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보내온 여름 통신문으로 시작되는 전시 <할머니의 여름방학>은 ‘할머니’를 매개로 여름의 기억을 불러내고 세대와 공동체를 잇는다. 전시를 기획한 로컬리티:(김영채, 석양정, 심지혜 공동대표)는 이번 전시를 위해 할매발전소의 작품 65점을 울산으로 가져왔다. 할매발전소는 로컬리티:가 강원 원주시 신림면에서 할머니들과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이곳에서 할머니들의 기억은 이야기가 되고 삶은 예술이 된다. 할머니가 만든 작품만이 아니라 할머니와 젊은 작가들이 함께한 작품, 할머니를 모티프로 탄생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로컬리티:는 지역의 고유한 이야기를 발굴해 문화예술로 풀어낸다. ‘로컬리티’가 아니라 ‘로컬리티:’다. 쌍점(:)은 ‘머무름표’로, 더 많은 사람이 로컬에서 머물다 갔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붙인 것이라고. 세 대표에게서 로컬리티:와 할매발전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할머니의 여름방학>이라는 제목과 콘셉트는 어떻게 정해졌나.
심: 지역을 넘어선 ‘할머니’의 보편성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전시장이 있는 울산 혁신도시의 지역적 특성이 떠올랐다. 이주민이 많고 젊은 핵가족이 대부분이다. 이분들에게 할머니가 고향과 가족을 상징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할매발전소의 전시가 사람들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러 시골에 오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할머니가 이야기를 바리바리 싸 들고 울산에 찾아왔다는 느낌으로 준비했다.
석: 전시장을 찾지 않는 비수기인데, 오히려 정면 돌파해서 ‘여름방학’이라는 콘셉트를 가져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는 여름방학이면 흔히 할머니 집에 갔으니까. 그렇게 <할머니의 여름방학>이라는 제목이 나왔고, 할머니 집에 가는 길부터 시작해 실제 할머니 집에 들어가 보고 할머니를 만난다는 스토리텔링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할머니와 작업하며 굉장히 강인한 분들이라는 걸 느낄 때가 많았다. 그 강인함으로 저희를 길러냈다. 그런 점이 여름과 닮았다. 여름은 폭염과 태풍으로 어떤 면에서는 거친 계절이지만, 생명이 가장 많이 성장하는 시기도 여름이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우리를 기른, 그 힘이 셌던 여름을 다시 한번 불러내고 싶었다.
지역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많은데, 로컬리티:의 프로그램이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심: 소비된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노력한다. 전시를 열고 작가로서 참여할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분들도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본인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걸 본다. 그래서 내내 전시장을 지키시는 분도 있고. 별거 없다 생각했던 내 이야기가 정말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주인공이 되어보는 경험을 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우리가 이끌어내지 않아도 내가 다 하지 못한 말이 있다며 먼저 말씀을 해온다.
할머니니까 뭘 잘 모를 거라 생각하고 쉽고 단순한 내용으로만 채우는 것도 피하려 한다. 대화를 나눠보면 저희가 모르는 분야에서는 전문가다. 실제로 할머니들을 만나면 ‘찔레꽃’ 좀 그만 불렀으면 좋겠다, 컵 쌓기 좀 안 했으면 좋겠다 말한다. 작년에 저희는 현대미술 수업을 했는데 굉장히 재미있어하셨다. 할머니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보는 대신 그 존재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요즘은 할머니가 직접 만든 굿즈가 화제가 되고, 제목에 할머니가 들어간 책도 주목받는 등 ‘할머니’라는 키워드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로컬리티:의 할매발전소는 할머니의 ‘무엇’을 전하고 싶나.
심: 미디어가 ‘액티브 시니어’에 꽂혀서 사람들이 건강하게, 멋있게 나이 들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는 것 같다. 70대, 80대에도 여행을 다니고 건장한 몸을 가져야만 좋은 삶은 아니다. 더 다양한 할머니의 삶을 보여주고 싶다. 신림에서 자연스럽게 나이 든 할머니들의 삶이 존중받고 그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저분처럼 나이 들고 싶다.” 말할 때, 그 모델이 한 가지가 아니기를. 더불어, 할매발전소의 활동으로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나이 드는 것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보면 좋겠다.
사진제공_로컬리티:
글 -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김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