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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종별곡 Jan 11. 2020

관종들의 별별 곡 리뷰 (2019. 12.) 下

레드벨벳, Billie Eilish, Harry  Styles 외


Red Velvet (레드벨벳) - <'The ReVe Festival' Finale>



  최크롬 : 축제의 피날레, 실험은 끝났다. 그래서 3부작은 성공했냐 묻는다면, 아무도 고개를 쉽게 끄덕이지는 않을 것이다. ‘짐살라빔’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놀이공원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가! ‘Psycho’에는 중세풍의 옷에 짙은 색 립스틱을 바른 소녀들만이 보인다. 신통치 않았던 19년 성적으로 인해 콘셉트를 급하게 정리한 것이라고 봐도 할 말이 없다. ‘페스티벌’은 일찌감치 샤따를 내려 버렸던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완성도 높은 ‘Psycho’가 공개되자 레드벨벳은 다시 거침없는 기세로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대중들이 혀를 차며 “이제야 SM이 정신 차렸구만”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애초부터 팬이 아닌 이상 ‘페스티벌’ 시리즈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다. 이처럼 심드렁한 상황에서 교훈을 하나 끌어낸다면,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과 콘셉트 구성보다 음악 자체의 파급력이 더 유효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케이팝이 종합 엔터테인먼트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도 결국 음악은 음악인 것일지도.


  어쨌든 ‘Psycho’ 자체는 작년의 치욕을 씻어낼 만큼 멋진 곡이다. 아마 19년에 이 곡이 발표되었다면 ‘올해의 걸그룹 곡’ 정도로 불리지 않았을까 싶다. 강렬한 트랩 비트 위 ‘크러쉬’ 없는 절제미가 이 곡의 백미이다. 연인 간의 애증 관계를 재치있게 풀어낸 가사부터 중독성 있는 멜로디, 짜임새 있는 구성까지 모두 갖추었다. 미적지근한 반응에 지친 SM이 숨겨둔 필살기를 하나 방출해버린 것 같다. 새롭게 선보인 수록곡들 또한 준수하다. 풍성한 사운드는 ‘In & Out’과 ‘La Rounge’에서 여전히 찾아볼 수 있으며, 레드벨벳 식 시즌 송의 모습은 ‘Remember Forever’에 선명히 드러나 있다. 하지만 ‘Remember Forever’의 가사에서 “즐거웠던 축제의 밤”이라며 ‘페스티벌’의 마무리를 알리고 있다는 건 조금 웃픈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페스티벌’은 무의미했는가? 그건 아니다. 아마도 콘셉트 실험은 계속될 것이다. 레드벨벳의 수록곡의 경향성으로 보아 어느 정도 기시감이 누적되고 있고, 이를 새로운 음악만으로 해결하기는 벅찰 테니까 말이다. 더불어 SM의 신인 걸그룹이 론칭되고 나면, 레드벨벳은 어느 정도 말년을 즐기면서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앨범 안 내지는 말고…



Billie Eilish - 'everything i wanted'



  호우 : 빌리 아일리시가 꾼 꿈을 토대로 만든 이 노래는 음침하고 우울하다. 그녀가 꾼 꿈과 현실이 이어지면서 그녀가 느끼는 외로움, 성공에 대한 책망, 현실에 대한 후회 등이 얽혀있는 ‘Everything I wanted’. 다른 이들로부터 안전한 자신을 원하는 그녀와 비슷한 불안을 안고 있는 오빠, 두 남매의 의지 속에서 나온 이 곡이 나왔다.


  나른하고 쇠약한 보컬과 흐릿하고 일렁이는 파동이 겹쳐 몽환적인 음악을 만들어낸다. 그녀의 꿈에 들어있는 듯한 느낌과 뚜렷하지 않은 이 음악은 낮게 읊조리는 그녀의 목소리와 겹쳐 디딜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노랫말에 담긴 감정이 풍경을 그려내며 잊지 못할 음악을 구현한다. 꽤나 강렬한 인상이 지워지지 않을 이 곡. 후에 빌리를 이야기할 때 이 곡을 빼놓지 않고 말할 수 있을까.



Harry Styles - <Fine Line>



  무민 : 힙합이 미국 음악시장을 꽉 쥐고 흔들었던 2019년의 끝자락, 해리 스타일스는 80년대 신스팝, 컨트리, 디스코, 펑크, 로파이 등 ‘복고’의 아이덴티티와 그에 걸맞은 스토리텔링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한 편의 탄탄한 드라마를 완성해냈다. 락 사운드가 지배적인 기조를 형성했던 전작과는 달리, 리스너들이 기억하는 해리 스타일스 특유의 와일드함과 연약함이 공존하는 무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변화구를 시도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며 확고한 존재감을 어필한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트랙들 간의 유기성과 기승전결을 노린 다양한 장치들은 앨범 곳곳에 부드럽게 녹아들며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이토록 탄탄한 프로듀싱을 통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당당하고 정교하게 음악에 투영해내며 ‘신선한 복고’의 모범답안을 보여준 데뷔 9년 차의 아티스트는, 어쩌면 ‘믿고 듣는 뮤지션’을 넘어 곧 Z세대의 주목을 받는 새로운 ‘트렌드세터’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JACKBOYS - <JACKBOYS>



  최크롬 : 본인 이름을 건 레이블에, 본인 이름을 건 컴필레이션 앨범이라니! 트레비스 스캇(Travis Scott)이 이번 앨범에 다른 건 몰라도 자존심은 확실히 건 모양이다. [JACKBOYS]는 인트로를 제외하고 6 트랙이라는 집약적인 구성에 미고스(Migos)와 영 떡(Young Thug), 릴 베이비(Lil Baby) 등 화려한 피쳐링진을 자랑한다. 거의 앨범 전체를 킬링 트랙으로 도배하려는 모습이다. 모든 트랙은 기존 스캇 음악의 방향성을 따른다. 이는 메인 곡 ‘GANG GANG’과 ‘WHAT TO DO?’의 공간감에서 가장 두드러지며, 피리와 드럼 소스가 강조된 ‘OUT WEST’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HAD ENOUGH’는 미고스에게 맞춰줬다는 느낌이 강하다. 어쩌면 [JACKBOYS]는 스캇의 외전 앨범이라고도 부를 수도 있겠다. 스캇 외에 가장 눈에 띄는 레이블 소속 래퍼는 돈 톨리버(Don Toliver)이다. 무엇보다도 ‘GANG GANG’의 킬링파트인 훅을 맡았고, 중저음대의 스캇과 밸런스가 잘 맞는다. 사실 이 외에 다른 래퍼들은 분량이 쥐꼬리만해서 [JACKBOYS]를 컴필레이션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이다. 하지만 스캇 본인이 가장 핫할 때 내놓은 앨범이기에 홍보상 전략적인 의미가 따로 있지 않을까 싶다. 서로 돕고 사는 거지 뭐. 힙합이 남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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