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 차- 도입부 쓰기
나는 1분이 넘도록 해야 할 말을 찾다 겨우 들러붙은 입술을 떼어냈다.
“To meet my friend.”
입국 심사대에 선 여자 심사관은 눈을 깜빡일 때마다 3센티미터는 넘을 긴 속눈썹을 들썩였다. 그녀의 왼쪽 귀 위에는 붉은 꽃이 꽂혀 있었다. 영화 모아나2에 나왔던 것과 흡사했지만, 청초한 영화 속 꽃과는 달리 이글거리는 노을처럼 성이 난 그 꽃은 순간 입을 크게 벌리고는 나를 향해 다그치듯 물었다.
“이곳에 친구가 있다고요? 친구 전화번호를 알 수 있나요?”
꽃의 노란 암술이 발산하는 톡 쏘는 듯한 음성에 나는 떨리는 얼굴 근육을 애써 붙들어야 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이 있어요.”
9자나 되는 영어와 숫자가 뒤섞인 마리아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가까스로 기억해 적었다. 외우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그 조합은 낯설었다. 공항 밖으로 나가면 마리아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더듬거리는 영어로 설명했다. 다행히 심사관은 찌푸렸던 미간을 조금 풀었고, 덕분에 나는 천천히 이야기를 끝맺을 수 있었다.
“마리아와 나는 두바이 COP28에 대학생 참관자로 갔다가 만난 친구 사이예요. “
그 말을 하다가, 나는 급히 지갑을 뒤졌다. 한국의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막 졸업한 학생이라는 것을 증명할 학생증을 꺼내 들이밀었다. 심사관은 웃으며 학생증을 돌려주었다.
“마누바레, 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공항 내의 공기는 눅눅했다. 미세하게 에어컨 바람이 나오고 있었지만, 차가운 공기의 입자는 피부에 닿기도 전에 실내에 고여 있던 열기의 두께에 압도되었다. 나와 내 앞에 선 사람의 땀이 뒤섞여 서로의 숨을 가로막았다. 목을 축일 물 한 모금도, 내 방의 쾌적한 공기도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인천에서부터 입고 온 긴소매 옷 아래로 땀이 맺히고 있었다.
수하물을 찾으러 가는 길, 푸른 바닷색의 반팔 셔츠를 맞춰 입은 피지 사람들이 우쿨렐레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하며 입국하는 이들을 반겼다. 나는 이마의 흐르는 땀을 닦으며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종종걸음 쳤다. 캐리어를 찾아 밖으로 나가며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장대한 기골과 어두운 피부를 가진 모든 사람들의 얼굴은 밝은 빛이 났고, 작은 키에 누런 떡잎처럼 수그러든 것은 나 혼자뿐이었다. 그때, 굽슬하고 숱이 많은 검은 머리를 하나로 올려 묶은 마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마리아는 큰 손을 머리 위로 높이 들어 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