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게 아닌 걸 수도 있다.
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잠시 쉬는 동안 내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던 게 '클라이밍'이었다.
지치고 힘들 때, 혹은 무기력해질 때 좀 귀찮더라도 운동을 하고 나면 어느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사실 살아오면서 세 달 넘게 꾸준히 한 운동이 없었는데 이제 평생 운동을 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을 쉬고 있으니 낮에 여유가 있어 영어 회화 학원을 다닌 적이 있다. 한 번은 자신의 꿈이나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나는 공부도 더 하고 대학원도 진학해서 미술 교육에 대해 더 연구하고 싶다는 둥 나름 현재의 계획에 대해 말했었다. 한 명씩 돌아가며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한 여자분 말씀이 나에겐 너무 충격적이었다.
요즘 기타를 배우고 있는데
아직 서툴지만 정말 재밌더라고요.
언젠가 곡 하나를 멋지게 연주하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
세상에. 꿈이라고 표현하기엔 너무 소소한 게 아닌가. 사람마다 생각이 정말 다르구나... 당시에는 그분이 참 소박한 사람이고 뭐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머리로만 이해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 그 이야기에 너무도 절실히 공감이 된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을 때, 또 인생이 내 맘대로만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을 때, 일도 인간 관계도 다 내려놓고 나니 삶이 단순해졌었다. 다시 일을 시작하더라도 또 시련이 오더라도 어찌 됐든 운동만은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운동을 하는 시간만큼은 잡다한 생각에서 벗어나 오로지 홀드를 하나하나 잡아가며 다음, 또 그다음으로 넘어가는 일만 생각하면 되기 때문이다. 힘든 루트를 갈수록 땀이 더 쏟아지고 몸에 힘이 더 실린다. 완등을 해도 좋고 못해도 좋다. 그냥 어떤 목표나 이유 없이도 그 행위 자체가 즐거우면 그만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살아내고 매일은 못하더라도 그 하루의 마지막을 운동으로 마무리 짓고, 집에 오는 길에 배가 고프면 뭐라도 간단히 먹고...
번화가인 집 근처 사거리를 지날 때면 수많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술이 좀 취했는지 무리 지어 하하 호호 지나가는 직장인들, 줄지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앳되어 보이는 학생들...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얼굴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
산다는 게 어쩌면 별 게 아닌 걸 수도 있다.
오늘 하루 어딘가에 기대어
외로움도 슬픔도 다 잊어버리고
즐거워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
언제라도 꾸준히 기댈 수 있는, 진짜 오롯이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브런치 북 [마음을 뒤흔드는 것들]은 이번 편 12화로 연재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총 12편의 글은 제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7-8년 전에 썼던 글들을 다듬어 올린 것입니다. 당시 매일 일기를 쓰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마음을 비우고 하루하루를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과거의 글들을 발판 삼아 지금의 글들을 계속 써나가고자 합니다.
브런치를 찾는 이들은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요.
우리의 글들이 서로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