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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Sep 17. 2021

기괴한 넷플릭스 드라마 <브랜드 뉴 체리 플레이버>…

어쩌면 넷플릭스여서 가능한 드라마

 OTT 플랫폼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오래전에 한국 진출을 선언했던 디즈니 플러스의 서비스 일자가 얼마 전 발표가 되면서 이제 올해 안에 국내에서 볼 수 있는 OTT 플랫폼의 수는 더 늘어나게 된다. 가장 많은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Netflix를 비롯해서 지상파 중심의 Wavve, 종편과 케이블 연합의 tving,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Amazon Prime, 여기에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출발한 Coupang Play, 그리고 이들과는 다르게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어서 한 편으로는 불안 불안한 왓챠. 그리고 올 연말에 디즈니 플러스도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다. 각각의 플랫폼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거나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있지만 처음 론칭 때부터 오리지널 콘텐츠로 주목을 끌었던 Netflix가 이런 움직임에서는 가장 앞서있다고 하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 한국 드라마의 크리에이티브한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은 Netflix는 <킹덤>을 비롯해서 최근 공개된 <D.P.>까지 다양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많은 Netflix가 만드는 모든 오리지널 콘텐츠가 항상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지는 않다. 특히 오리지널 영화 같은 경우에는. 이런 영향인지 Netflix가 만든 영화는 믿고 거른다는 반응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는 Netflix에서 크리에이터의 독립성을 거의 완벽하게 보장해주고 있어서 이런 지원의 부수적인 결과로 연출자가 자신의 욕망을 끝까지 밀어붙여서 대중의 취향을 벗어나는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이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려는 Netflix의 오리지널 드라마는 이런 크리에이터의 독립성을 존중했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예가 되는 콘텐츠가 아닐까 한다.


 지난달 공개된 <Brand New Cherry Flavor>는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일단 제목만 보고 어떤 드라마인지 전혀 예상할 수 없을뿐더러 메인 포스터의 강렬한 이미지를 보면 더 손이 안 갈 수 있는 콘텐츠이다. 여기에 콘텐츠를 소개하는 글을 읽어 보면 이게 도대체 무슨 드라마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상황에 이른다. 그리고 'Netflix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수많은 콘텐츠를 고르는데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에는 너무 시간이 지나서 콘텐츠를 보지 못하는 현상이 되면 이 콘텐츠는 더 뒤로 밀리게 될 작품 중 하나이다. 일단 유명한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넷플릭스에서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작품도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장르적으로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지 않은 호러/오컬트 장르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한 번 시작하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한 번에 쭉 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어서 놓치기에는 아쉬운 작품이다. 여기에는 이 드라마 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가장 큰 이유이고 이 독특함은 다양한 고전 작품들의 영향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또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에 미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우리나라 지상파에서도 방영을 한 <트윈 픽스>라는 드라마가 있다. 이 작품을 만든 데이비드 린치 감독은 그 이후에도 여러 영화들을 만들면서 본인만의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수많은 영화광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특히 신비한 등장인물과 상황 설정 그리고 이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감독이어서 이후 많은 영화 지망생들에게 닮고 싶은 연출가의 위치에 올랐다. <브랜드 뉴 체리 플레이버>를 처음 볼 때 바로 떠올릴 수 있는 게 바로 데이비드 린치 작품들의 영향이다. 뉴욕에서 단편 영화를 연출한 주인공이 할리우드의 한 제작자의 선택을 받아서 LA를 향해 자동차를 몰고 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할리우드에서의 감독 데뷔의 부푼 꿈을 안고 도착한 LA에서 주인공은 처음 발을 들인 할리우드라는 세계의 혹독함을 경험하게 되고 그 와중에 미스터리 한 인물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발전해 나간다. 이런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조는 데이비드 린치의 걸작 <머홀랜드 드라이브>와 닮아 있다.

