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2 > 동남아 4개국 자전거여행 (D+10)
2018년 01월 15일 (D+10)
Today : Pa av - kampong thom (102km)
Total : 408km
어젯 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도움으로 우리는 편히 잠을 자고 일어났다. 아침에 닭이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깨니 시골집에 와 있는 느낌이기도 했다. 텐트 속에서 이것 저것 짐을 정리하고 있으니 할머니께서 텐트 앞에 오셔서 무언가를 말하시는데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바디랭귀지가 있으니 아침을 먹으라는 표현임을 이내 깨달았다. 괜찮다고 손세레를 쳤지만 결국 할머니는 우리에게 아침을 내어주셨다. 배부르게 먹고도 남을 만큼 양도 엄청 많이.
우리는 한국에서 챙겨 온 수호랑과 반다비 스티커, 그리고 컵받침을 선물로 드렸다. 우리가 캄보디아여행을 떠올리면 그들을 떠올리게 되듯 그들은 한국이란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를 연상해내실 수 있기를 바라며.
페달링을 하는 만큼 속도가 나고
양 옆, 앞 뒤로는 끝없는 지평선이 펼쳐지는 캄보디아
오늘 하루는 동남아 자전거여행을 시작하고 기록을 갱신하였다. 100km 넘게 달려서 캄퐁톰에 도착하였다. 캄보디아는 전반적으로 평평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번 동남아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면서 찾아보았던 여행기 중 어떤 것에서는 캄보디아의 자전거 여행을 '너무 평평한 지형이라 지루할 정도'라고 이야기 할 정도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짐까지 싣고 달려야하는 자전거 여행자들이라면 어느 정도 평평한 지형을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지루할 정도라니 과연 어떤 정도이지?'라고 생각했는데, 경험해 본 캄보디아는 정말 평평하였다. 페달링을 하는 만큼 속도가 났으며 양 옆, 앞 뒤로는 끝없는 지평선이 펼쳐졌다. 간혹 산이 나타나기도 하였지만 그 정도는 다른 나라에서 그저 언덕으로 불러질 만한 낮은 산이었다. 과테말라 자전거여행을 하면서 너무 많았던 업힐에 힘들어 했던 나로써는 즐거운 일이기도 했지만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마냥 달리는 것이 조금은 심심하기도 하였다.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었다. 물론 이 역시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저 평탄한 삶'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평탄한 삶이 지속된다면 그것을 감사히 여기기 보다는
'내 삶에서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아.'
'나는 참 심심한 삶을 살고 있어.'
라며 아쉬워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또 오르막 내리막길처럼 업다운이 심한 삶이라면
'나의 삶은 너무 다사다난해.'
이라며 불평을 하기도 한다. 지나치게 단조로운 삶도 싫고 지나치게 스펙타클한 삶도 싫은 것일까. 욕심에 끝이 없는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선망이 있는 것일까.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감사히 여기지 못하는 존재일 것일까.
내가 가진 가치관 중에 (그나마) 자랑스러워하는 것 중 하나는 '주어진 것에 감사하기'인 것 같다. 물론 도인도 아니고 성인도 아니기 때문에 그러지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점점 나이가 많아지면서 이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조금씩 더 심화되어지는 것 같다는 점이다. 100%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하고 있는 여행이, 조금은 불편한 것들이 많지만 여전히 좋아서 하고 있는 이 여행이 그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고, 즐겨야하는가. 감사히 여길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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