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성공적인 IP 경영을 방해하는 5가지 실수


우리 앞에 너무나 빠르게 나타난 4차산업 혁명 시대, 이제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5G 등 기술을 떼어 놓고서는 도무지 사업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유수의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매년 신년사로 지식재산(IP) 경영 또는 특허경영 등을 언급하는 것을 너무 쉽게 보거나 듣게 된다. 지식재산 경영, 말은 많이 들었는데 제대로 하려면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일단 엔지니어들을 쥐어짜서 특허를 많이 출원하면 되는건가? 아니면 경영자로서 다양한 기술분야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아는 것이 중요할까?


지식재산이라 하면 일단 머리 속에 들어있는 무형의 지식 그리고 "아는 것이 곧 힘이다"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래서 뭔가 책을 한자라도 더 봐야할 것 같고 중요한 기술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논문이나 저널을 정기적으로 구독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현대인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소위 지식강박이라 부르는 현상인데 무엇인가 끊임없이 지식을 습득 및 축적하지 않으면 뒤쳐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사실 지식재산(IP) 경영의 성공 포인트는 IP의 축적보다는 효과적인 관리와 보호에 있다. 그런데 기업과 경영자들이 IP의 축적(예컨대 특허 출원건수에 집착하는 관행이라든지 무의미하고 무분별한 IP 협의체 설립 또는 세미나 시행 등)에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정작 더 중요한 IP의 관리와 보호에 소홀한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필자의 경험상 성공적인 IP 경영을 방해하는 경영자들의 가장 큰 실수를 5가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1) IP 전략(IP Strategy)의 부재


경영전략 컨설팅에는 수 억원, 수십 억원의 비용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정작 IP 전략에 포커스를 맞춘 컨설팅에는 비용 지출에 매우 인색해진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일단 당장의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IP 전략을 잘 세운다고 하여 당장 다음 분기에 매출이 오른다거나 영업이익을 개선한다거나 하는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기는 어렵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 십년을 내다보고 세우는 장기 계획인만큼 경영진의 이에 대한 강한 의지가 필요한데, (오너가 아닌 이상) 사실 당장의 다음 분기 실적에 따라 자리가 위태로운 월급쟁이 경영진들의 입장에서는 별로 구미가 당기는 영역이 아닐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경영자들이 IP 경영을 입에는 달고 살지만 막상 IP 경영의 핵심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IP 전략 컨설팅에는 특별히 투자를 하지 않는다. 대부분 사내 지식재산 부서에 인소싱(Insourcing)할 뿐이고, 지식재산 부서 입장에서도 충분한 외부 컨설팅 예산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미 산적해 있는 특허출원, OA 대응, 연차료 관리 등만으로도 격무에 시달리는 부서원들에게 5년, 10년 장기적인 IP 전략 수립까지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2) 경쟁자보다 시장을 먼저 선점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서 오는 인지부조화


모든 경영자들이 머리로는 충분한 IP 보호조치를 취한 후에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특히 스타트업 창업자일수록, 내 눈에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것 같은 너무나도 뛰어난(!) 나의 기술과 제품에 대한 열성이 너무 커서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알리고 싶은 급한 마음에 충분한 IP 자산에 대한 식별 및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려고 한다. 핵심기술 몇 개에 대해서만 일단 특허를 출원해놓고(그나마 가출원이라도 해 두면 다행이겠지만 일단 지르고 사후적으로 변호사나 변리사들에게 문제해결을 바라는 경우도 많다) 경쟁사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전에 시장에 공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시장에 공개하는 시점에 관한 경영상 판단의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IP 보호조치 역시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3) 기술과 제도(system) 상의 지식재산(IP)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태도


오히려 기술을 너무 잘 알아서 종종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스타트업을 창업한 대표들을 만나보면 다들 똑똑하고 자신의 기술분야나 경쟁사의 제품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보니 자신의 기술이나 경쟁사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본인보다 (당연히 훨씬) 낮은 변호사나 변리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답답해 하거나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경쟁사의 제품과 자사 제품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특허분석 필요성을 부정하거나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부실하게 출원서 작성을 진행하기도 한다.


