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일과 사랑, 그리고 창조(예술)

[음악 리뷰] 심규선(Lucia) - 혜성 충돌(彗星衝突)

by 나오

https://youtu.be/Csx_Huyi90U


심규선은 Lucia로 활동하던 시절, 에피톤 프로젝트와 함께한 곡들로 자주 들었던 싱어송라이터다. 당시 노래들은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룬 점이 특징적이었다.


보컬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며 호소력이 있고,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몇 년간 신곡을 거의 듣지 못하다가 문득 최근에는 어떤 곡을 노래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예전에는 사랑에 관한 곡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환경, 전쟁,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등 주제가 확장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와닿았던 곡이 바로 이 <혜성 충돌>이다.


이 곡은 혜성 충돌의 순간을 생생하게 그리면서도 두 존재의 불꽃같은 만남과 사랑을 이 우주적 사건에 비유한다. 가사와 곡 분위기가 잘 어울리고, 풍부한 악기 편성과 엔딩의 관악기 연주는 긴 여운을 남긴다. 노래 시작 전 들리는 숨소리는 이 눈부신 여정의 예고이다.





타원의 궤도를 그리며 나는 어디론가 추락하던 중
그 깊고 검은 어둠에서 눈부신 빛을 내는 너를 보네
먼지와 얼음에 휩싸인 채 스스로 불에 타고 있었던 난
너의 중력에 이끌리며 낙하하네 그게 충돌임을 알면서


우주는 고요하고 왜성은 숨죽이네
나와 그 별이 입 맞추던 순간
바다는 끓어오르고 모든 게 기꺼이
휩쓸려 우리의 무질서에


오 그 찬란한 충돌
눈을 감고 나를 전부 받아들여줘
궤도에 부딪혀
너를 데려가려 해
저기 어딘가 다른 세상으로


아득한 공허에 갇힌 채 나를 잠식하며 소멸하던 꿈
내 깊고 검은 어둠의 끝자락을 찢으면서 너는 오네
대기와 위성에 뒤덮인 채 스스로 가둬두고 있었던 난
너의 충돌을 끌어당겨 가속하네 이게 폭발임을 알면서


낙원은 불에 타고 유성은 침몰하네
나와 그 별이 입 맞추던 순간
바다는 끓어오르고 모든 게 기꺼이
휩쓸려 우리의 무질서에


오 그 찬란한 충돌
나를 안고 너를 전부 내게 맡겨줘
궤도를 흔들어
나를 데려가 줄래
저기 어딘가 다른 세상으로


수천수만의 은하
수억 수십억의 별과 태양을 지나
너에게 부딪혀
지금 네가 되려 해
긴 여행을 너에게 마치리




이 곡은 1절에서 혜성의 시점, 2절에서 행성의 시점, 마지막에서 다시 혜성의 시점으로 마무리된다. 가사는 전체가 인상적이지만 특히 마지막 단락이 오래 남는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인연을 만나지만..

(아마도 수많은 전생부터 만나왔을지도 모를)

그 모든 건 종착지가 될 운명의 존재를 만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수천수만의 은하를 지나

수억 수십억의 별을 거쳐

마지막으로 부딪히는 존재.

그 충돌로 긴 여행은 끝난다.



사실 삶의 궁극적 목적, 우리가 도달하게 될 마지막 그곳은 실체 없는 피안의 세계일 것이다. 인간이 홀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본질은 같지만 모양은 다르기에,

나와 너의 만남은 늘 불완전하고 상처투성이지만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합일의 기쁨을 경험하고 세계를 확장하게 된다.


이 노래는 단순히

남녀의 사랑을 우주 현상에 빗댄 곡이 아니다.

두 존재의 만남과 깨어남, 그리고 확장을 다룬 노래다.


하나는 추락하던 중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기에 그 충돌이 더욱 찬란했을 것이다.



내 전부를 내던질 수 있는 그런 마음,

사랑으로 너를 받아들이고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서로의 세계가 확장되고

이전에 없던 새로움을 낳게 된다.



그것이 바로 창조,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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