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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al Feb 07. 2021

2021년 1-5번째 주

기록되지 않은 1월과 약간의 변명들

나와의 약속을, 그것도 새해부터 어기게 된 것이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새해라고 다짐을 새롭게 하고 박진감 넘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지 않은 지 제법 되었지만, 그래도 새해가 다른 달들에도 지켰던 약속을 못 지키는 기간이 된 건 찜찜할 수밖에 없다.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가족여행을 다녀왔고 가족여행을 다녀오기 전 1월 2일에 맡겼던 노트북은 수리가 되는 데 3주가 넘게 걸렸다. 어쩌다 보니 같은 회사지만 2개의 회사에서 업무 하는 것 같은 업무강도와 시차를 넘어서기 위한 일종의 나잇 쉬프트로 더 이상 젊지 않은 몸을 갈아 넣었다 - 뭐 마즙이 될 정도로 갈아 넣은 건 아니고, 이미 푹 익은 감자를 살짝 갈아 퓌레를 만든 정도의 갈아넣음이랄까.


위의 이야기가 이유가 아니라 변명이 된 까닭은, 분명 모바일로 작성할 수도 있었고 이 약속을 지키는 데 실제로 들어가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으며 일을 기계처럼은 하지 않았으니 시간도 충분했고 주말과 저녁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들어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한국을 떠나와 산 기간이 길어짐에도 아직 나는 그곳에 속해있는지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약속들과 내가 관심을 쏟아야만 하는 일들이 그곳에 가면 더 많아진다. 예를 들면 엄마가 밥을 차리는 시간이 내가 식사를 하는 시간이 되고, 반갑다고 다녀가는 언니와 동생 가족들과의 시간도 그렇고, 친구들과 만나고 나면 나도 모르게 좀 더 구체적인 대화들을 할 수 있어지면서 카톡이 바빠지는 것도 그렇다. (언젠가부터 한국에 있는 친구들하고 긴 통화를 하지 않고 간간히 굉장히 압축된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는데, 그렇다고 그들을 직접 만날 때 어색하거나 그렇진 않다. 그런 친구들을 안 만나고 있으니 더욱 그럴지도.)


어쨌든 바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이곳은 고요했고, 이 적막함과 내가 만든 집안의 구석구석 (더러움과 정돈 안됨도 포함)이 주는 안정감이 좋으면서도 낯설다. TV 소리, 통화소리, 그리고 부대끼는 사람들이 없는 이곳에서의 일주일.


이 기간 동안의 인풋들은 굉장히 사적이고 주관적이고 아직 소화되지 않은 내용들이 많아 정리될 때까지 좀 더 기다려보고, 공유하고 싶었던 내용들 위주로 한번 이야기해볼까 한다.


기후위기, 라시다 존스가 묻고 빌 게이츠가 답하다


저번에도 추천한 바 있는 라시다 존스와 빌 게이츠의 팟캐스트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흥미로워 소개하고 싶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라시다 존스가 묻고 빌 게이츠가 답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에 대한 궁금증 코너가 있었는데 굉장히 재미있었다.

 

혹시 듣고 싶은 분들은 여기 링크에서 37분부터 들으시면 됩니다.

https://www.gatesnotes.com/Podcast/Is-it-too-late-to-stop-climate-change


간단히 요약해 보자면 이렇다.


