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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종별곡 Nov 12. 2019

관종들의 별별 곡 리뷰 (2019. 10.) 下

헤이즈, SURL, Coldplay, Harry Styles 외


헤이즈(HEIZE) – ‘떨어지는 낙엽까지도’



  최크롬 : 이번 타이틀에 대한 감상도 ‘역시(중의적인 뜻이다) 헤이즈’라고 결론지을 수 있겠으나 꾸준히 먹히는 곡을 만드는 프로듀싱 능력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가을 정취를 연상시키는 스트링과 어쿠스틱은 평범하지만, 헤이즈는 독보적인 딜리버리와 몰입감 넘치는 훅을 얹어 곡에 ‘헤이즈’라는 브랜드를 녹여낸다. 가사에 영어가 한 마디 없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역시 헤이즈…”라며 지루함을 내비쳐도 머릿속에는 “떨어지는 낙엽까지도…”가 맴도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발라드 열풍을 뚫고 헤쳐갈 만큼 막대한 존재감을 뿜는 건 아니다. 대중들이 어느 정도 헤이즈식 어법에 익숙해진 건 사실이다.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We don’t talk together’처럼 피처링 등을 통해 변화구를 줘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일 것이다.



SURL(설) - [I Know]



  무민 : 때로는 ‘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위로보다 ‘나도 그렇다’는 공감의 메시지가 역설적이게도 더 큰 위로로 다가올 수 있다. 이 앨범은 인간의 의지와 인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감정들을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다. 곳곳에 등장하는 현란한 기타/베이스 라인은 깔끔히 정돈되어 절제미가 돋보이는 보컬에 적절히 녹아들고 있으며, 시작부터 끝까지 그 탁월한 균형감을 잃지 않는다. 청춘의 따뜻함과 어두운 심연 그 사이 어딘가를 유유히 넘나들며 잔잔한 여운과 묘한 잔상을 남기는 그들의 작법은 타 밴드들에 비해 직접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많은 이들의 깊은 곳을 더욱 쉽게, 또 깊게 건드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Coldplay - [Everyday Life]



  무민 : 공식적으로 데뷔 20년 차를 맞이하게 된 브리티시 록 밴드(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이들에게는 항상 수많은 이견이 따라붙긴 하지만..)로서의 책임감이 물씬 묻어난다. 풀 앨범 발매에 앞서 선공개된 3곡('Orphans', 'Arabesque', 'Everday Life')은 각각 콜드플레이의 과거 발자취를 떠올리게 하는 포인트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훨씬 더 광범위한 해석과 복합적인 감상을 자아내고 있다. 경쾌한 멜로디('Orphans'), 화려하고 웅장한 브라스 사운드('Arabesque'), 정제된 현악기 선율('Everday Life')은 공통적으로 앨범이 지향하는 궁극의 평화와 범지구적인 위로의 메시지, 즉 ‘이상’의 형태를 연상시키는 반면, 가사는 ‘현실’의 결핍을 이야기한다. 콜드플레이는 그들의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타인들의 갑론을박에 명확한 답을 내려 주기보다는, 그저 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들만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arry Styles – 'Lights up'



  호우 : 원 디렉션의 멤버들이 워낙 스타일이 뚜렷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꾸준하고 직진을 걷는 건 해리 스타일스가 아닐까 한다. 빈티지와 팝송을 한 손에 쥐고 부러트린 듯한 곡은 옛 것으로 만든 새로움처럼 보인다. 나른하고 둔탁한 움직임의 베이스, 투박한 리듬의 퍼커션과 어쿠스틱 기타는 60년대 컨트리 느낌이 물씬 나면서도, 사이키델릭한 신스와 흐릿한 보컬, 그리고 코러스가 더해지니 세기말의 몽롱함이 전해진다. 다양한 장르의 소스가 존재감을 내세우면서도, 빛바랜 로파이를 흠뻑 적시니 이번 달, 이보다 재미있는 노래가 있을까. 정말이지 리뷰에 꼭 들어가야 할 띵곡이다. 



Travis Scott – ‘HIGHEST IN THE ROOM’



  최크롬 : ‘SICKO MODE’에 이어 ‘HIGHEST IN THE ROOM’의 빌보드 1위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트레비스 스캇은 단순히 싱잉 랩의 트렌드세터를 넘어 아티스트적 색채를 머금었다. 전작 <ASTROWOLRD>에 쏟아진 호평은 전혀 우연이 아니다. 변화무쌍한 트랩 비트를 누비던 ‘SICKO MODE’와 달리 ‘HIGHEST IN THE ROOM’은 동양적인 기타 리프와 섬뜩한 샘플링 사운드를 이용하여 기묘한 분위기를 그려낸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3분 남짓한 이 곡이 드라마틱한 기승전결 하나 없이 높은 흡인력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이는 자극적인 연출이 아닌 바이브와 내적 일체감만으로 수준 높은 곡을 만들 수 있다는 증거이다. 더불어 한국 힙합과의 분명한 차이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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