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눈으로 바라보려는 사람, 서예은 에디터

by 아트인사이트


사진은 보는 순간 머릿속에 특정한 인상을 남기지만, 글은 시간을 들여 읽어내야만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진과 글은 서로 반대의 영역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만드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좀 다르다. 한 장의 직관적인 사진 뒤에는 의도한 콘셉트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한 사진작가의 지난한 시간이 쌓여 있다. 한 편의 글을 쓰는 동안 작가에게는 불현듯 떠오른 질문 하나로 거의 다 쓴 원고를 뒤엎어야 하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치밀한 분석으로 직관적인 결과물이 탄생하는가 하면, 순간의 영감이 논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서예은 에디터는 직관과 논리를 오가며 사진과 글 둘 다 만드는 사람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물레’라는 이름으로 여성 피사체 위주의 인물 스냅사진을 촬영한다. 아트인사이트에서는 프레스 겸 컬쳐리스트로 책과 영화리뷰를 주로 기고한다. 두 작업의 공통점은 ‘서예은만의 시선’이 드러난다는 것. 그는 자신의 시선을 통해 작품과 사람이 연결되고,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부지런히 기록하며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가는 서예은 에디터를 지난 20일에 만났다.


서예은 에디터의 사진에서 키워드를 꼽자면 역시 ‘여성’을 빼놓을 수 없다. 여성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도 여성이고 친구들도 여성이 많다 보니 여성 피사체에 대한 이해도가 좀 더 높아서 자연스럽게 여성을 많이 찍는다. 여성서사를 담아보고 싶기도 하다. 여성 피사체는 주변에 흔하지만, 여성 작가가 표현하는 여성과 남성 작가가 표현하는 여성은 많이 다르다. 미디어 젠더 연구에서는 이러한 남성적/이성애적 관점을 ‘메일 게이즈(Male gaze)’라고 명명하는데, 여기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다양한 여성을 찍고 싶다.


사진 콘셉트는 어떻게 정하는가.


모델의 평소 이미지를 보고 영감이 떠오를 때가 많다. 그 영감을 오브제로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귀여운 이미지를 담으려 한다면 푹신하고 부드러운 오브제가 필요할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털모자, 솜인형, 털뱃지 같은 소품으로까지 생각이 뻗어 나간다. 물론 처음부터 촬영 콘셉트를 정해두고 거기에 어울리는 이미지의 모델을 먼저 찾아볼 때도 많다. 그러기 위해 평소에 촬영 시안을 많이 모아두고, 어떤 촬영을 하고 싶은지 자주 생각한다.


듣다 보니 사진이란 생각 이상으로 모델과의 소통이 굉장히 중요한 작업인 듯하다.


자기 내면에 잠기기보다 계속 변하는 생각을 밖으로 꺼내 보이고, 모델과 의견이 달라 서로 부딪히기도 하는 작업이다. 내가 원하는 방향과 모델이 원하는 방향이 미묘하게 어긋날 때면 힘들기도 하다. 물론 촬영 현장의 분위기도 사진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내 의견만 앞세울 수는 없다. 소통하며 잘 합의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글도 꾸준히 쓰는데,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도 하는가.


서로 도움이 된다. 사진 작업은 세밀한 부분을 구석구석 살펴야 한다. 보정할 때면 수차례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며 빛이 어떻게 사진에 담겼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내 글에 구체적인 묘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사진 작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묘사가 수월해질 때가 있다. 반대로 글쓰기가 사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내 사진의 콘셉트는 내가 쓴 글에서 시작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작가보다 콘셉트가 구체적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예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우선 소설이나 시를 출판해보고 싶다.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하는 리뷰나 에세이는 내 생각을 직접적으로 전하는 형태인데, 좀 더 우회적인 방식으로도 나를 드러내보고 싶기 때문이다. 정말 보여주고 싶은 여성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도 열고 싶다. 지금 찍는 스냅사진에서는 원하는 것을 다 보여주지 못할 때가 많은데, 결국에는 예술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 미디어 젠더 연구에서 ‘피메일 게이즈(Female gaze)’라는 건 논의되지 않는데, 그런 관점을 가진 작가로 성장하고 싶다.


사진: arachne.snap


글 -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김소원


#아트인사이트 #문화이야기

#artinsight #문화는소통이다



000010.JPG
000028.JPG
도시천사스냅 (1).jpg
빈티지홈스냅 (2).jpg
어린왕자스냅 (1).jpg


매거진의 이전글쫄릴 때도 많지만 자꾸 즐거워지는 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