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당 산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마다 May 28. 2023

흔들리는 꽃, 바람, 쉼

금어초 피다

하늘색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분명 비가 올듯 한데, 올랑말랑하는 순간이 길어 못참고 마당에 물을 주기로 했다.

하늘이 흐린날에는 어쩐지 물을 크게 틀어 시원하게 뿌리기가 주저된다.

조금은 겸손한듯 약한 물줄기로,

혹시 내릴지모르는 비를 기다리며 조용히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마당을 돌보지 못한 사이,

아이들이 작년 11월 데리고온 라임 오렌지가 조롱조롱 맺혀 벌써 풋풋한듯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참방,

물방울이 열매에 부딪혀 튀어 올랐다.

노랗게 새큼한 향이 함께 튀어올라 공간을 채운다.


한련화의 여린 잎줄기가 약한 물뿌림도 버티지 못하고 이리저리 누워버렸다.

물줄기가 지나간 자리마다 특유의 향긋한 이파리내음이 코를 찌르며 피어오른다.

이윽고 나는 이리저리 뻗어 자라는 한련화 옆에서 영 맥을 못추던 산타나가 마음이 쓰여

약간은 충동적으로 삽을 들고, 조심스레 뿌리끝까지  떠내어 옆 공간으로 옮겨심었다.

옮겨심는 내내 코끝을 맴도는 한련화의 향이 그저 싱그럽다.


쏴아,


바람이 잎과 나무와 순간을 가르고 지나간다.

똑,똑 떨어지는 물줄기를 가름하고,

잠시 의자에 앉아 바람을 쐬었다.

공기에 물내가 어 오른다.

아직도 바람이 머물고 있음을

여린 붉은물 담고 흔들리는 금어초를 보며 느낀다.


한가로이,

너를

한참 바라본다.


어느순간 어둠이 어수룩히 가깝게 다가와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꽃다발로 주변을 장식한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