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 그리고 북 바인딩을 위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민입니다.
저는 평소 저 스스로를 소개할 때 ‘올라운드 북 바인더’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북 바인더는 북 바인딩을 하는 사람, 즉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다른 분들께서 저를 바라봐 주실 때 저의 다양한 활동 중에서도 북 바인딩을 하는 저의 자아가 우선시되었으면 해서 이렇게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시각 디자인과에 오고 나니 제 생각보다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분들께서 많이 안 계시더라고요. 저는 시각 디자인과에서 수업을 들으며 스스로가 동떨어진 사람처럼 느꼈던 적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런데 제가 방황할 때, 많은 분들께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이 분명히 있고, 실제로 너는 그런 작업들을 잘 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직접 저의 그림을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시는 분들을 마주하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다른 사람들은 더 내 그림을 많이 좋아해 주는구나’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잡는 법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제가 맨 처음 북 바인딩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제가 소심하기 때문이었어요. 그래픽 디자인 책 작업을 진행하며 처음 북 바인딩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책을 만들려면 인쇄소에 가서 사장님께 ‘이런 바인딩을 원해요, 이렇게 작업을 진행해 주세요.’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제가 그 말을 못 할 정도로 너무 소심했던 거예요.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400 페이지의 노출 사철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바인딩은 디자인과도, 일러스트와도 전혀 다른 분야잖아요. 사실상 공예에 가까운 영역이죠. 그런데, 그렇게 제가 평소에 하는 영역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작업을 하면서 오히려 그 작업을 일종의 도피로 여기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바인딩에 대한 애정이 무척 커요. 저 스스로를 ‘올라운드 북 바인더’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도 그림과 디자인의 경계에서 바인딩을 하는 사람이라고 저 스스로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의 메인 작품은 [무엇이 우리의 언어를 전달하는가]라는 작업이에요.
해당 작품은 바인딩을 하는 제 자신을 그린 작업을 연작으로, 저를 나타내는 정체성이자 저의 메인 일러스트예요. 제가 바인딩이라는 것을 시작한 다음 거의 처음으로 그린 일러스트였는데, 그림에 담긴 모든 것들이 저와 저의 바인딩을 상징해요. 예를 들어 일러스트를 보면 하얀 뱀 같은 존재를 확인하실 수 있는데, 이 뱀은 저를 상징하는 존재인 동시에 실을 생명체로 형상화한 존재예요. 한 쪽에는 바늘이 그려져 있고, 바인딩을 하며 제가 많이 활용하는 붉은 실이 함께 표현되어 있죠. 바인딩 하는 과정에서 구멍을 뚫는 과정도 작품 속에 구멍을 그려 표현했어요.
제 작업을 보면 완벽한 대칭이 이루어지는 부분과, 일부러 대칭을 깨는 부분이 공존하는데, 이는 제가 그래픽적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특징 중 하나예요. 주요 오브젝트는 대칭을 유지하면서도, 부분적으로 변형을 주어 균형과 불균형의 조화를 이루려고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두 명의 인물이 좌우로 나뉘는 것은 대칭적인 구도를 반영한 것이지만, 양쪽이 서로 다른 이유는 지나치게 완벽한 대칭보다는 적절한 변주가 그래픽적인 표현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또한, 저는 인물을 그릴 때 현실적인 형태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신경 쓰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의 그림을 보면, 한쪽 손이 두 개이거나 여러 개의 손이 등장하는 작업이 있기도 하죠. 이는 ‘실’과 함께, 연결성을 강조하려는 저의 표현 방식 중 하나예요. 손을 서로 연결되어 대칭되는 존재에게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시키는 거죠. 색감 또한 마찬가지예요. 좌우의 색감을 달리 배치하면서 인쇄했을 때 조화로운 느낌이 들도록 고려하며 작업하고 있어요.
저는 디자인과에 들어와서도 꼭 정형화된 디자인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저와 같이 디자인과 일러스트, 그리고 바인딩의 경계에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작은 용기가 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글 -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김푸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