Q1: 채식을 하는 게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까? 그렇다. 채식에 대한 수요 증가는 대체 가공육 시장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고 이 시장의 확장은 긍정적이다.    
Q2. carbon offset이 도움이 될까? 매우 그렇다
Q3. private island를 사서 피신하는 게 도움이 될까? 아닐 것이다. 왔다 갔다 비행기가 만들어내는 CO2는?
Q4. 종이 빨대를 이용하는 건?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진짜 문제는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이 바다에 들어가 생기는 문제이므로 기후위기와는 별개다
Q4-1. 재활용이 기후 위기에 도움이 되는가? 알루미늄 캔 같은 건 Yes, 왜냐하면 새로운 캔을 만들 때 들어가는 연료를 줄일 수 있다. 페이퍼 yes, 플라스틱도 제대로 재활용만 된다면.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는 것은  Yes. 기본적으로 패키징을 줄이는 노력은 기후변화에 긍정적임.
Q5. 오가닉 식품을 소비하는 것이 기후변화를 느리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No, 오가닉 식품을 생산해내기 위해 더 많은 땅과 자원이 든다.  
Q6. 비행기 덜 타는 건? 그렇다. 그리고 그린 연료도 도움이 된다. 현재는 1% 정도밖에 그린 연료의 비중이 되지 않지만, 고무적인 방향. 그린 연료를 승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항공사들도 늘고 있다.  
Q7. 전기를 안 끼는 작은 노력, 예를 들면 불을 잘 끈다든지 콘센트 잘 뽑아둔다든지 생활 속 작은 노력들? modest, 좋은 습관이긴 하지만 드라마틱한 결과물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Q8. 개인들이 할 수 있는 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과 정부에게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 (apply pressure), 최고의 인력과 충분한 자원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되어야 한다.
Q9. 기후변화와 관련해 혁신이 우선적으로 도입되어야 하는 분야? 자가용 전기차의 확산 - 배터리 산업 등 (빌 게이츠가 배터리에 투자하고 있는 걸 잊지 말자!)의 영역이 우선되어야 한다. 큰 운송수단보다 개개인이 사용하는 자가용에서의 변화가 미칠 영향력이 더 파급력 있다.


혹시나 원 대화가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 스크립트를 보시는 것도 방법!


