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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하는 이유, 반려 친구가 해준 인터뷰


나의 출발점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친구이자 제1호 클라이언트, 웹툰 작가 무적핑크. 2012년, 초기 스타트업들이 즐비했던 역삼동 테헤란로에서 나의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 무핑 작가는 마감을 마치고 나와 하염없이 깊은 밤을 함께 걸어주고, 대화를 나눠 주었다. 


20대 중반의 사회초년생이던 나, 프로작가로 데뷔한 지 대략 3년에서 4년 남짓 지난 무핑. 새벽에 만나 차가운 아메리카노 하나씩 들고, 선릉역이고 역삼동이고 삼성동이고 양재천이고 탄천이고 하염없이 걸으며 미래 이야기를 하던 우리가 있었다. 여름밤, 새벽 서너 시의 조용한 풀잎사귀 가득하던 양재천 라인. 두 사람만 고요하게 걸으며 찌륵찌륵 풀벌레 우는 소리 곁들여, 서로의 미래에 관해 귀 기울여 이야기하던 순간들.


무핑은 나의 성향을 정말 잘 알고 있었고, 나에게 법률가로서의 삶을 추천해 주었다. 나는 그동안 해오던 것을 접어야 하는 아쉬움에 많이 고민하고 있었고, 만약 법률가가 될 거라면 학비도 만만치 않을 거란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때, 무핑이 내게 '일단 공부해 보고 판단하라'라고 하면서 선뜻 책값과 학원비를 바로 줬다. 


프로작가로서 받은 원고료였을텐데, 무핑에게도 큰돈이었을 텐데. 아무튼 생전 해본 적 없었던 법률공부를 하기 위해 서점에도 기웃거리고, 로스쿨 입시를 위한 문제집도 한 번 훑어보고 그렇게 공부를 하게 됐다. 시간을 건너뛰어, 나는 변호사가 되었고, 지금은 정말 일을 사랑하고 있다. 웹툰작가를 비롯해서, 콘텐츠 산업계와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법률적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법률방송에서 우연찮게 다큐멘터리 촬영 제의가 왔다. 나의 출발점을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친구는 바로 무핑이었다. 혹시나 부담이 될까 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선뜻 출연해 주겠다고 했다. 정말 고마웠다. 너를 기억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우리의 우정을 기록한 매체가 하나 더 늘어나는구나. 그리고, 무핑이 PD님과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당시에는 알 수 없었는데. 영상을 보고 나서, '역시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에 관한 자세한 기록은 아래에 첨부한다.




Q. 문화예술전문 변호사 친구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무적핑크) 걱정은 되죠. 친구로서는 걱정이 돼요. 분명히 그냥 일 잘하고 있다, 재밌다 하면서도 고충이 있을 텐데. 그리고 그게 혼자서 일하고 혼자서 책임지면 되는 저랑은 달리, 이제 변호사니까. 아마 상상을 못 할 지저분한 꼴을 보거나 복잡한 꼴을 보거나 억울한 꼴을 많이 봤을 텐데 … 


근데도 참 잘해 나가고 있구나 하면서 애틋한 한편 이제 언니가 해나가는 모든 시도들이 저를 비롯한 작가들이 더 행복하게 작업을 하는데 매번 도움이 되고 있거든요. 매번 좋은 선례를 만들고 있고. 그래서 좀 더 굴러줬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한편, 그래서 양가감정이 있어요.


Q. 서유경 변호사가 어떤 변호사로 성장했으면 좋겠나요?


(무적핑크) 본인이 좋아하기도 하지만 늘 공부하는 변호사였으면 좋겠죠. 공부를 늘 한다는 건 진심으로 일을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관심 없는 일에는 정말 공부하기 싫어지잖아요. 근데 자기가 좋아하는 거에 대해서는 힘든 걸 모르고 계속 파고들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니까. 


언니가 법 공부를 한다는 건, 언니가 계속해서 법을 사랑하고 있다는 뜻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계속해서 법을 사랑한다는 건 사실 법은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이잖아요. 계속해서 사람을 어쨌든 챙겨주고 사랑하고 있다는 뜻일 거라서. 계속해서 공부하는, 그래서 행복해하는, 그래서 일 잘하는 그런 변호사로 지냈으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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