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를 만나 최근에 만난 어마어마한 입맛의 소유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살면서 그렇게 입 까다로운 사람 처음 봤다?
아보카도는 썬 것은 먹지만
으깬 건 안 먹는대.
으깬 건 무슨 맛으로 먹냐더라.
한식을 좋아한다고 해서
나는 순두부찌개 좋아한다고 했더니,
먹긴 먹지만 자기가 가는 맛집에 것만 먹는대.
고추장찌개 맛있지 않냐고 했더니,
그거 먹을 바엔 김치찌개를 먹지
뭐하러 그걸 먹냐고 하더라.
스팸은 몸에 안 좋아서 죽도록 싫대.
그걸 구워 먹는 사람들도 이해 안 된대.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데.
아, 토마토를 싫어한대.
방울토마토, 대추토마토, 스테비아토마토 다 싫대.
근데 또 웃긴 건 파스타는 토마토 파스타만 먹는단다!
그래서 피자는 어떠냐고 했더니 또 싫대.
토마토 소스를 걷어내고 치즈랑 빵만 먹는대.
입맛이 어지간히 까다로워야지.
그래서 계란은 당연히 다 익혀 먹겠지 싶어
완숙 좋아하냐 물었더니,
계란은 반숙을 좋아하고
계란찜이나 계란말이는 잘 안 먹는대.
아참, 계란말이는
파랑 양파랑 당근 같은 거 절대 안 넣고,
샛노란 계란물만 얇게 깔고 천천히 부쳐서 보들보들하게 자기가 한 것만 먹는대.
진짜 대박이지 않아?
하나쯤은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맞히고 싶었는데, 하나도 못 맞혔어.
도무지 맞힐수가 없었어.
놀라워하며 내 이야기를 듣던 친구가 문득 물었다.
근데 너 그 사람 얘기를 다 기억하네?
세세하게도 기억한다.
왜냐하면 그 사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었거든.
당신은 그렇구나, 하고 싶어서.
그 사람은 나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또 조금 심심하기도 했고.
어쩌면 공감은
상대를 조금 더 따듯한 눈길로 바라보는 쪽이 하는 것.
그래서 늘 지는 기분이 들지만,
더 큰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할게.
억울하지만 어떡해.
세상을 더 사랑하는 쪽이 단단해져야지.
그러면 세상이 조금 더 포근해질 거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