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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미술은 소비 욕구로 이어질 수 있는가]

의미가 욕망을 만들고, 개념이 소유의 이유가 되는 시대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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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미술은 오랫동안 소비와 거리가 있는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물질적 오브제를 거부하고, 시장 구조에 저항하며, 아이디어 자체를 작품으로 삼았던 개념 미술은 전통적인 미감 중심의 미술 소비와는 다른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콘텐츠 소비 방식과 시장 구조가 변화한 2020년대 이후, 개념 미술은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영역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단순히 예쁘거나 눈에 띄는 오브제가 아니라, 의미와 개념이 욕망을 만들어내는 시대적 배경에서 개념 미술은 충분히 강력한 소비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오늘의 소비는 물질보다 개념에 반응한다. 브랜드 스토리, 철학, 태도와 같은 무형 자산이 구매의 이유가 되고, 소비자는 자신을 설명해주는 상징을 선택하려 한다. 이러한 경향은 개념 미술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개념 미술은 애초에 의미와 사유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관객은 작품의 개념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해석과 정체성을 덧입힌다. 이 과정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소유하고 싶은 욕구로 이동하며, 작품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려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체험형 작품이 확산된 것도 소비 욕구를 강화하는 중요한 흐름이다. 관람자가 작품의 의미를 완성하는 구조, 공간에 직접 개입하는 경험, SNS를 통해 확장되는 참여는 모두 개인의 기억을 강화한다. 기억은 소유 욕구를 만든다. 올라퍼 엘리아슨, 팀랩, 소피 칼 같은 작가들의 작업은 체험과 개념이 결합해 관객에게 오래 남는 감각을 주고, 이 감각은 다시 작품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어진다. 이때 소유는 작품이 아니라 작품이 가진 세계관을 갖고 싶어 하는 욕구에 가깝다.


개념 미술은 점차 브랜드로 진화해왔다. 현대 미술 시장에서 작가의 개념은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가 되고, 이는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이나 글로벌 기업의 전시에 활용되며 확장된다. 소비자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세계관을 구매하며, 작가의 철학이 곧 브랜드 가치가 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개념 미술은 지적 정체성을 소비하는 대상으로 자리 잡는다. 이해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깊이, 참여한 사람만이 공감하는 층위는 소유 욕망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작동한다.


NFT와 알고리즘 기반 예술의 등장은 개념의 직접적 소유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는 오브제보다 규칙이나 알고리즘, 혹은 작품을 구성하는 데이터 자체를 소유할 수 있으며, 이 방식은 개념 미술의 구조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개념이 작품이었던 개념 미술의 본래 성격이 디지털 환경에서 더 분명하게 소유의 형태로 구현된 셈이다.


기존의 회화가 감각적인 즉시 욕망을 자극했다면, 개념 미술은 의미를 통해 욕망을 발생시키는 구조를 갖는다. 이해하고 싶어서, 나를 설명하는 기호를 갖고 싶어서, 경험을 다시 반복하고 싶어서 생기는 욕망이다. 이 욕망은 물질을 넘어서 개념으로 이동했고, 현대 소비의 핵심은 바로 그 의미의 확장에 있다. 결국 개념 미술은 소비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오늘날 소비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같은 자리에서 답을 찾게 된다. 소비는 더 이상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만을 향하지 않고, 나를 확장시키는 의미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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