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만든 땅, 강이 만든 도시
지도는 원래 복잡하다. 산과 강이 만드는 불규칙한 경계선, 크고 작은 행정구역들이 뒤엉켜 만든 퍼즐. 우리가 흔히 보는 지도는 그 복잡함을 그대로 담아낸다. 그래서 정확하지만,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그 복잡함을 걷어내고 싶었다. 굽은 선을 직선으로, 불규칙한 면을 사각형으로. 지리적 정보의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는 작업. 그것이 이 지도 시리즈의 출발점이다.
태백산맥이 등뼈처럼 한반도 동쪽을 가르며 내려온다. 그 등뼈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들이 모여 낙동강이 되고, 낙동강이 흐르는 길목마다 사람들이 모여 도시를 만들었다. 경상북도는 그렇게 태어난 땅이다.
면적 19,031㎢. 한반도 도(道) 가운데 가장 넓은 행정구역이다. 강원도가 산악 지형으로 크다면, 경북은 산과 강과 평야가 공존하는 넓이다. 북쪽 봉화의 태백산에서 시작해 남쪽 경주의 들판까지, 그 안에 22개 시군이 저마다의 풍경을 품고 있다.
나는 그 복잡한 땅을 직선으로 다시 그려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만든 것은 행정구역도의 뼈대다. 경상북도 22개 시군과 대구광역시를 직선과 사각형만으로 재배치했다.
규칙은 단순하다. 실제 지형의 인접 관계를 유지한다. 문경 옆에는 예천과 상주가 있어야 하고, 영주 아래에는 안동이 와야 한다. 단, 경계선의 굴곡은 모두 지운다. 대신 각 지역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동서남북으로 무엇과 맞닿아 있는지는 그대로 살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격자 지도는 실제 지도와 꽤 다르게 생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더 읽기 쉽다. 경북의 동쪽 해안선을 따라 울진-영덕-포항-경주가 세로로 늘어서 있고, 서쪽 내륙에는 상주-김천-성주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훨씬 또렷하게 보인다.
뼈대 위에 첫 번째 데이터를 대입했다. 면적이다.
각 사각형의 크기를 실제 면적에 비례하도록 조정했다. 봉화(1,199㎢)와 안동(1,521㎢)은 넓게, 고령(384㎢)과 경산(411㎢)은 좁게. 숫자만 보면 추상적인 면적 차이가 사각형의 크기 차이로 즉각 눈에 들어온다.
이 지도에서 경북의 첫 번째 특징이 보인다. 북동쪽의 봉화-울진 일대와 중심부의 안동-상주 지역은 실제로 매우 넓다. 반면 대구와 인접한 칠곡, 고령, 경산은 상대적으로 좁다. 면적 기준으로 본 경북은 북쪽이 무겁고 남쪽이 가벼운 역삼각형에 가깝다.
같은 틀에 이번에는 인구 데이터를 올렸다. 2025년 2분기 주민등록인구 기준이다.
면적 지도와 인구 지도를 나란히 놓으면 흥미로운 역전이 일어난다. 면적이 넓었던 봉화, 울진, 안동은 인구 지도에서 급격히 쪼그라든다. 반면 구미(411,007명)와 포항(497,473명)이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지도 아래에는 경북 전체에 맞먹는 크기의 대구광역시(2,390,000명)가 자리 잡는다.
같은 틀, 다른 데이터. 지도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경북은 땅은 넓지만 사람은 남쪽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대구라는 거대한 도시가 경북 전체 인구와 거의 같은 무게로 옆에 서 있다.
마지막으로 자연환경 레이어를 추가했다. 강은 파란 곡선으로, 산은 녹색 삼각형으로.
낙동강은 봉화에서 시작해 경북의 중심을 S자로 가로지르며 고령 방향으로 빠져나간다. 지도 위에 그려보니 낙동강이 얼마나 경북의 뼈대를 이루는 강인지 실감 난다. 금호강은 포항 쪽에서 시작해 영천과 경산을 지나 대구에서 낙동강과 합류하고, 형산강은 경주를 가로질러 동해로 흘러든다.
산은 삼각형의 개수로 산세를 표현했다. 문경새재는 세 개, 팔공산은 두 개, 주왕산은 하나. 지리 정보를 압축하면서도 위계를 잃지 않는 방식이다.
네 장의 지도를 만들면서 한 가지를 배웠다. 단순화는 정보를 잃는 게 아니라 정보를 선택하는 일이라는 것.
굴곡진 실제 경계를 직선으로 바꾸면 '어느 지점이 경계인가'는 사라진다. 하지만 '어디가 어디와 붙어있는가'는 남는다. 면적 비례 지도는 절대적인 수치보다 지역 간 상대적 크기 차이를 더 강하게 전달한다.
지도는 세계를 그대로 담는 도구가 아니다. 보고 싶은 것을 드러내고, 보지 않아도 될 것을 가리는 도구다. 직선으로 그린 지도는 그 선택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방식이다.
한반도 전체를 같은 방식으로 도식화하는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 서울에서 출발한 이 직선들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계속 그려나 가볼 생각이다.
다음에는 이 방식을 경상남도로 확장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