야기와 수많은 질문들이 오고갔다. 그러다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던 수개월의 시간동안 친구에게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고 그 사이 너무나 속상하거나 슬펐고 어느새 회복까지 해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내가 그동안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도 몰랐으면서 그녀를 안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그러고 보면 오랫동안 보지 못한 사람들이 여럿 있는데 과연 나는 그들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를 알고 있으나 이른바 신상정보에 관한 내용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이다. 어찌보면 알맹이는 알지만 껍데기는 모르는 상황인데 이런 사람을 안다고 해야 하나 모른다고 해야 하나. 영화 <비포 선라이즈>(1996)를 보면 남녀주인공이 하룻밤을 함께 쏘다니며 정서적으로 깊은 교감을 나누다가 헤어질 시간을 맞이한다. 만 하루정도의 시간동안 나눈 수많은 이야기들과 주고받은 눈빛으로 그들은 서로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속편에서 그들은 9년 만에 다시 만난다. 함께 한 시간은 너무나 짧았고 정작 그들을 소개할 수 있는 정보들은 서로에게 없었을지언정 이들이 서로를 알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것, 모르는 것 같으면서도 아는 것 사이에서 안다고 착각하는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너무나 모르는 것 중에 바로 자신의 ‘몸’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알아가는 일에 인색하다. 춤을 춘다고 하는 나조차도 나의 몸에 대해 무심할 때가 많다. 지금 내 몸의 상태는 어떤지, 어떤 것이 필요한지 등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내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상황(나는 최근에 왼쪽 눈에서 시작되는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에 대해 무심하거나 혓바늘이 돋고 입술이 부르트는 등 온 몸이 피곤하다고 외치고 있는데도 무시하고 계속해서 몸을 혹사시키기도 한다. 세션을 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 역시 대체로 몸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잘 모르거나 가끔 만나게 되는 순간에도 모른 척 외면하는 것을 본다. 아주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면서도 자신의 몸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깨닫고 놀라는가 하면 몸의 움직임이나 구조에 대해서도 생각보다 훨씬 무지했다. 다행인 것은 알기 시작하면 더 알고 싶어하더라는 것이다. 

잘 알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통성명에서부터 나이는 몇 살인지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등의 외적인 정보에서부터 시작해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좋아하는 것들 가령 음식이나 책이나 영화와 같은 것들은 무엇인지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어떤 것들에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등등의 시시콜콜한 속마음까지 모든 것을 알고 싶어진다.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시간과 공을 들인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의문이 생기거나 해소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인내해야하기도 한다. 그런 시간들이 쌓여 관계가 만들어진다.

하물며 타인을 알기위해서도 이런 정성을 기울이면서 정작 나의 생각과 마음을 담고 있으면서 평생토록 함께 해야 할, 어쩌면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너무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타인과의 관계보다 더 시급한 것은 자신의 '몸'과의 관계이다.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아프다면? 그제야 우리는 우리의 몸을 인식한다. 어쩌다 몸 안에 담긴 정신이 병들어 버린다면? 으아... 생각하기조차 싫은 상황이다. 너무 늦어서 너무 후회하지 않도록  바로 지금 우리의 몸이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고, 어떤 것들이 필요하고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너무 어렵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전혀 없다. 누군가와 친해지는 데도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가. 우리의 몸과 친해지는 것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당신의 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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