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일명 민식이법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두고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과잉처벌, 악법이란 주장이 펼쳐지면서 논란이 되었다. 민식이법의 목적은 무엇인지, 정말로 무고한 운전자를 처발하는 악법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한다.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 횡단보도에서 김민식군이 교통사고로 숨진 후, 스쿨존내 어린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일명 민식이법이 발의되었다. 민식이법은 교통단속용 장비 설치 의무화와 교통사고 사망 사고 발생 시 3년 이상 징역 부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스쿨존, 어린이 보호구역에 대한 도로교통공단의 정의와 지정목적은 다음과 같다.
어린이 보호구역이란 초등학교 및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 등 만 13세 미만 어린이시설 주변도로 중 일정구간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교통안전시설물 및 도로부속물 설치로 어린이들의 안전한 통학공간을 확보하여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이며 스쿨존(School Zone)이라고도 한다.
어린이 행동특성을 살펴보면 눈높이가 낮아 시야가 제한적이고 소리에 반응도 늦어 교통사고 시 대처능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행동특성으로 인해 어린이교통사고 유형을 보면 어린이가 도로에서 횡단 중에 뛰어가다가 앞만 보고 가는 사고가 81% 이상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운전 시 주변을 잘 살피고 특히 어린이들이 도로로 언제든지 뛰어나올 수 있으므로 서행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요약하자면 스쿨존은 어린이 행동 특성으로 인해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서행운전이 필요한 보호구역이며, 민식이법은 해당 보호 구역에 안전 설비를 강화하고 사망 사고 시 가중처벌을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아래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의 가중처벌을 두고 무고한 운전자가 징역을 살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확산되었다.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13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이다. 도로교통법 제12조 1항인 시속 30킬로 제한을 위반하고 안전에 유의하지 않은 경우인지, 30킬로미터 이하로 서행을 하였더라도 사망사고를 내면 무조건 가중처벌을 받는 것인지에 대해 확실한 인지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자가 확실시 되어 ‘무과실이어도 징역 3년’이란 이야기가 인터넷에 퍼지게 되었다.
이러한 논란에 법안을 발의한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과의 인터뷰에서 가중처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고의성이 있거나, 속도를 지키지 않거나, 지켜야 할 것을 충분히 지키지 않을 때 가중처벌을 하는 것이지 무조건 모든 사고를 다 가중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규정에 따라 시속 30km 이내로 운전했는데 사고가 나는 경우는 정상참작이 돼 가중처벌을 안받을 수 있다"
무과실도 무조건 징역 3년에도 오해가 있는데, 법정형은 감형될 것을 감안하여 제정되는 경향이 있다. 윤창호 법중 하나인 음주운전 특가법 역시 징역 3년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재판부는 윤창호법 시행일에 범행를 저지른 피고에게 1년 6개월 형을 선고하였다. 시행일에 범죄를 저질러 실행이 불가피하나 피고가 반성하고 유가족과 합의한 것을 감안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간 교통사고에 있어 불법주정차 및 무단횡단 등의 이유로 운전자가 불가피한 상황인 경우 정상 참작되었기에 민식이법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도 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를 위해 스쿨존 내에서 안전운전을 하자는 경각심을 주기 위한 의도로 발의되었다. 법사위의 임시회의록을 보면 김오수 법무부장관직무대행이 특가법에 대해 “여기는 어린이 구역에서 특별하게 보호를 하자는 차원이어서 금고 보다는 징역형 정도로 해서 어린이를 좀 더 강하게 보호하자, 이런 의지를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발언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통상 교특법은 금고형, 특가법(고의범)은 징역형이나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징역형으로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스쿨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은 총 31건이며, 지난해 2018년에는 3건의 사망사고가 있었다.
2018년의 사망사고 법규위반 내역은 안전의무 불이행, 보행자보호의무위반, 그리고 신호위반이다. 2017년 사망사고 법규위반 내역 역시 안전의무불이행(3건), 보행자보행의무위반(2건), 신호위반, 과속, 미분류(각 1건) 위반사례가 크게 다르지 않다. 2018년 사고의 경우 3건 중 2건이 횡단중, 2017년은 8건 중 6건이 횡단중에 발생하였다. 사망사고 피해자를 살펴보면 2018년 3건 모두 초등학교 1학년이었고, 2017년은 5세(1), 6세(1), 7세(2), 8세(2), 10세(2)이다.
도로횡단에 익숙하지 않고 사고에 대한 인지가 낮은 저학년들이 사고에 쉽게 노출됨을 알 수 있다. 민식이 법은 이렇게 길을 건너는 것에도 서툴고 작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 보호 구역의 제한속도가 30킬로미터인 건 30킬로로 주행시 차량과 어린이 보행자가 충돌하더라도 중상 가능성이 15.4%정도이기 때문이다. 학교 앞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율이 전국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세종시는 보행 중 어린이 교통사고가 가장 적다고 한다. 지금의 제도는 어린이의 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제도가 완전히 지켜지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제도에 맞춰 노력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으로 사고가 줄어들고 있다.
민식이법이 통과되기 전, 경찰청에서 법안처리에 맞춰 어린이보호구역의 안전을 강화하는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대책’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안전진단 확대, 통학로에 경찰관 추가 배치, 불법주정차 계도 및 단속, 어린이 보행자 보호 강화 제도 개선, 교통안전교육 및 홍보 등을 내용으로 한다. 이 중 어린이 보행자 보호 강화 제도에 ‘보호구역 내 무신호 횡단보도에는 일시 정지 및 서행 의무 부과’가 있다.
민식이 법이 통과되고 출근길 스쿨존을 지날 때마다 횡단보도를 한 번 더 보게 되었다. 회사 근처 초등학교는 8시 50분이 지나면 교통지도를 하는 학부모들이 철수하는데 이때가 되니 신호등이 초록불임에도 차들이 횡단보도에 걸쳐져 있었다. 그날 학교 앞에 조금 늦게 도착한 작은 아이는 교통지도를 철수하려던 어느 학부모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게 되었다. 법은 가중처벌을 고려하고 경찰정은 강화대책을 추진하는데 현실은 아이에게 길을 건너도 된다는 신호등 초록불도 안전하지 않았다.
어린이에 대한 일이라면 기성세대가 과하다고 느낄 정도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를 지나 현재를 살지만, 아이들은 현재를 지나 미래를 살아가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지금과 똑같이 흐르게 둘 수는 없다. 어른들의 기준을 아이에게 물려주어선 안 된다.
안전에 대한 우리들의 의식이 아직 부족하니 강력한 제도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 그게 바로 민식이법이다. 제도만 지켜지더라도 아이들은 보호구역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어른들은 충분히 어린이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글 -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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