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결혼기념일

닿을 수 없던 10년의 서프라이즈

by 아티


어렸던 나는 부모님의 생신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념일이 있었다.


그날도 설레는 마음으로 팬시점인 못된고양이로 향했다.

꼬깃꼬깃 모은 쌈짓돈으로 은색 커플링을 고르고,

빵집에 들러 케이크를 사고 나면 서프라이즈 준비는 끝이었다.


철없는 남동생에게는

“누나가 다 살 테니 천 원만 보태.”

라며 어른 흉내를 내기도 했다.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선물과 케이크를 식탁 위에 올려둔 채 부모님을 기다렸다.


하지만 식탁 위에 내려앉은 공기는 차가웠다.

부모님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고,

커플링은 한 번도 손대지 않았다.


분위기를 풀기 위해

부모님의 손에 반지를 직접 끼워드리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다음에”라는 말뿐이었다.


부모님의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은 끝까지 닿지 않았다.

두 분이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뿐이었다.


식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커플링과 케이크는

매번 심장을 내려앉게 만들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케이크를 먹는 동생과 달리,

나는 그 자리를 오래 견디지 못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서로를 향해 진심으로 웃는 날이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매년 같은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


나를 위해 짓는 미소가 아니라,
서로를 위한 미소가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서프라이즈는 십 년 동안 계속되었다.

그 사이 부모님의 사이는 끝내 가까워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