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화가 뭉크의 뒷이야기
2021년, 뭉크의 대표작 <절규>에서 "Kan kun være malet af en gal Mand !" 이라는 숨겨진 메시지가 발견되었습니다. "미친 사람만이 그릴 수 있다"라는 뜻인데요, "누군가 고의로 작품을 훼손한 것이다" "뭉크가 직접 쓴 것이다" 등 여러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이후 노르웨이 국립 미술관에서 판독한 결과 뭉크의 글씨와 비교했을 때 의심할 여지 없이 뭉크의 필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뭉크'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사에 불운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불운한 가정사는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 그에게 우울함과 정신병을 가져다주었는데요, 가족들의 연이은 죽음과, 사랑은 커녕 여성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만 갖게 되었습니다. 과연 어떤 사건들이 '뭉크'를 불행하게 만들었기에 뭉크 특유의 어두운 작품세계가 만들어진 걸까요?
"예술은 기쁨과 고통에서 비롯되지만, 대부분 고통에서 비롯된다."
2남 3녀 중 둘째였던 뭉크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어머니와 같은 질병으로 큰누나까지 잃었습니다. 남은 가족들까지 정신병,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충격으로 광신도가 되어버린 아버지는 뭉크에게 학대를 가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뭉크는 불운 속에도 유일하게 돌봐주었던 이모 '카렌'의 도움으로 미술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떠난 프랑스 유학 도중 아버지의 사망 소식까지 접하며 뭉크 곁에 또 한 번 죽음이 찾아오게 됩니다.
어머니, 두 누나의 죽음으로 여성 공포감을 갖게 됩니다. 이때까지는 혐오감을 갖진 않았는데요, 이후 만난 여성들이 불륜, 환승 결혼, 스토킹, 심지어 자살 소동을 벌이기까지 합니다. 오발 사고로 뭉크는 손가락 하나를 잃게 됩니다. 이후 손을 그리지 않는다든지, 뭉툭하게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여성 공포,혐오,불안을 갖고 있던 뭉크가 유일하게 의지하던 이모 '카렌'의 죽음에 충격받아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뭉크의 첫사랑 '밀리'는 인기가 매우 많은 여자였습니다. 이런 그녀를 사랑했던 뭉크는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는 등 여러 충격적인 경험을 겪게 됩니다. 이 작품의 원래 제목은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준 여자를 모티브로 <사랑과 고통>이라 지었으나, 핏빛 머리의 흡혈귀에게 물어 뜯기는 것처럼 보여 <흡혈귀>라는 다른 제목이 붙여졌습니다. 뭉크는 이 작품을 통해 여성은 쾌락을 주는 동시에 고통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후 뭉크는 베를린에서 여러 예술가들과 교류하게 되는데, 자신의 소꿉친구이자 연인이었던 '디그니'를 베를린에서 만나게 된 친구에게 빼앗깁니다. <질투>, <이별> 등의 그림으로 그녀를 붙잡아 봤지만 결국 디그니는 뭉크의 친구와 결혼하게 되고 분노와 배신감을 담은 작품 <마돈나>를 탄생시킵니다.
한참 좌절에 빠진 뭉크는 '툴라 라르센'과 만나게 됩니다. 이전의 여자들과는 다르게 적극적이었고 예술에도 해박했지만, 그 사랑과 적극적인 관심이 너무 지나친 것이 화를 부르게 됩니다. 그녀는 뭉크에게 심한 집착 증세를 보이며 결혼을 요구했는데 뭉크가 점점 밀어내자 받아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며 권총을 들고 협박을 하기 시작합니다. 하필 이때 총이 잘못 발사되면서 뭉크의 손가락에 맞게 되는데 이 사건 이후 그려진 그림이 <마라의 죽음>입니다.
자크루이다비드의 <마라의 죽음>
'장 폴 마라' 그는 프랑스 대혁명 시대의 정치가로, 자코뱅당을 이끌고 지롱드당을 공격하였으나, 지롱드당이었던 '샬롯 코르데'라는 여자의 칼에 찔려 죽은 모습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여자(샬롯)에게 배신 당하는 남자(마라)에 본인의 상황(툴라에 대한 분노)을 대입히여 그린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절규>는 작품 속 인물이 손을 얼굴에 댄 채 소리 지르는 그림으로 유명한데요, 사실 작품의 의미는 그 반대입니다. 들리는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귀를 막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인데요, 대체 무슨 소리가 들렸기에 귀를 막고 있었을까요?
"친구와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해질녘이었고 약간의 우울함을 느꼈다.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나는 죽을 것 같은 피로감에 난간에 기댔다. 그리고 핏빛 하늘에 불타는 듯한 구름과 암청색 도시가 있었다. 그때 자연을 관통하는 커다란 비명 소리를 들었다."
