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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톰양 Apr 18. 2017

여행에 신혼이 더해지다.

혼잣말을.하지.않아도.되는.여행의.시작

주로 혼자 여행을 다녔다.


혼자니까

먹고 싶은 것만 먹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고 싶을 때는 자고

놀고 싶을 때는 놀고

이 얼마나 훌륭한 시스템이란 말인가


그런데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부부가 되었다.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느낌이던. 플리트비체



여행을 떠나기 전 사실 조금(많이) 걱정이 되었다.

온전히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서로 예민함을 등에 업고 마음이 상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먹고 싶지 않아도 먹고 보고 싶지 않아도 봐야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이런 걱정 저런 걱정이 매듭처럼 이어져 손목에 턱하니 걸쳐지는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고.. 여러 시간이 지나고..

내가 뭘 걱정했던 거지. 기억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내 손목에는 대롱대롱 뭔가가 매달려 있었는데 말이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마주치며

더 많은 걸 이야기할 수 있었고, 더 많은 걸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늘 혼잣말이 쫓아다닌 여행이었는데, 

더 이상 혼잣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건지 알 수 있게 해준 여행이랄까.



어디로 향하든 마지막에는 꼭 웃음이다.


사실 결혼을 하기 전 혹은 친구 사이에 배낭여행이었으면 조금은 달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친구라면 혹은 이 사람과의 영원한 빨간 끈의 연결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조금은 더 내 의견을 말하고, 조금은 더 내 의도대로 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조금은 더 그 사람의 의견을 흘려듣고, 조금은 더 그 사람을 배려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행에 신혼이 더해지니 모든 상황이 나름 원만히 지나갔다.

태어나 몇 번 있을지 모르는 세상 가장 행복한 순간이 신혼 아니던가

아직은 콩깍지가 눈에 착 달라붙어 

무엇을 해도 예쁘고, 무엇을 해도 사랑스럽고, 무엇을 해도 행복한


신혼 버프로 인해 여행 중 속상하거나 의견이 안 맞아 답답한 상황에서도 

조금 더 배려하고 되고, 조금 더 걱정하게 되고, 조금 더 맞춰가야지 다짐하게 된 것이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다. 정말 그러하다. 훗)


그렇게 신혼에 여행이 더해지고, 혼잣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평생의




혼자 왔던 곳을 둘이서. 그렇게 평생의 잊지 못 할 장소가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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