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해 주신 분들께 드리는 편지
1월 중순의 평일 낮,
상암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의 상영관에
한 영화가 처음으로 걸렸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웰다잉>입니다.
진작에 감사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SNS상으로만 올리고
브런치에는 늦게 올리네요.
그간 각종 오디션과 촬영, 설연휴 때문에
정신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것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스태프 겸 배우분들이 힘을 합쳐서 만든
정말 작은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일날 정말 많은 관객분들이 오셔서 놀랐습니다.
특히나 저를 응원하시겠다고
타 지역에서 상암까지 시간 내어 오신 분들,
시간 내어 잠깐 들렀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손을 꼭 잡아주셨던 분들,
수줍은 얼굴로 제게 꽃다발과 정성스레 쓴
손 편지를 내밀던 동생들,
그리고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는
저의 말을 기억하고
그 유행한다는 두쫀쿠를 웨이팅 해서 사온 친구들,
이전에 같이 영화 작업을 했던 연출님들과
동료 스태프분들,
대학 시절 소설을 같이 쓰던 문우분들까지.
오랜만에 마주한 얼굴들이 유난히 또렷했고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이 영화는 작은 영화입니다.
저는 시나리오 작업과 주연, 그리고 스태프일을 처음으로 감당했습니다.
밤을 새우던 날들이 겹겹이 떠오르던 순간,
영화 잘 보았습니다
라는 한 문장이 정말로 마음 깊이 다가왔어요.
처음으로 각본과 주연 배우를 병행했던 영화라서 제게도 의미가 깊지만
함께 고생한 연출부, 제작진, 배우들을 생각하면
더욱 많은 관객분들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상영회 시간대가 평일 낮시간이어서
정말로 괜찮을 때 오시라고
편한 마음으로 결정하시라고 했는데
그럼에도 시간을 내어 와 준 많은 분들 덕분에
그날 상영관은 왁자지껄 너무나 따스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결말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고,
조심스럽게 장문의 후기를 보내준 분들.
직접 써 온 손 편지 속 문장들.
그 편지들을 조심스레 가방 속에 넣어 두었다가
집에 와서 찬찬히 읽어보는데
부끄럽기도 하고
글귀가 머릿속에 한 글자씩
아로새겨진 느낌입니다.
이 마음의 빚을 언제쯤 갚을 수 있을까요?
푸른 장미 한 송이를 선물 받았습니다.
원래 푸른 장미는 자연계에 존재할 수 없어서 꽃말이 '불가능'이나 '포기'였다고 해요.
"파란 장미라니,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라는 냉소의 상징이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인공적인 교배와 유전자 연구 끝에 결국 푸른 장미를 만들어냈고,
그 이후로 꽃말이 '포기하지 않는 사랑',
그리고 '기적'으로 바뀌었대요.
불가능을 기적으로 만드는 건,
결국 포기하지 않고 그 푸른색을 끝까지 지켜낸 시간들이겠죠.
상영관 불이 켜지던 순간
객석에 앉아 있던 상기된 표정의 얼굴들과
손의 온기와
이 하루를 기억하며
배우의 길을
창작자로서의 길을
초심을 잊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 보겠습니다.
작은 영화를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삶의 위안과 감동을 주고 싶어
영화를 시작했던 다짐과
여러분의 응원을 기억하고 포기하지 않을게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