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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보다 기술의 능력을 우위에 두려는 세계]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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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포츠는 본질적으로 자본의 영향력이 강한 스포츠다. 팀의 재정 상태에 따라 더 좋은 엔진, 성능, 메카닉, 작전 등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상위 팀들은 자연스럽게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변수가 많은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본이 많은 팀이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모터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차량의 성능이며, 이를 최대한 평준화하여 레이서의 기량이 승패에 더 큰 영향을 미치도록 조정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취지를 반영한 것이 바로 F1의 레귤레이션이다. 기본적인 차체(새시)나 바디의 틀을 모든 팀이 동일하게 유지하되, 그 안에서 각 팀이 가진 기술력과 전략으로 성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운영 자본이 적은 팀에게도 경쟁의 기회를 제공하고, 팀의 재정력보다는 선수의 실력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물론, 페라리와 같이 전통과 팬덤을 가진 팀들에게는 역사적인 의미로 주어지는 명예, 상금, 그리고 일정한 혜택이 존재한다. 이는 F1이라는 스포츠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브랜드 가치와 전통을 유지하는 방향으로도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규정을 교묘하게 피할 수 있는 방법들이 생겨나고 있다. 자본이 지배하는 거대한 스포츠 시장에서는 법이 도덕적 기준이 아니라, 얼마나 영리하게 규정을 활용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도구로 변질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규정이 만들어지면, 이를 정확히 준수하면서도 최대한 유리하게 적용할 방법을 찾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마주할 때,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의 역할이 과연 공정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경쟁 전략의 일부로 활용되는 것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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