Q1.
RASHIDA JONES: Okay, so while we're waiting for this kind of greener everything, I'm just going fire a bunch of questions at you and you just tell me simply yes or no if doing this thing will actually help to stop or slow down climate change. If I become a vegetarian and I eat meatless meat, will that help?
BILL GATES: Yes. The demand for the new meat products, things like Beyond Meat, Impossible, that's going to help them scale up and reduce that source of emissions.
Q2. RASHIDA JONES: Okay, great. Buying carbon offsets. Does that help?
BILL GATES: That helps fantastically. That's a huge thing that we hope people will do more of.
Q3. RASHIDA JONES: Good, okay. Buying a private island to escape to.
BILL GATES: Probably not. Islands just flying there generates a lot of carbon.
Q4. RASHIDA JONES: Okay. Buying paper straws.
BILL GATES: Not really. There's the other problem of the plastics getting into the ocean which is mostly from countries that don't collect their garbage fairly well. In the U.S., most of those plastic straws get to the dump they don't get to the ocean. It’s fine but it's not really a climate change thing.
RASHIDA JONES: Just sidebar, so in terms of recycling and collecting garbage, I feel like there's a lot of things recently that have told us that the plastic we think we're recycling is not actually going anywhere but a landfill. Does recycling help? Does it actually help?
BILL GATES: Some recycling definitely does. Take aluminum cans. There the amount of energy you need to make a new can from that recycled can is about a tenth as much as taking the bauxite, the mineral that we make into aluminum, and so that huge energy reduction is helping with emissions. Paper sometimes is used to remake things. Plastic in a few cases was used. But in a lot of cases, it's such low-grade plastic that they can't go back and make a new plastic bottle out of it. So it's a mix.
RASHIDA JONES: The answer's just to make less plastic things, right?
BILL GATES: You can recycle plastic or you can use less plastic. Packaging, there are people who are trying to innovative to have less packaging and that's definitely a good thing.
Q5.RASHIDA JONES: Okay. A couple more questions. Does eating organic produce help?
BILL GATES: No.
RASHIDA JONES: [laughs] Okay.
BILL GATES: Organic produce requires more land than typical farming techniques. I know that's not a popular answer.
RASHIDA JONES: It doesn't help, it actually harms. Okay. Hot take. Hot take Bill. Okay.
Flying on planes less often?
Q6. Flying on planes less often?
BILL GATES: Definitely. We do hope to have green aviation fuel, but we don't have that today. For a lot of people their flying would be a significant category of emissions that they're connected to. In my case, it's by far the largest category so 've gone out and funded green aviation fuel to offset. It's very expensive but I want to set a good example.
RASHIDA JONES: Great. When I buy fuel, I'll make sure it's green fuel.
BILL GATES: [laughs] Some of the airlines are going to give you a chance…
RASHIDA JONES: Oh, you can choose?
BILL GATES: … to pay a little more for your ticket…
RASHIDA JONES: Oh.
BILL GATES: …as they move to try to buy this. We're at very early days. I mean, like 1% of aviation fuel is green today. It will take decades to get that number up, but the airlines are starting to think about it. They don't want to be the bad guys.
Q7.RASHIDA JONES: Right, of course. Okay, what about obsessively turning off my lights, or my air conditioning, or my heater when I leave my house and my room?
BILL GATES: Quite modest benefit, but it's a good practice.
Q8. RASHIDA JONES: What is the single, not to put any pressure on you, but the single most important thing that an individual can do to help stop or slow climate change?
BILL GATES: The biggest thing is their political voice. To tell the government, this is something we want you to hire the best scientists, the best modelers. In the same way you should've gotten us ready for the pandemic, this one is 100% sure to come, we want you to take all the brains in the country and activate them to solve this problem. That is the biggest thing. Without the governments we could get slight reductions through changes in individual behavior, but not significant. Particularly when you look at the developing countries, where just providing basic shelter, and lighting, and a little bit of transport, at a tenth the energy usage that Americans are used to, the demand is going to go up. Unless we can multiply some things by zero with innovative approaches, we're not going to bring the 51 billion tons of emissions down dramatically.
RASHIDA JONES: Great, okay. Yes, political voice, influence. We live an era where the American individual feels like they do have a voice and they can call their local government, their federal government, and apply pressure, speak openly to apply pressure on people. What do you think is the one area, if you had to, that we are most likely to innovate in the fastest?
BILL GATES: Passenger cars, even though less than 2% of the sales today are electric cars, the volume is increasing so that the batteries will come down in cost, that'll bring the green premium down, the batteries are getting better, so the range of the car will be better. I think the passenger cars, even by 2040, overwhelmingly they'll be electric. Then if we couple that with the electric generation becoming clean, that's a whole area. Now, within transport, that's one of the big five areas. You'll still have planes…
RASHIDA JONES: Buses.
BILL GATES: …and boats, and trains, and trucks.
RASHIDA JONES: Right, trucks.
BILL GATES: Passenger cars are the easiest…
RASHIDA JONES: Mm-hmm. [affirmative]
BILL GATES: …of the transportation areas. Planes are the most difficult because the energy density of that fuel is 20 times the energy density we can get in a battery.
RASHIDA JONES: Mm-hmm. [affirmative]
BILL GATES: We’re not going to be able to stick batteries on the plane. We'll have to probably still make fuel but make it in a way that we have drew carbon in to make it net zero.


화제의 책 <공정하다는 착각>과 '내 착각'

이 책은 워낙 많이 읽히고 있으니 특별히 요약은 하지 않겠다. 현대 사회의 능력주의의 폐해와 능력주의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체계상의 오류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서 나는 얼마나 능력주의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며 심지어 내 주장을 펼쳐나가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최근에 스웨덴에서 일을 하다가 독일로 옮겨오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나는 충분히 능력에 의해 더 나은 보상과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젊은이인데 스웨덴식 평등주의 혹은 얀테의 법칙이 곳곳에 스며든 기업문화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능력주의로 인한 수혜자와 피해자가 있다면 나는 수혜자 측에 가까웠고 (그렇게 대단한 능력자가 아님에도 불구), 능력주의 하에서 살아오면서 얻어온 내 지위와 지식 등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때 억울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 능력주의 사회가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지 않아 소위 말하는 능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얻지 못했을 때 야기되는 차별에 대해 당연하고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지점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되었고, 아직 이 깨달음을 내 삶에서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정리가 되면 다시 공유해볼 예정이다. 정말 유효한 지적이었고 나에게 필요한 내용이었다.


