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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Feb 08. 2019

움푹 파인 공간은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

Anish Kapoor - Descent into Limbo, Havana, 2016



아니쉬 카푸어의작품은 강렬하다. 그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심미성을 넘어 공포와 현기증마저 느끼게 한다. 그가 강렬한 색채, 혹은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깊은 심연의 공간을 통해 말하고자 한 바는 무엇일까. 안으로 우묵하게 파인 그의 조각은enclosed space를 창출하며 내부성을 강조한다. 카푸어는 함몰된 공허의 공간을 두드러지게 가시화하면서도 관람자에게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여 그러한 빈 공간의 잠재성을 강조한다. 그의빈 공간은 무한은 곧 유한의 다른 측면이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또한 그는 가공되지 않은 원색의 안료가루를 작품의 표면에 덮어 벨벳과 같은 질감을 부여한다. 견고한 오브제와 섬세한 가루상태의 안료가 결합되어 조각적 실체와 회화적 시각성이 결합되어 있다. 이러한 색채의 사용은 그의 문화적인 배경과 회화와 조각사이를 오가는 그의 작품의 성격을 드러내며 카푸어에게 있어서의 이분법을 이해하는 중요한 관건이 된다.



Anish Kapoor, 1000 Names, 1982



Anish Kapoor, Sky Mirror, Red, 2009



카푸어에게 이분법은 인간 조건의 근본적인 요소이다. 인도인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 그리고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으로이주한 그의 문화적 배경은 자연스럽게 이중적 요소의 대립적 관계를 안고 있으며, 그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바에도 그러한 대립성의 이슈가 중요한 주제로 스며들어 있다. 그의 작업은 이중적인 요소들사이의 지속적인 변형과 진화의 영역에 존재하며 모순적인 요소들 사이의 찰나적인 결합을 꿈꾼다. 또한, 그가 보는 이로 하여금 불러일으키고자 했던 감정은 심미적 아름다움을 뛰어넘은 육체의 원초적인 감각과 연결되어있다. 카푸어는 미술작품이 심미성보다 더 심오한 숭고를 목적으로 한다고 믿는다. 아름다움뿐 아니라 공포까지 포괄하는 숭고의 순간에 육체적 감각은 우리를 한 단계 더 높은 정신적인 세계로 끌어올리며 그 순간의 유일무이한 경험을 하게 한다. 상실과 부재는 고통과 기쁨이 혼합된 숭고의 경험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카푸어의 조각이 품고 있는 움푹 들어간 빈 공간은 그런 육체적 감각과 정신적 초월을 하나의 자궁 속에 품고 있는 모태의 공간이다.




아트렉처 에디터_조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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