그리고 드라마의 첫 장면. 주인공이 한 밤중에 차를 몰고 한적한 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장면은 <로스트 하이웨이>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오마쥬 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브랜드 뉴 체리 플레이버>의 티저 포스터의 타이포 이미지와 <로스트 하이웨이>의 포스터에 사용된 타이포 또한 상당한 유사성을 들어낸다. 이 이외에도 드라마에 등장하는 신비한 인물이라던지 주인공이 환상을 볼 때 나오는 장면들도 감독이 '나는 데이비드 린치의 후예입니다'라고 고백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여기에 80~90년대 기괴한 영화들을 만들면서 평단과 컬트 영화 팬들에게 열광을 이끌어 낸 감독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영향도 강하게 느껴진다. 크로넨버그 영화의 오랜 데마는 이종의 물체가 결합했을 때 생기는 불안함 그리고 신체가 파괴되는 것을 다루는 것이었는데 이런 영화 중에 우리나라에서는 인간과 파리가 어떠한 사고를 통해서 하나의 개체로 합쳐지는 것을 그로테스크하게 보여주는 <플라이>라는 작품이 유명하다. 그 이후에도 몇몇 영화들이 우리나라에 개봉을 하기는 했지만 워낙 기괴한 이야기와 비주얼을 보여줘서 우리나라 대중들에게는 선택을 받지 못한 작품들이 많다. 예를 들자면 자동차와의 애정행각을 보여주는 <크래쉬> 라거나 가상현실 게임에 접속하기 위해 인간의 몸을 변형시키는 <엑시스텐즈>, 미국 작가 윌리엄 S. 버로우 소설을 각색한 기괴한 이야기의 <네이키드 런치> 등. 활동 후반기에는 폭력에 몰입해서 <폭력의 역사>, <이스턴 프라미스> 같은 누아르 풍의 작품으로 대중들에게도 난해하지 않은 작품들을 만들기는 했지만 언제나 신체를 변형시키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감독이었다.

<브랜드 뉴 체리 플레이버>에서는 크로넨버그의 영향인지 갑작스럽게 주인공이 새끼 고양이를 입으로 잉태하는 장면이라든지 심지어는 고양이가 배를 뚫고 나오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보여준다. 특히 여주인공의 배에 난 구멍을 남자 배우가 손으로 만지는 장면은 성적인 표현으로 느껴지도록 연출을 했는데 이 부분은 크로넨버그의 <엑시스텐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는 이전 세대에서 가장 독특한 아우라를 보여준 데이비드 린치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영향으로 이야기 자체도 그 끝이 어떻게 될지 상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주인공이 미스터리 한 인물을 만나게 되고 그 인물은 다른 사람에게 저주를 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주인공은 자신의 작품을 빼앗으려고 했던 영화 제작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이 마녀에게 육체를 넘겨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적어도 도대체 이 드라마가 어떤 내용인지 감이 잘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은 드라마 전체적으로 흐르는 독특한 분위기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토리 전개일 것이다. 여기에 주인공을 연기하는 로사 살라자르의 매력도 한몫을 한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배우인데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 <알리타>에서 주인공을 연기하고 목소리 출연을 했던 배우이다. 실사 작품으로 한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나온 작품은 이번 드라마가 거의 처음이라고 해도 될 정도인데 독특한 외모에서 풍기는 아우라와 연기력이 앞으로 더 큰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하는 배우이다.

 수많은 콘텐츠가 존재하고 있는 넷플릭스에서 어쩌면 놓치고 지나갈 수 있는 작품이고 호러/오컬트라는 팬층이 많지 않은 장르의 드라마여서 쉽게 보라고는 말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넷플릭스의 작업 환경, 크리에이터에게 전권을 쥐어주고 그것을 극단까지 밀어붙였을 때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남들 다 보는 작품 말고 조금은 독특하고 엣지 있는 작품을 찾고 있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즐길 만한 드라마가 아닐까 한다. 한 가지 위에서 스토리를 잠깐 언급했지만 이야기나 설정을 논리적으로 따지고 보려는 관객에게는 굳이 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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