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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터치 우주 Dec 10. 2022

빈센트 반 고흐의 크리스마스

사랑으로 가득 찬 따뜻하고 풍요로운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2019년 여름, 빈센트 반 고흐의 인생을 알게 되면서 화가 빈센트가 아닌, 인간 빈센트에 빠져들었다. 평생 동안 사랑을 갈구했지만, 끝내 부모로부터도 외면받고 사랑받지 못했던 그를 위로하겠다며 애잔함과 존경심을 담아 빈센트 오마쥬 시리즈 작업을 시작했다. 3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고흐의 삶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살아가는 나의 인생을 토닥여 주고 있으며 수십 점의 오마쥬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https://brunch.co.kr/@artistujoo/155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 되고, 자신이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낄 때인 것 같다."
- 고흐가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발췌
평생 타인의 오해, 멸시, 조롱으로
마음을 다치고 고통받았지만
결코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던 고흐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남긴 수백 통의 편지가 없었다면 자신의 귀를 자를 만큼의 기괴한 천재 화가로만 그를 바라보던 나의 선입견은 깨지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빈센트가 생을 마감한 후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가 남긴 그림보다 그가 주변인들에게 보냈던 편지를 통해서였다.


37년을 살면서 때로는 울부짖으며, 때로는 담담하게 써 내려간 600통이 넘는 편지 속에는 그가 어떠한 태도로 삶을 대했는지,  예술과 사랑의 진정한 가치를 찾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그의 처절한 몸부림이 그대로 담겨 있다. 새로운 희망을 품다가도 어김없이 찾아왔던 고난 속에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던 고흐였다.

"나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고, 살지 않을 것이고, 살아서도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얼어붙든가 돌로 변하거나 할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숭고하게 보인다. 평범한 여자를 사랑하고, 또 그녀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인생이 아무리 어둡다 해도."

"사랑에 빠지면 태양이 더 환하게 비추고 모든 것이 새로운 매력을 갖고 다가온다. 깊은 사랑에 빠지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데, 그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사람으로부터 끊임없이 오해와 상처를 받고 버림을 받으면서도 고흐는 사랑을 갈구했고, 가족을 그리워하며 삶을 사랑했다. 미술 재료를 살 돈은커녕 생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에게 손을 내밀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기를 바랐다.

고통 한가운데를 거칠게 살아가면서도
또 다른 누군가의 고통을 어루만지던 고흐

36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 간 고흐는 한 곳에 2년 이상을 정착하지 못했고, 이곳저곳을 떠돌며 희망과 절망을 반복했다. 한 곳에 머물며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는 것이 그에게는 왜 그토록 어렵기만 했을까. 다른 사람들처럼 가정을 이루고 그로부터 알게 된 평범한 즐거움과 슬픔의 감정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다며 간절하게 바라고 또 바랬지만 끝내 그 소박한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음에 위안이 필요할 때마다 나는 습관적으로 고흐에 관한 책을 다시 꺼내 읽곤 한다. 저마다 짊어지고 있는 고민의 깊이와 강도를 비교할 수 없으며 비교가 된다고 해도 무의미 하지만, 고흐의 인생을 다시 만날 때마다 시공간을 초월한 그의 삶은 내게 그 자체로 가장 훌륭한 심리 서적이 되어 인생과 사람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다시 일깨워준다. 인간관계가 버겁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포기하고 좌절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또 다른 희망의 빛을 발견하려고 했던 고흐를 떠올린다.

위험의 한가운데 안전한 곳이 있는 법이지.
우리에게 뭔가 시도할 용기가 없다면
삶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니?


올해도 어김없이 추운 겨울이 찾아왔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고흐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책과 테오에게 남긴 편지들을 읽으며 누구보다 쓸쓸한 마음으로 맞이 했을 고흐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린다.


아들을 정신병원에 보내야 한다는 말을 아무럽지 않게 하던 아버지와 평소 갈등을 빚던 고흐는 성탄절을 앞두고 교회에 가지 않겠다고 또 한 번 맞서며 크게 다퉜고 1881년 크리스마스를 집에서 보내지 못한 채 또다시 낯선 곳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크리스마스 날 집을 떠나는 게 좋겠다고 말하는 아버지 앞에서 고흐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온다. 하지만 고흐에게 비극의 크리스마스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1888년 크리스마스이브를 하루 앞둔 12월 23일, 고흐는 고갱과의 갈등이 극에 달했고 자신의 귀를 자르는 일이 벌어졌다. 그야말로 고흐의 우울이 극에 달한 최악의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고흐의 어머니는 상처 입은 귀를 치료하기 위해 고흐가 아를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은 물론, 생레미의 요양원에서 홀로 지낼 때도, 총상을 입고 생사를 오가던 고흐의 마지막 길에도 오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저는 계속 고독하게 살아갈 것 같습니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도 망원경을 통해 희미하게 바라보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 고흐가 어머니에게 쓴 편지에서 발췌


1890년 고흐는 가슴에 권총을 쏘고 쓰러졌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테오에게 "이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다."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의 바람대로 모든 것은 끝이 났다. 하지만 그토록 가혹했던 인생은 끝이 났지만, 그림을 향한 열정은 끝나지 않은 듯하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영원히 존재하는 빛나는 별이 되었다.


그림으로 사람들의 영혼을 어루만져 주고 싶다는 고흐처럼, 나의 그림으로 고흐의 영혼을 어루만지며 그의 크리스마스를 축복하려고 한다. 가족의 품을 떠나야만 했던 외로운 떠돌이 고흐는 더 이상 없다. 스스로 자른 귀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홀로 남겨진 고흐도 존재하지 않는다. 생계의 위협을 받으며 근근이 살아가는 가난한 고흐도 없으며, 사람들에게 미치광이라고 손가락질받던 고흐도 없다. 마음을 표현하면 할수록 부담스럽고 기괴하다며 고흐를 피하던 사람도 없다. 그의 초라한 행색과 특이한 언행을 냉혹하게 비판하며 그를 부끄러워하고 외면했던 부모도 없다.

마음 편히 몸을 쉴 수 있는 그만의 공간이 존재한다. 혼자여도 좋고 누군가를 초대해도 좋은 아늑한 공간이다. 그의 바람처럼 색채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안전한 장소이며, 문이 닫힌 이 방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공간에 고흐가 쉬고 있다. 언제나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그를 지켜봐 주는 강아지도 함께여서 외롭지 않다. 술과 음식을 마음껏 살 수 있는 돈도 있으며,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미술 재료도 풍족하다. 깊은 어둠 속에서 별은 더욱 환하게 빛나듯, 그가 존재하는 공간은 그 어떤 곳보다 밝게 빛나고 있다.

상처 입은 자가 바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 심리학자 카를 융 -

우리는 되도록 더 많은 것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해. 진짜 힘은 바로 거기서 나오기 때문이란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더 행복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어. 그 사람 역시 가끔은 흔들리고, 의심도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속에 신성한 불꽃을 품고 살아갈 수 있지.
-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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