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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인사이트 Jun 17. 2024

인생 첫 야구 직관 후기




여름이 시작되며 해와 함께 점점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야구가 아닌가 싶다. 요즘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너 야구 봐?’, ‘혹시 어느 팀 좋아해?’이다. 야구장이 아닌 곳에서만 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야구에 열광한다는 것을 느꼈고, 궁금증이 들었다. ‘대체 왜 다들 야구에 저렇게 열광할까?’

 

최근 기회가 되어 인생 처음으로 야구 직관을 가게 되었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대충 어떤 규칙으로 진행되는 스포츠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직관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 기대가 되기도, 화면과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야구장에 가는 버스에서부터 오늘 경기의 구단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한가득이었다. 흔히 아이돌의 콘서트장 근처에 가면 팬들을 알아볼 수 있는 것처럼 각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아이돌 콘서트에 가는 듯한 설렘이 느껴지기도 했다.

 

콘서트를 위해 갔던 야구장을 제외하고 첫 야구장의 느낌은 ‘작고 뜨겁다’였다. 생각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이 있었다. 마침, 첫 직관 경기가 전석 매진이었다고 한다. 거의 매일 야구 경기가 이뤄지기도 하고 매번 생중계를 진행할 뿐 아니라 날씨가 더웠기 때문에 전석 매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놀라웠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이 더운 날씨에 오다니... 쨍한 유니폼만큼이나 강렬한 팬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막상 경기장 내에 들어가니 경기가 중심적으로 이뤄지는 필드가 생각보단 크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화면에서 볼 때와는 확연히 달랐음이 경기 시작 전부터 느껴졌다. 야구장의 명물이라는 여러 먹거리도 먹어보며 경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이벤트도 구경하고, 야구장 문화도 체험하며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야구장에 가기 전 가장 걱정됐던 것 중 하나가 ‘응원가’였는데, 경기가 시작하고 내가 앉은 팀의 공격 차례가 오니 다들 일어서는 것에 1차 당황, 다들 응원봉을 들고 안무와 노래를 하는 것으로 2차 당황을 경험했다. 선수가 출전할 때마다 다른 응원가가 나왔는데 음치에 박치인 나조차도 금방 귀에 붙어 따라 부를 수 있는 익숙한 노래에 쉬운 안무 정도였다. 경기가 점차 진행되니 완전히 숙지할 수 있었고, 응원가에 제대로 동참해 온 마음을 다해 목 놓아 응원하게 되었다.

 

어떤 스포츠든 결과를 모른 상태로 경기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해 왔다. 사실 운동경기 직관을 많이 가보지는 않았지만, 야구 직관의 묘미는 이 응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첫 직관 후에 하게 되었다. 한 팀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한다는 것, 경기의 승패에 기분이 나뉘기도 하겠지만 응원하는 순간만큼은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임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결과는 패배였다. 첫 직관에 씁쓸한 패배를 맛보아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그럼에도 또 하나의 경험을 통해 왜들 그리 야구에 열광하는가에 대한 호기심, 의문을 풀어볼 수 있었다. 또한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장소는 거의 ‘기가 빨린다’라고 생각해 왔던 내가 몇 시간 동안 지속된 경기내내 목놓아 응원하고 몰입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흥미로운 추억으로 남았다.

 

이토록 몰입하고 뜨겁게 응원할 수 있던 것은 팬들의 ‘애정’이지 않을까 싶다. 오랫동안 유지된 야구인만큼 팬들의 사랑 또한 깊을 것이다. 이런 깊은 마음으로 몇 회간 지속되는 경기 내내 자리를 지키고 나의 팀을 위해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 에너지를 쏟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기에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또 다른 에너지를 배워가는 것. 이것이 직관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아직 처음이라 잘 몰랐던 것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몇 번 더 직관을 가보며 이 열정의 근원, 애정의 표출을 다시금 경험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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