떠나보내야 하는, 한때 좋아했던 작가들

많은 한국 남성 작가들을 즐겨 읽었었다. 하지만 이번에 언니한테 빌려 읽은 그들의 신간(매우 신간은 아니었음, 나에게는 최근작이 신간!)을 읽으며, 이제 그들을 떠나보내야겠구나 하고 다짐하는 순간이 몇 번 있었다. 먼저는 같은 담론을 반복하는 작가한테서 실망했다. 더 이상 좋은 인풋이 없어서일까, 그의 주변이 닫혀있어서일까, 아니면 반복되는 TV 출연이 그를 새로운 것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을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주 새로운 방식의 글을 쓰지 않는 한 다시 사보지 않을 것 같다. 다른 유형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렇게 전근대적인 관점을 우아한 노스탤지어인 것처럼 포장해서 쓰지 싶었던 작가. 촌스러웠고 불쾌했으며 요즘 사회가 요구하는 의식 수준에 부합하지 못한 점이 내심 아쉬웠다. 나도 변했고 시대도 변했다. 새로운 작가들을 찾기 위해 노력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어떡하면 버블에 갇히지 않고 말랑말랑한 사고를 하며 살 수 있을까 = 어떡하면 꼰대나 외골수가 되지 않을까

https://twitter.com/k20132019/status/1357931633970532352?s=20

이 트위터 타래를 보면서, 그리고 몇몇 떠나보내야 하는 작가들이 생기면서 많이 공감한 내용. 새로운 인풋이 핵심이고 불편하더라도 다른 의견에 귀를 열어두는 것이 중요한데, 노력하지 않으면 그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그러다 보니 그 톨러런스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멍멍이 소리와 안 멍멍이 소리는 적어도 구별해내고 오픈마인드이고 싶은데, 멍 소리만 들려도 병아리 감별사처럼 멍멍이 소리의 카테고리에 넣어버리고 마는 내 인내심이 큰 장벽인 듯하다. 예전에 인스타에서 한참 보던 "소통하고 싶어요" 댓글이 생각나면서, 나도 소통의 창구를 의식적으로 늘려야겠다는 다짐을 한번 더 해본다.


Pretend it's a city: 사랑스러운 꼰대도 있을 수 있나요?

그러고 나서 또 더하고 싶은 넷플릭스 다큐 <도시인처럼; Pretend it's a city>. 프랜 레보위츠가 나오고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한 다큐다. 뉴욕 지하철부터 요즘 사람들이 핸드폰 보면서 걸어 다니는 거, 파티를 좋아하지만 스포츠를 싫어하고, 미투를 지지하지만 미투가 새로운 무브먼트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참 말 많은 어르신의 이야기다. 극단적인 의견 뒤에 촘촘한 논거들이 있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요즘 내가 고민하는 "확실하게 선 내 의견"이라는 주제에 좋은 가능성이 되어준 퍼스널리티라 개인적으로 맘에 든다. 너무 많이 이야기하면 재미없으니깐 넷플릭스 링크를 남겨두려고 한다.

https://www.netflix.com/de-en/title/81078137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것 같지는 않지만, 프랜 본인도 그건 그렇게 원하지 않아 보이니 윈윈이고 나는 이렇게 팬이 되어 이번 주 그의 책을 주문했다. 빨리 책이 왔으면 좋겠다.


 


이걸 정리하는 중에, 얼마 전 아내를 잃은 우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을 떠나온 지 일주일도 채 안 되어 이런 일이 있어 더 마음이 아프고, 갑자기 죽음이 현실적이어지면서 삶이 한층 더 무거워지는 듯하다. 이제 부모를 모두 잃은 나이 많은 아빠를 멀리서 위로해야 하는 게 안타깝다. 증조할아버지의 기일에 돌을 맞이한 조카를 생각하니 삶과 죽음이 너무 근접해 있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힘겹게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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