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PM 이야기
이제 이 회사에 들어온 지도 2달이 지났다. 보통 3개월까지는 일을 배우는 기간으로 보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식에도 New Hire로 인지가 된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면서 이제 본격적인 조직의 일원으로서 본격적으로 맡은 업무를 수행하게 되고 이때부터는 조금씩 업무 평가를 받게 되는 것 같다.
지난 두 달 동안 다양한 업무를 배웠다. 첫 한 달 동안은 매주 매니저와 매주 1 on 1 미팅을 하면서 지난 한 주와 앞으로의 기대사항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 두 번째 달부터는 업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내가 해야 할 업무들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되면서, 격주로 진행하는 미팅으로 빈도가 바뀌었다. 잘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매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판단이 아니었을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본다.
또한 회사 동료들이 너무나 잘 챙겨준다. 정말 착하고 순진하고 서로를 챙겨주는 그런 분위기이다. 이러한 분위기 덕분에 많은 직원들이 이 회사에 오래 근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미국 회사들에서는 근속 연수가 5년이면 긴 편에 속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5년이면 기본이다. 10년 조차 짧은 편이다. 길게는 30년 이상 근무한 분들도 많이 봤다.
최근 몇몇 동료들과 밖에 나가서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Hey Adam! how do you like it so far?
It's been really good, but I sometimes feel overwhelmed.
아직까지는 생각보다 적응도 잘하고 있고, 일도 재미있고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PM 업무의 특성상 타 부서와의 협업이 매우 많고, PM이 다양한 부서의 업무와 미팅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왜 대부분의 회사들이 PM을 뽑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여러 부서와 함께 일해본 경험을 묻는 이유를, 직접 PM으로 일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한국 문화에서 자랐기 때문에 처음에는 나보다 높은 직급의 사람들에게 무언가 요청하는 게 편하지 않았다. 한 두 개의 직급차이면 뭐 해볼 만하겠는데 오히려 PM으로서 타 부서와 일을 하게 되면 최소 Director급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VP들에게도 업무를 부탁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내가 조심스러웠던 부분과는 다르게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가 호의적이고 도움을 주려고 하는 모습에, 나중에 혹시라도 한국회사에서 일을 할 기회가 생기면 나는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러운 부분이 있는데, 바로 회사 내부 부서들과 미팅이 아닌 파트너 회사의 여러 유관부서와 미팅을 하는 경우이다. 나는 OEM 관련 비즈니스도 함께 담당하는 PM이기에 OEM 파트너 회사들과 협력하며, 마케팅과는 크게 연관 없어 보이는 업무에도 내가 key contact point로 지정된다. 최근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진행이 돼 오던 프로젝트에 중간부터 미팅에 참석을 하기 시작했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고 어려운 분야이다. 그리고 이 미팅은 격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 미팅이 끝날 때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똑같다.
I feel overwhelmed!
나만 빼고 모두가 일을 척척 진행하고 있는 느낌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너무 부족한 생각도 많이 든다. 다행인 건, 내가 팀에 조인하기 전 내 자리는 몇 개월간 공석이었기 때문에 우리 팀의 Senior PM이 이 업무에 처음부터 투입이 되어 진행하고 있었고 이 프로젝트까지 직접 마무리를 지을 예정이다. 따라서 나는 미팅에 참여하면서 일을 배우기만 해면되니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이 부분에 있어 아직 어렵고 내가 잘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자, 함께 점심을 먹던 동료들이 전혀 걱정할 것이 아니고 너는 아직 입사한 지 두 달밖에 안 됐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 누구나 처음 하는 것들에 있어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고 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그래도 나는 이런 감정이 싫은 것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어렵고 힘들었던 과정에서 더 많이 배웠고, 그 과정이 긍정적인 동기부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몇 달 후 이 글을 보게 되면 나는 더 성장해 웃으면서 이 시기를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