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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와 수플레를 함께 즐기는 순간 - 카페 '5to7'

by 아트인사이트


내가 수플레라는 디저트를 마침내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였다.


성수동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길목 한편,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다 보면 구옥의 빌라를 개조하여 만든 [5to7]이라는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디저트를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해당 카페에 대하여 몇 번 들은 적이 있을 정도로 그곳의 수플레는 유명했다. 고즈넉한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 익숙한 형태의 빌라 외부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면 그곳에는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가득 풍겨져 나왔다.


카페 내부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탁 트여 중앙에 길게 놓인 오픈 바였다. 브루잉 바처럼 길게 이어진 사각형의 바 안으로는 깔끔하게 검은색 옷을 맞춰 입은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직원들은 바쁜 와중에도 친절하게 손님들을 응대하면서도 손길을 멈추지 않고 어지러움 없이 차분하게 디저트와 음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장님과 대화하자, 나는 이 공간의 이름과 슬로건, 그리고 수플레라는 디저트는 모두 하나의 맥락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단순히 예쁘고 맛있는 것을 찾다가 수플레를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수플레는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 그 자체였다.


스물일곱에서 스물여덟. 인생의 방향을 고민하던 그 나이에 그는 카페를 시작했다. 모두가 숨 가쁘게 살아가던 시절, 그는 그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는 자라온 동네, 성수동에서 함께 다란 오랜 친구들이 잠시라도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쁜 하루를 마무리하는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노을빛이 스며드는 시간 속에서 여유를 가지며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수플레는 즉석에서 만든다 하더라도 오랜 정성이 필요한 디저트였다. 한 입의 달콤함을 위해 기다림을 갖는 과정에 그는 휴식을 녹여내고 싶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오직 기다림과 쉼의 공간이 있는 곳, 그곳이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수플레를 먹을 수 있는 [5to7]이었다.


"수플레는 부드럽고 폭신한 게 특징이에요. 그만큼 자칫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죠. 저는 '부드럽고 맛있다'를 넘어서서 '먹는 재미까지 있다'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었고, 그렇게 나오게 된 것이 저희 대표 메뉴인 [펄 크림 브륄레 수플레]였어요."


수플레를 앞에 두고 포크를 조심스레 가져다 댔다. 포크 끝에 닿은 그것은 빵 같기도, 푸딩 같기도 했다. 빵과 같이 퐁실퐁실 부풀어 올라 있으면서도, 접시를 움직이거나 포크로 조금씩 두드릴 때마다 푸딩처럼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휘청였다. 수플레 위엔 얇게 굳은 설탕 코팅이 덮여 있었다. 포크로 톡 두드리면 경쾌하게 깨지는 소리가 났고, 그 아래엔 크림이 풍성하게 퍼져 있었다. 옆에는 검은 타피오카 펄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입에서 녹아내린다는 말, 뻔하지만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공기처럼 가벼운 수플레의 텍스처가 혀에 감기면서 부드럽게 바스러졌고, 달콤함과 함께 고소한 계란 흰자의 풍미가 입안에 퍼졌다.


그 부드러움과 촉촉함 위로 설탕의 바삭함과 펄의 쫀득함이 톡톡 튀듯 더해졌다. 타피오카 펄을 씹으며 쫀득함과, 펄만의 옅은 고소함을 수플레와 함께 느끼다 보면 어느 순간 바삭거리며 달콤한 캐러멜 코팅이 깨져 맛이 입안에 퍼졌다.


가장 놀라웠던 건, 이질적일 줄 알았던 맛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잘 어울렸다는 점이다. 계란 흰자의 맛에 타피오카 펄의 특유의 고소함과 캐러멜의 달콤함이 마치 원래 함께 먹는 음식처럼 어울렸다. 사실 '펄'과 '크림 브륄레'와 '수플레'는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졌기에 맛이 따로 놀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크림 브륄레의 달콤한 캐러멜 맛이 계란 흰자의 부드러운 풍미와 펄의 고소함을 감싸며 오히려 조화를 이루었다.


다채로운 맛과 식감을 느끼다가 입안의 단맛이 강해졌을 때 쌉쌀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면, 지금까지의 풍성한 맛이 아메리카노에 씻기며 깔끔하게 입을 한 번 헹궜다. 그 순간 그보다 더한 행복을 느낄 수는 없었다.



글 -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김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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