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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al Dec 31. 2020

2020년 51-52번째 주

특별한 크리스마스와 연말: 진짜로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여행가방에 챙겨온, 선물받은 어드벤트 티 박스의 서로 다른 차 24개를 다 마셨고, 그렇게 크리스마스는 왔다. 격리가 끝났던 크리스마스 이브, 정오가 지나고 나서 나갔던 동네 한 바퀴 산책이 그렇게 달 수가 없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부모님과 함께 살며 그 근처를 산책했던 일은, 추석 다음 날 배가 너무 불러 잘 수가 없었던 때를 제외하고는 없었었는데. 골목길마다 꼼꼼하게 채워진 집들이 낯설면서 아름다웠고 파란 하늘에 적당히 있었던 구름도 제법 조화로웠다. 독일서 챙겨온 슈톨렌을 커피와 함께 먹고 선물로 들어온 케잌을 먹은 거 말고는 엄청 크리스마스스럽지는 않았지만, 드디어 만난 언니와 동생과 그들의 짝꿍들에 2세까지 모여 가족과 함께 보내는 따뜻함과 훈훈함 때문에 다른 느낌으로 크리스마스 같았다는. 



우리는 30대


친구들을 슬슬 만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2.5단계에 쉴새없이 울리는 긴급문자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게 걱정되어 많이 꺼렸었는데, 친구들을 하나 둘씩 만나면서 카톡으로 수다떨던 것과는 다른 대화를 나누는 게 참 즐거웠다. 30대라면 빠지지 않고 하는 주식과 부동산 이야기, 그리고 이런저런 취미 이야기. 물론 다행히도 코로나로 인해 주수입에 영향이 없는 곳에서 안정적인 시간과 돈이 보장된 삶을 사는 친구들이라 그런 것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둘러볼 줄 알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하는 따뜻한 친구들이라 그것 또한 좋았다. 


요즘 30대는 '주린이'거나 '패닉바잉'을 한 사람들이거나 코로나 육아로 재택과 육아를 병행하는 부모들이다. 나도 굳이 따지면 주식에 아주 소액 투자하며 감을 익히며,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그리고, 내가 참 싫어하는) '탈조선'을 한 '외노자'인 셈이다. 의무교육과 공부를 마치고 나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더 늘어날 줄 알았는데, 해야 할 것들의 비중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영역이 늘어나는 게 30대의 모습인 듯 하다. 그 불안한 마음과 불필요한 허례허식 사이의 어딘가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30대. 


그런 30대에게는 취미라는 오아시스가 있다. 이 이상한 시기를 지나면서 다들 그 오아시스에 좀더 집중을 하게 된 모습도 신기하고 좋았다. 많은 남자들은 그게 게임이고 게임을 더 즐겁게 하기 위한 모니터 등 장비의 구매로 이어진 경우였고, 여자인 친구들은 본인의 성향과 체력을 잘 고려한 취미를 열심히 가꾸고 있었다. 주말농장과 캠핑, 색연필화와 뜨개질, 홈트와 넷플릭스 같은 다양한 취미들을 보면서, 맞아 이 친구는 이런 스타일이었지 하고 다시 기억을 더듬어보는 일도 즐거웠다. 


시차로 그리고 저마다 일정이 있어 전화로 수다떠는 일들이 점차 없어졌더니, 이렇게 1년에 한 번씩 만나 수다를 떠는 일을 제외하고는 그들의 일상을 진짜로 접할 일이 잘 없어졌다. 물론 그렇다 보니 매년 점검해보는 그들과 나의 좌표가 더욱 또렷해지는 듯 하여 트래킹하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변화와 궤적이 더욱 선명하다. 그렇게 잘 찾아나가는 모두의 길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오래 지켜보고 싶다는 말을 그들 중 누구도 듣지 않는 이곳에 남겨본다. 



영드 <미란다>는 보고 크리스마스 나셨나요? 


레전드인 드라마들이 있지 않나. 듣긴 많이 들었는데 보지는 못했고, 몇 번 시도는 해봤는데 끝까지 완주는 힘들었던 그런 드라마들. <미란다>가 나한테 그랬다. 매번 1화를 시작하고선, 괴상한 미란다와 영국식 위트의 허들을 넘지 못했었다. 딱 30분짜리 짧은 시트콤들이 보고 싶었고 더 이상 넷플릭스엔 볼 만한 게 없어 한국에 온 김에 왓챠!를 시작했고, 거기서 만나 다시 도전한 <미란다>. 매일매일 배꼽을 잡으며 웃고 있다. 이제야 이 영국식 언어유희와 미란다의 30대가 이해되었나보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시즌을 돌리는지 크리스마스스러운 분위기도 즐겁고 웃기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 자막으로 영어 콘텐츠를 안 접한 지 오래되었다가 한국어 자막이 영상에 박혀있는 <미란다>를 보자니, 철지난 유행어들이 박혀있는 자막이 매우 낯설고 이상해보였다. 그리고 어떤 음식이나 지명이나 in-joke들이 오역된 것들도 제법 보았다. 좋은 번역이란 무엇인지, 나라면 어떻게 번역했을까도 잠시 고민해보았는데, 쉽지 않은 문제더라고. 






올해를 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래, 그게 뭐든 올테면 와봐'하는 자세를 배운 것 같다. 어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살아낼 마음가짐, 올해는 우선 그것만 소중히 챙겨가요 우리. 올해는 깜쪽같이 잊은 듯, 새롭게 희망하며 2021년 새해다짐을 적어내려가보자구요! 


2020년 12월 31일, 

연말의 감성을 흠뻑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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