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잘 보이기 위한 브랜딩‘이라는 것

by 바틀비

여전히 ‘검색엔진최적화(SEO, Search Engine Optimization)‘의 쇼타임인 줄 알았는데, ‘생성형엔진최적화(GEO,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가 무대를 장악한 듯, 웹과 SNS에서 랩처럼 레슨을 쏟아내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인 것 마냥 과장해 주의를 끌려는 이들이 많지만, 이 둘은 원 팀이다. 적어도 주요 플레이어와 소속사가 겹친다. 여전히 ‘더 많은 인용과 더 많은 노출’을 쫓는다. 방법론적으로는, 누구나 어디에서나 반복해서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접근을 찾으려 한다는 점에서도 닮아 있다. 그러니, 이 두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더 많은 인용과 노출을 얻기 위해 반복가능한 보편적인 마케팅 방법론을 추구하는데 별 관심이 없는) 이들은 생성형엔진최적화가 뜬다고 해서 그 주위를 오래 서성이지 않아도 된다.


생성형 AI라고 별반 달라질 것 없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생성형 AI는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아직 변화의 정체와 강도가 과학의 방법으로 확인된 경우는 많지 않지만 말이다. 물론 빠른 직관으로 변화의 본질을 감지하고 확신의 단계로 넘어간 이들이 많다는 것은 안다. 과학기술사에서 이런 열기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니까.


개인적인 경험만 살펴도 변화는 알 수 있다. 보통 검색 여정은 여러 단계를 거친다(예를 들면, ‘탐색-평가-검증-전환‘ 같은 류의). 탭을 여닫고, 옵션을 비교하고, 댓글과 후기를 확인한 뒤 비로소 결정한다. 짧지 않은 여정이고, 전환을 위해선 그만큼 많은 접점이 필요했다. 소위 ‘AI 검색‘에서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LLM이 여러 소스를 종합해 하나의 답변으로 압축한다. 여전히 지난한 과정이 끼어들기도 하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사용자 경험의 차이는 제법 크다.


대화형 쿼리의 등장도 한 몫한다. 짧고 검색량 많은 키워드에 의존했던 검색 광고와 같은 접근에겐 적신호다. ‘Journey Further‘ 같은 데이터 기반 마케팅 회사에서 최근에서야 나오는 데이터들을 보면(영어 기준), 1~2 단어 쿼리는 해마다 감소 중이다. 4 단어 이상 쿼리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5~7 단어, 8 단어 이상 쿼리가 제일 빠르게 성장 중이다. 쿼리가 길어지면, 미리 정해 둔 키워드 세트의 효용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생성형엔진최적화에서 가장 많이 말하는 개념 중 하나가 ‘AI가시성(AI Visibility)’이다. 챗지피티, 제미나이, 클로드 같은 LLM에서 브랜드나 제품이 답변에 얼마나 자주, 정확하게 노출되는지를 말한다. 이미 이를 점수화해서 추적하는 플랫폼들도 생겼다. 특정 프롬프트에서 브랜드가 몇 퍼센트의 확률로 추천되고 있다는 류의 진단을 한다.


귀동냥을 해 보면, AI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많이 언급되는 조치는 셋 정도로 보인다.


첫 번째는 브랜드의 철학이다. ‘본질’이나 ‘명확성’이라고도 말해도 좋다. 우리가 누구고 무엇을 제공하는 지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기술할 수 있어야 한다. LLM 모델은 특성상 이러한 서술이 제공되지 않으면 브랜드를 올바른 맥락에 배치하지 못한다. 생성형엔진최적화 쪽 전문가들이 논리적인 사이트 구조 구축이나 스키마 마크업 활용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은 실질적으로 AI 가시성을 높인다는 근거를 본 적이 없다.


두 번째는 평판과 존재감이다. LLM은 단일 소스에 기대지 않는다. 브랜드 자체가 아닌 제3자 출처의 비중이 높다. 권위와 신뢰도 측면에서 차이도 둔다. 현재로선 연구 주도 콘텐츠나, 언론에서의 언급, 주요 플랫폼에서의 리뷰가 가지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 보인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 언드 미디어 커버리지도 포함된다. 영어권이라면 Reddit 스레드(특히 챗지피티가 많이 의존한다고 알려져 있다)도 있다.


세 번째는 콘텐츠의 스타일이다. LLM은 웹페이지 전체가 아니라 특정 단락을 추출한다. 콘텐츠의 형식과 스타일을 인간 사용자뿐만 아니라 LLM의 특성도 고려해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재로서는 ‘기사‘ 형식의 글쓰기, 적절한 제목 아래 명확하게 포맷되어 있는 설명글이 선호되는 듯하다.


이 세 뼈대에 전문가와 회사마다 각기 다른 처방과 기술적인 제안이 헤아릴 수 없이 붙는다. 그리고 그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프롬프트 뱅크를 만들거나 브랜드 출현(Brand Occurence)을 측정하거나 하는 방법론들에 대한 제안이 이어진다.


한 발 떨어져 논의를 지켜보면, 결국 인용할 가치가 있는 브랜드가 돼서 웹 전반에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많이 들어온 이야기고, 지름길 없는 일이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하던 일 잘하면 된다는 이야기도 된다. 생성형엔진최적화 전문가들은 이 말을 하고 싶어도 당장에 급한 클라이언트들에게 자꾸 지름길이 될 것만 같은 멋진 이름의 방법론을 쏟아 놓게 되는 것 아닐까 싶다.


성마른 이들은 이런 시도들에 ROI 프레임이 없는 것이 불만일 것이다. 생성형엔진최적화를 통해 AI 인용이 늘어났을 때, 매출, 전환, 고객 획득 비용에는 어떤 영향이 생길까? AI 인용이 브랜드 선택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소비자 행동 연구도 빠져 있고, ‘브랜드 출현(Brand Occurrence)’은 비즈니스 성과와 어떻게 연결되는 지도 모르겠다고 말할 것이다. 이 정도는 더 지켜볼 일일 뿐 과한 이야기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포인트는 있다. 먼저, 말장난이거나 부수적인 일 정도로 여겨지기 쉬웠던 브랜드의 철학과 자기 언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 최고스토리텔링책임자(Chief Storytelling Officer)와 같은 직책이나 전담조직이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는, 사람과 LLM 모두를 고려한 콘텐츠 포맷과 스타일의 탐구가 필요해졌다는 점이다. 덧붙여 전통적인 PR의 중요성이 다시 높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진화한 형태로.


늘 그랬지만 진짜 질문은 “어떻게 AI가 인용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의 생태계를 구축하는가”다. 브랜드가 콘텐츠의 조연이 되어서는 안 된다. AI 가시성의 원천을 향한 경주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고, 우리는 여전히 우물쭈물하며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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