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리뷰] 심규선(Lucia) - 혜성 충돌(彗星衝突)
심규선은 Lucia로 활동하던 시절, 에피톤 프로젝트와 함께한 곡들로 자주 들었던 싱어송라이터다. 당시 노래들은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룬 점이 특징적이었다.
보컬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며 호소력이 있고,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몇 년간 신곡을 거의 듣지 못하다가 문득 최근에는 어떤 곡을 노래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예전에는 사랑에 관한 곡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환경, 전쟁,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등 주제가 확장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와닿았던 곡이 바로 이 <혜성 충돌>이다.
이 곡은 혜성 충돌의 순간을 생생하게 그리면서도 두 존재의 불꽃같은 만남과 사랑을 이 우주적 사건에 비유한다. 가사와 곡 분위기가 잘 어울리고, 풍부한 악기 편성과 엔딩의 관악기 연주는 긴 여운을 남긴다. 노래 시작 전 들리는 숨소리는 이 눈부신 여정의 예고이다.
타원의 궤도를 그리며 나는 어디론가 추락하던 중
그 깊고 검은 어둠에서 눈부신 빛을 내는 너를 보네
먼지와 얼음에 휩싸인 채 스스로 불에 타고 있었던 난
너의 중력에 이끌리며 낙하하네 그게 충돌임을 알면서
우주는 고요하고 왜성은 숨죽이네
나와 그 별이 입 맞추던 순간
바다는 끓어오르고 모든 게 기꺼이
휩쓸려 우리의 무질서에
오 그 찬란한 충돌
눈을 감고 나를 전부 받아들여줘
궤도에 부딪혀
너를 데려가려 해
저기 어딘가 다른 세상으로
아득한 공허에 갇힌 채 나를 잠식하며 소멸하던 꿈
내 깊고 검은 어둠의 끝자락을 찢으면서 너는 오네
대기와 위성에 뒤덮인 채 스스로 가둬두고 있었던 난
너의 충돌을 끌어당겨 가속하네 이게 폭발임을 알면서
낙원은 불에 타고 유성은 침몰하네
나와 그 별이 입 맞추던 순간
바다는 끓어오르고 모든 게 기꺼이
휩쓸려 우리의 무질서에
오 그 찬란한 충돌
나를 안고 너를 전부 내게 맡겨줘
궤도를 흔들어
나를 데려가 줄래
저기 어딘가 다른 세상으로
수천수만의 은하
수억 수십억의 별과 태양을 지나
너에게 부딪혀
지금 네가 되려 해
긴 여행을 너에게 마치리
이 곡은 1절에서 혜성의 시점, 2절에서 행성의 시점, 마지막에서 다시 혜성의 시점으로 마무리된다. 가사는 전체가 인상적이지만 특히 마지막 단락이 오래 남는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인연을 만나지만..
(아마도 수많은 전생부터 만나왔을지도 모를)
그 모든 건 종착지가 될 운명의 존재를 만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수천수만의 은하를 지나
수억 수십억의 별을 거쳐
마지막으로 부딪히는 존재.
그 충돌로 긴 여행은 끝난다.
사실 삶의 궁극적 목적, 우리가 도달하게 될 마지막 그곳은 실체 없는 피안의 세계일 것이다. 인간이 홀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본질은 같지만 모양은 다르기에,
나와 너의 만남은 늘 불완전하고 상처투성이지만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합일의 기쁨을 경험하고 세계를 확장하게 된다.
이 노래는 단순히
남녀의 사랑을 우주 현상에 빗댄 곡이 아니다.
두 존재의 만남과 깨어남, 그리고 확장을 다룬 노래다.
하나는 추락하던 중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기에 그 충돌이 더욱 찬란했을 것이다.
내 전부를 내던질 수 있는 그런 마음,
사랑으로 너를 받아들이고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서로의 세계가 확장되고
이전에 없던 새로움을 낳게 된다.
그것이 바로 창조,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