정리해 보자면, 뭉크는 비명을 지른 것이 아니라 자연이 뿜어내는 절규, 비명이 무서워서 귀를 막고 있던 것입니다. 보통 <절규> 속 인물을 따라 해보자면 손을 볼에 갖다 댄 채 소리를 지르는데요, 사실은 반대로 귀를 막고 소리를 차단하는 모습입니다!
요동치는 하늘과 노을을 넘어선 핏빛 하늘, 온전치 못한 뭉크의 모습으로 보아 감정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로 보이는데요, 뭉크는 죽을 것 같은 느낌에 겨우 난간을 붙잡고 서있다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때의 감정을 그림으로 그려냈습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배경(하늘)과 뭉크는 요동치고 있는데 뒤쪽에 있는 두 명의 친구와 배는 안정적인 모습입니다. 이렇게 다르게 표현된 이유는 뭉크가 작품에 본인의 내면세계와 외면세계를 동시에 담아냈기 때문인데요, 요동치는 배경과 인물은 내면세계를 표현한 것이고 바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과 배, 곧게 뻗은 다리는 외면세계를 나타낸 것입니다.
<절규> 그림 속 장소이자 뭉크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배경인 '에케베르크 언덕'은 실존하는 장소로 뭉크의 어머니, 누나, 아버지의 장례식이 치러진 장소였습니다.
<절규>는 무려 30점이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30점 모두 모작이 아닌 진품입니다. 뭉크는 '작품은 삶을 담은 일기'라 말할 정도로 작품에 대한 애착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작품이 팔리고 나면 소장하기 위해 다시 그렸는데요, 뭉크에게 그림은 어렸을 때부터 지닌 불안과 공포를 달래고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입니다.
1893년의 <절규>가 가장 초기 버전이며, 제일 널리 알려진 그림이 1893 유화버전 <절규>입니다.
상단에 새긴 본인의 이름 EDVARD MUNCH 를 자세히 보면 D와 N이 거꾸로 쓰여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작 과정 중 좌우가 바뀌는 판화의 특성에 익숙하지 않은 시기였던 뭉크의 실수로 추정되는데요, 그럼에도 이 자화상은 뭉크의 판화 자화상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입니다. <팔 뼈가 있는 자화상>은 묘비석과 상당히 유사한 모습입니다. 까만 배경과 대비되는 창백한 얼굴, 앙상한 팔뼈는 죽음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뭉크는 이 작품을 그릴 때 자신은 이미 심리적으로 죽은 상태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뭉크의 <태양>은 오슬로 대학의 벽화 의뢰를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정신병원에서 퇴원 후 그린 것으로, 뭉크 작품에서 가장 빛나고 강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고통의 끝에서 발견한 희망을 보여주는 작품인데요, 이후 노르웨이 화폐에 들어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1911년 오슬로 국립대학교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대강당 벽화 공모전에 공모하여 6년 만에 완성한 작품으로 뭉크는 "나에게 그림은 인생의 아픔과 회복의 기록이다"라 말했으며, 뭉크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태양>이라고 했을 정도로, 뭉크 후기작품 중 가장 중요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노르웨이 고액권 1000크로네 지폐의 모델로 쓰였습니다.
*2001년에 발행하여 2020년까지 유통되었습니다.
한때 정신질환자 취급받던 뭉크는 평생을 불안과 우울 속에서 지냈지만 미술만큼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극심한 두려움 속에서도 2만 5천 점의 그림을 그려냈으며, 후기에는 그림으로 희망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신념을 굽히지 않고 활동하여 20세기 초 모더니즘과 표현주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모더니즘
20세기 초, 특히 1920년대에 일어난 표현주의 미래주의·다다이즘 형식주의(포멀리즘) 등의 감각적 ·추상적 ·초현실적인 경향의 여러 운동
*표현주의
20세기 초에 일어난 미술의 한 양식이다. 인상주의, 야수파, 상징주의와 마찬가지로 표현주의는 자연주의 경향에 반대하는 운동
"내가 기억해 낼 수 있는 지난 시간들 내내 나는 깊은 불안감으로 고통을 겪었으며, 나의 예술을 통해 그것을 표현하고자했다"
암울한 삶이었지만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은 뭉크는 죽음을 앞둔 노년기에도 담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히려 그림이 없었다면 나는 벌써 죽었을 것이라며 그림에 대한 애정을 내보였는데요, 이후 1944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뭉크, 평생을 절망과 죽음의 공포 속에 시달렸던 그가 80세까지 장수했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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