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문을 두드리다

by 어리안




한국인의 의지


그냥 막연하게 이란과 관련된 일들을 하고 싶었다. 그저 남들이 알지 못하고 시도하지 못한 일들을 해내며 성과를 이루는 철 없는 상상 같은 것을 했다. 그런 거품같은 꿈을 실행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컸고 어려웠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조리 했다. 이란관련 서적과 블로그 등을 찾아보기도 했고 한인 커뮤니티 카페도 가입했다. 인터넷 카페에서 유일하게 이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있었고 어학당 있는 도시의 정보들을 얻게 되었다. 내가 가게 된 도시는 제2의 도시 마샤드라는 곳인데 메카처럼 에맘레저가 묻힌 이슬람 성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마샤드에서 진행되는 어학당은 페르도시 대학 안에서 진행되는 수업이었으며 모든 과정은 대학교 입학을 위한 언어과정이었다. 외국인 학생이 현지 대학 내에서 적응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이 되는지 판단해주는 기관으로 아주 체계적이고 다양한 수업들이 진행된다. 꼭 목적이 입학이 아니더라도 본인의 목적에 맞게 맞춤형 수업을 배정할 수도 있다. 어쨌든 영어도 이란어도 되지 않는 나는 번역기를 돌려가며 이메일을 보냈고 지속적으로 어학당에 입학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어떠한 답장도 받지 못했다. 마침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온 친구에게 영어로 대리 전화를 부탁했다.



" 나는 한국에서 이란을 갈 예정이며 이미 티켓을 끊었다"

"내가 챙겨가야 할 것들이 있으면 알려달라 "


감사하게도 친구가 대화를 잘 해준 덕분에 담당자분께서 메일을 확인해주셨고 필요한 서류와 팁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한국처럼 행정이 빠르지 않을 뿐더러 계속 진행 과정을 확인하지 않으면 일처리는 거의 멈춰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이란으로 떠났다. 여행 동료가 없이 혼자 덩그러니 이란에 온 것은 처음이었기에 많이 긴장이 되고 위축이 되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기차를 타고 14시간을 달려 마샤드에 도착했다. 기차역 앞에서 택시를 타고 페르도시 대학으로 향했다. 이란 내에서 워낙 유명한 대학교라서 그런지 어려움 없이 찾아갈 수 있었다. 1년치 살림이 든 이민가방을 낑낑대며 대학교 안으로 들어 갈려고 하는데 경비실 아저씨께서 나를 강력하게 제지하셨다. 당연한 건데도 나는 그 당시 조금 무대포식의 행동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아저씨께서는 대충 학생증이 없이는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라고 이야기를 하시는 듯 했다. 말도 안통하는 아저씨를 붙들고 열심히 설명을 하는 중 지나가는 친절한 대학생 친구가 짧은 내 영어를 듣고 통역을 해주었다. 덕분에 행정실과 연락이 닿았고 기숙사와 수업 등록 및 학생증 발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바로 남자 기숙사로 이동했다. 학교 관계자분께서 기숙사 관리아저씨에게 나를 짐 넘기듯 인수인계를 하고 멋쩍은 미소를 남긴 뒤 자리를 떠나셨다. 그렇게 기숙사 입구에서 방 배정을 기다리는데, 숙소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점차 모여들기 시작했다. 털복숭이 아저씨같은 건장한 사람들이 15명에서 20명정도 둘러싸여 나를 지켜보는데 솔직히 너무 긴장이 되고 무서웠다. 낯선 환경에서 혼자 이겨내야 하는 두려움과 무엇을 어떻게 적응을 하고 행동해야 할지 막막했다. 솔직히 눈물이 찔끔날 만큼 상황이 너무 매정했고 난처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미소를 띄우고 그저 기다리는 것 밖에는 없었다.


기숙사 메이트들


나의 방 창문


나는 슈퍼와 가장 가까운 방을 배정받았다. 보통 2-3명정도 함께 넓은 방을 사용하는데 나는 혼자서 지낼 수 있는 방을 배정받았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있는 곳은 현지인들이 지내는 건물 중 하나였고 외국인들은 다른 건물에서 함께 지내는 것이 원칙이었다고 했다. 어쨌든 나는 운이 좋게 현지인들과 함께 숙소 생활을 했고 개인 공간도 있었던 것이다. 흠이라고 한다면 슈퍼 가는 길에 내 방이 아주 잘 보여서 매일같이 친구들의 인사가 이어졌고 슬프고도 행복한 미래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쨌든 방을 배정받고 이민가방에 무식하게 넣어온 짐들을 정리하며 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방문을 두드리며 하나 둘 소문을 듣고 온 친구들이 인사를 하러 왔다. 같은 복도를 쓰고 있는 친구들을 그 날 거의 다 인사했던 것 같다. 낯선 환경과 혼자라는 이유로 많이 긴장이 되었던 하루인데 먼저 찾아와준 친구들의 모습에 나는 점차 마음이 녹아지기 시작했고 하루만에 든든한 친구들이 생겼다. 우스갯소리로 이슬람 국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하나 있다. 그 공통점은 바로 사람들의 이름들이 너무 겹친다는 것이다. 첫 방배정을 받은 날, 많은 호세인들과 알리들 그리고 무함마드를 만났고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 받는 인생 친구 친구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