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공연을 보러 갈 때면, 은퇴를 앞둔 거장이나 특별한 기념일을 맞은 음악인을 위해 무대 위에서 음악적으로 예우를 갖추는 장면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그 순간을 기리는 연주는 공연장을 가득 메운 박수와 함께 뭉클한 감동과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문득, 미술계에서는 이러한 장면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미술의 기반을 다지고, 예술의 지평을 넓혀주신 선배 예술가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을 향한 존중과 감사를 함께 나누는 상징적 세레모니나 예우의 장면은 드물다. 단지 기념 전시나 출판이 아닌, 예술가 대 예술가로서, 선후배 간의 따뜻한 교감과 존중을 담은 자리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것이 꼭 미술계에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음악은 그 특성상, 클래식이라는 형식 안에서 숙련된 기예와 절제된 감정, 역사적 연속성 위에 예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 놀랍고도 아름답다. 장인의 손길처럼 정제된 기술이 뒷받침된 예술이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반면, 현대 미술은 기술적 기예보다 개념과 과정을 강조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물론 훌륭한 작품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기예가 깃들어 있지만, 다양한 형식과 주제, 시선이 공존하는 오늘날의 미술 환경에서는 ‘무엇을 따라 존경하고, 어디에 기준을 둘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흐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술 안에서 더 많은 존경과 존중의 말들을 나누었으면 한다. 그것은 단순한 미덕을 넘어, 사회를 지탱하는 깊고도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먼저 길을 닦아온 이들에게는 응당한 예우와 존중이, 그 뒤를 따르는 이들에겐 감사와 배우려는 자세가 어우러질 때, 그 공동체는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예술계에도 그런 상징적 세레모니, 따뜻한 존중의 문화가 더 자주, 더 다양하게 존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예술을 통해 세상과 나누고 싶은 가장 인간적인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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