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차 디자이너, 20세기 사람이 본 21세기 사람들의 디자인에 대해
25년은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1년 만에 회사로 복직을 하기도 했고, 회사에서는 나름대로 여러 기회를 얻어서(?) 원 없이 디자인해보기도 했다. 9월부터는 산학 프로젝트도 하나 진행했다. 그런데 몇 달 산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요즘 학생들이 내 생각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직접 경험을 해보니 생각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던 찰나 산학이 끝나갈 무렵, 산학을 진행한 학생들로부터 두 곳의 졸업전시에 초대받았다.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에 위치한 디자인컨버전스 학부는 2018년 기존의 커뮤니케이션디자인, 프로덕트디자인, 디지털미디어디자인 세 전공이 하나로 통합된 학부다.
졸업전시는 서울숲에서 진행되었다. 나는 UX/UI나 디지털디자인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해당 트랙의 전시만 관람하였다. 인상 깊었던 점은 크게 3가지 정도가 있었다.
내가 졸업할 당시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한두 개의 분명한 장단점이 있었다. 편집감이 좋은데 그래픽은 약하다거나, UI 설계나 기획은 좋은데 결과물의 시각적인 완성도가 아쉽다거나… 그런데 오랜만에 찾아본 졸업전시에서는 대체로 모든 면이 고르게 좋은 학생들이 많았다. AI 도구의 성장, 양질의 레퍼런스 데이터들,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평균치를 올려놓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AI가 디자인 퀄리티도 올려주고 이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AI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들이 대부분이었다.(전시를 보면서 혹시 의도적으로 주제를 AI 혹은 XR로 통일한 것 같다고 느꼈는데, 질문을 해보니 그건 아니라고 한다.) AI Tool에서 주로 사용되는 여러 인터페이스들이나 생성되는 느낌 등 생성형 AI Tool을 적극적으로 쓰면서 자연스럽게 고퀄리티의 프로덕트에서 영감을 많이 받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주제뿐만 아니라 표현되는 인터페이스 그래픽 등이 인상 깊었다. 이 부분 자체가 주제가 되면서도 작업하는 방식이 되기도 하고 이로 인해 퀄리티가 너무 높았다. 서비스를 설명하는 영상, 이미지 하나하나가 고퀄리티고 사용된 거의 대부분의 실사 이미지는 AI로 제작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나도 학부생 시절 Sketch app의 UI를 보면서 많이 인사이트를 얻었던 것 같다.)
AI에서부터 영감을 얻어 프로젝트로 풀어낸 작품들이 인상 깊었다.
(1) Addito - 알고리즘에 갇혀있다는 것을 페인포인트로 여러 디지털 DNA(일종의 멀티 퍼소나 개념으로 이해함) 각 플랫폼 별 알고리즘을 변형해 주는 서비스
(2) Orvo - MCP, 노드링크 구조 기반의 새로운 창작 툴인데, 모든 서비스들의 API가 오픈된 상황을 가정해서 이 앱 데이터들의 조합으로 또 다른 창작이 가능해지는 서비스
(3) CONIC - 생성형 AI와 LMM을 활용하여 개인화된 이모지 생성 채팅 경험
AI와 미래 툴들을 사용하며 얻은 시각 재료들이 눈에 띄었다.
서로 다른 주제와 프로젝트이지만 노드, Oragnic 한 쉐입들 그리고 XR 인터렉션을 설명하기 위한 3d 손의 표현이 인상 깊었다.
버추얼 아이돌 제작 플랫폼, 지하철 XR 디스코 파티 같은 프로젝트들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확실히 경험해 온 시대가 다르고 그렇게 쌓아온 재료에 따라 다른 주제의 디자인이 나오는구나. 내가 졸업할 당시 주요 아이템은 가령 아래와 같았다. (ex. 테니스 치는 사람들을 위한 매칭 플랫폼, 명상 기반 힐링 플랫폼,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또한 메가 트렌드를 쫓아가는 건 어쩌면 가장 쉽게 시선을 사로잡는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또한 졸업전시장 앞마다 위치한 인생 네 컷 부스, 그리고 그 앞에 서있는 학생들에서도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시각디자인과는 설명이 필요한가. 여전히 한국 디자인의 본진 같은 느낌이었다.
홍문관 1층과 7층에서 진행된 워낙 전시는 양도 많았고, 분야도 다양해서 정리하기가 어렵지만 개인적인 감상을 크게 2가지 정도 적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느낀 첫 번째 느낌은 Hyper(?)한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브랜딩과 미디어아트를 다룬 작품에서 많이 느꼈다. 레퍼런스가 없는 정말 긍정적인 의미로 개성이 강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최근 시스템서울, 에피 등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하이퍼팝 뮤지션들의 느낌이랄까? 트렌디하다.)
당장 젠틀몬스터 매장과 국현미에 있어도 자연스러운 너무 고퀄리티의 아름다운 작품…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만든 것인지 상상조차 안된다. 힙하다 아니 하입 하다.
디자인이 싫은데 디자인과에 온 사람이 얼마나 될까? 홍대 시각디자인과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디자인하는 것이 많았다. 아이돌, 오토바이, 향수, 녹차 등 자신이 흥미를 가진 주제에 디자인을 입히는 경험 그것을 졸업전시를 한 경험은 하마 학생들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실무자 관점에서는 본인이 하고 싶은데로 믿는 데로 디자인을 끝까지 완료해 볼 수 있는 학생들이 부러웠다.(개인작업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가장 기억나는 것들은 졸업 전시를 마친 학생들이 행복해 보이고, 질문을 했을 때에 눈을 반짝이며 설명해 주던 모습들이 기억난다.
졸전을 보고 나오면서 가장 크게 든 생각은, 나도 무언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일 말고 순수하게 내가 하고싶은데로...)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개인 작업에 대한 욕구도 오랜만에 올라왔다. 그리고 이렇게 브런치 글까지 쓰게 만든 걸 보면, 이번 졸전이 나에게 꽤 큰 힘을 준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작품을 만든 학생분들을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 들었다.
아마 저들 중 누군가는 정말 좋은 디자이너들이 되겠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전에 누가 그랬었는데 디자인전공은 끝까지 디자인 하는 것 만으로 반은 성공한거라고...)
가끔은 이렇게 학생들의 졸업전시를 찾아다니는 것도 나에게 좋은 자극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종종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