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처리즘의 그림자 아래 태어난 서브컬처의 미학
1980년대 영국은 차가웠다.
공장은 멈춰 섰고, 노동자는 거리로 내몰렸다. 마거릿 대처의 신자유주의는 영국의 낡은 체제를 뒤집었지만, 동시에 ‘공동체’라는 단어를 잃게 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희망 대신 분노와 허무를 옷 안에 숨겼다.
그들의 이름은 훌리건(Hooligan), 그리고 **캐주얼즈(Casuals)**였다.
‘캐주얼즈(Casuals)’는 단순한 스트리트 패션이 아니었다.
이는 축구 훌리건의 위장을 위한 미학이었다.
1970~80년대 리버풀, 맨체스터, 런던의 젊은이들은 경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유니폼 대신 유럽 원정길에서 본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와 프랑스 아웃도어룩을 입기 시작했다.
Stone Island, CP Company, Fila, Sergio Tacchini, Lacoste, Ellesse —
그리고, 자국의 고가 브랜드들을 입었다
Burberry, Aquascutum, Pringle of Scotland, Lyle & Scott —
이 브랜드들이 바로 ‘폭력과 스타일이 공존하던 거리의 아이콘’이 된 이유다.
그들의 패션은 독특했다.
테러리스트처럼 얼굴을 가리진 않았지만,
자기만의 ‘드레스 코드’로 정체성을 증명했다.
‘나는 누구보다 세련됐고, 싸움도 잘한다’는 무언의 선언이었다
이 문화를 가장 생생하게 담은 영화들이 있다.
<The Firm>, <The Football Factory>, <Green Street Hooligans>, <The Business> —
이 네 편은 각각 다른 결로 캐주얼즈 문화를 재현한다.
〈The Firm〉(2009) – 게리 올드먼의 원작(1989)을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훌리건 조직의 리더들이 얼마나 세련된 외양으로 폭력을 포장했는지를 보여준다.
트랙탑 위의 Fila 로고, 구두처럼 빛나는 Adidas Gazelle, 그리고 Burberry 체크 스카프가 등장한다.
〈The Football Factory〉(2004) – 런던 첼시 훌리건들의 거친 욕설과 함께,
Stone Island 팔의 컴퍼스 패치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것은 ‘전투복’이자 ‘명예의 상징’이다.
〈Green Street Hooligans〉(2005) –
엘리야 우드가 미국 유학생으로 런던 훌리건 세계에 발을 들이며,
축구장 밖에서 ‘형제애와 폭력의 경계’를 배운다.
여기서 캐주얼즈 패션은 계급을 초월한 결속의 언어로 그려진다.
〈The Business〉(2005) – 1980년대 스페인 해변을 배경으로,
런던의 전직 훌리건이 파스텔색 수트, 골드 체인, 페라가모 로퍼로 변신한다.
폭력의 시대가 끝나고 ‘돈과 명품’의 시대로 넘어가는 순간,
캐주얼즈는 ‘유혹의 패션’이 된다.
영국의 수 많은 서브 컬쳐는 자신들만의 리그였다.
Punk, Skinhead, Goth, Rocker, Mods —
기존의 서브 컬쳐는 추구하는 가치와 스타일의 공통분모로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로 교류하였다.
그러나, 캐쥬얼즈는 기존 백인 남성 노동자 계층의 '남성성'을 강조한 서브 컬처와는
달랐다. 고가의 스포츠, 캐쥬얼 브랜드를 수용함으로써 감각적 요소를 추가하였다.
그리고, 캐쥬얼즈는 대중들이 수용하였다.
오늘날 런던 스트리트에서
Stone Island, Fred Perry, Adidas Samba, Lacoste 폴로 셔츠를 입은 젊은이들을 보면
그 뿌리가 어디서 왔는지 느껴진다.
그것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반항을 스타일로 번역한 역사’**의 계승이다.
캐주얼즈는 디자이너 브랜드에도 흔적을 남겼다.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오프 화이트,
**킴존스(Kim Jones)**의 디올 맨즈 컬렉션,
스톤 아일랜드와 슈프림의 협업은 모두 이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다.
‘클래식 스포츠웨어 + 거리 감성’ — 지금의 럭셔리 스트리트는
80년대 캐주얼즈의 유산 위에 서 있다.
1990년대 브릿팝의 상징, **오아시스(Oasis)**의 갤러거 형제는
바로 이 캐주얼즈의 후예였다.
리암 갤러거의 파카, 플리스 집업, 버킷햇, 아디다스 스니커즈 —
그의 스타일은 리버풀 거리에서 태어난 캐주얼즈 패션의 정수를 담았다.
노엘의 깔끔한 모즈풍 셔츠와 가죽 점퍼 역시
‘워킹클래스 젊은 노동자의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그들에게 옷은 음악과 다르지 않았다.
둘 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가”를 말해주는 언어였다.
그래서 오아시스의 무대는 늘
‘패션과 사회적 배경이 맞닿은 젊은 노동자 청년들의 선언문’처럼 보인다.
대처리즘은 공동체를 무너뜨렸지만,
그 속에서 태어난 청춘들은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었다.
비록 폭력과 욕설로 얼룩졌을지라도,
그들은 자신들만의 스타일, 음악, 태도로 세상에 맞섰다.
오늘날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진짜 거리의 감성’을 말할 때,
그 뿌리에는 늘 1980년대 영국의 캐주얼즈가 있다.
그들의 옷은 시대의 저항이었고,
지금은 세련된 유산이 되었다.
“패션은 결국, 살아남은 문화의 언어다.”
그 언어를 우리는 여전히 오아시스의 노래 속에서 듣는다.
Don’t Look Back in Anger.
캐쥬얼즈는 분노 대신 스타일로 기억되는,
영국 노동자 계급 청년들의 유산으로 이야기될 것이다.
참고문헌 :
Street Style (Ted Polhemus)
영국의 축구 훌리건 영화에 나타난 1970-80년대 캐쥬얼즈 하위문화의 패션 특성(윤도연 & 서성은)
Working Class Heroes : How Oasis Shaped Fashion Forever (Karlyne Manrique)
The enduring Supersonic style of Oasis (Zak Maou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