앞에서 필자가 제도 상의 IP라고 표현한 이유는 "현실에서의 기술"과 특허 등 청구항에서 존재하는 기술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다시 말해, 지식재산(IP)이라 불리우는 크게 4가지, 특허(실용신안 포함), 저작권, 상표권, 영업비밀 각각의 제도 안에서 보호되는 형태와 방식이 모두 다르고 각 요건에 맞추어 출원 및 등록, 권리행사가 허용되는 것이므로, "현실에서의 기술"을 얼마나 잘 "제도 상의 IP" 속에 포함시켜 보호를 할 것인지, 경쟁사가 어떻게 "제도 상의 IP"를 등록 및 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따라서 내가 비록 "현실에서의 기술"을 훨씬 더 잘 알고 있더라도 "제도 상의 IP"는 그 분야의 전문가인 변호사나 변리사에게 믿고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4) 비밀유지(confidentiality)에 대한 불감증


예컨대, 상당수의 경영자들은 투자자들이나 외부 독립계약자들과 비공개약정(Non-Disclosure Agreement)을 체결하는 것에 대하여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그 중요성에 대하여는 여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검증되지 않은 템플릿을 사용한다든지, 상대방이 제시한 초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밀 정보"에 대하여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무엇을 포함하는지, 그리고 비밀유지기간 등에 대한 법률검토를 진행하지 않고 사인하고 지나간다든지 하는 관행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내 눈으로 읽은 내용 중에는 이상한 내용이 없었으니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라는 부분인데, 보통 대부분의 문제는 계약서에 (실제로 명시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명시되어 있지 않은 부분(omission)에 대한 해석 다툼에서 발생한다. 변호사가 일반인보다 한글(또는 영어)을 잘 읽고 이해력이 좋아서 계약서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하여 잡아내는 능력이 아무래도 계약 검토의 경험이 많은 변호사가 좋을 것이므로, 아무리 내가 글을 잘 읽고 이해력이 좋은 똑똑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를 변호사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내부적으로도 임직원들에 대한 비밀유지의무를 적절히 부과하지 않은 상태로 기밀정보를 공개한다든지 시스템적으로 이메일이나 USB 등의 암호화, 기밀문서 보존기한 설정 및 주기적 파기 등의 보안 정책의 부재 등을 들 수 있다. 비밀유지에 대한 적절한 사전적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대가는 굉장히 크게 치뤄야 할 수도 있다.


5) (특히 비용적인 이슈 때문에) 모든 IP 문제에 대하여 내부적으로 해결하려는 접근방식


종종 회사의 경영진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사내 변호사 또는 사내 변리사가 있는데 이런 일로 왜 굳이 또 비용을 들여 외부 로펌이나 특허법인을 선임하여야 하냐는 공격적인 질문을 받곤 한다. 필자 역시 사내 변호사로 근무하던 당시 소송대리를 맡길 외부 로펌 선정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다 다른 조직의 임원에게 "꼭 로펌을 써야 하나? 그런 일 하라고 사내 변호사를 뽑은거 아닌가?"라는 핀잔 섞인 불만을 들은 적이 있었다. 물론 인소싱(Insourcing)으로 해결할 수 있고 오히려 그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 있고, 이런 일까지 사내 전문가들이 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들이 같이 참여하지 않으면 그 일에 대한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 지식재산(IP) 분야도 그 중에 하나이다. 각 기술 섹터별로 확실히 구분되어 상당히 전문적인 영역이기도 하고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리소스가 투입되어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또한, 특허 분야와 그 외 IP 분야의 업무영역이 명확히 구분되기도 하다. IP 전문 변호사 또는 변리사를 사내 전문가로 한 두명 채용하였다고 하여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지 않아도 될 영역이 결코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면 사내 전문가 무용론(無用論)을 주장하는 것이냐면 그것도 결코 아니다. 사내 전문가의 역할의 핵심은 회사의 구성원(경영진부터 엔지니어까지)과 외부 전문가 사이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생각보다 매우 중요하다. 쉽게 말해, 독일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한국인과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독일인을 통역 없이 이야기하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때 전문통역관이 배석한다면 1시간 걸려 의사소통할 내용을 10분이면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시간의 절약이 곧 비용의 절약이라는 부분을 명심하면 좋겠다. 또한, 시간의 절약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통역관이 없이 서로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대화하다 오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사내 변호사를 두고 있는 회사의 경우에도 그러한데 사내 변호사도 없이 IP 이슈에 대해 적절히 내부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접근은 상당히 위험하다. 특히 창업자들이 본인이 너무 똑똑하고 잘나서 외부 변호사를 신뢰하지 못하거나 그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직접 전략도 세우고 시행도 하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가급적이면 초기부터 IP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고 그들의 가이드를 받을 것을 강력히 권한다. 필자의 경험상 모든 일은 초기에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비용이 가장 적게 든다. 변호사들의 경우도, 특허나 비자 거절 전문 변호사라든지 항소심 전문 변호사 등과 같이 이미 나온 결정을 뒤집기 위해 투입되는 변호사들은 비용이 매우 비싼데, 뒤늦게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다는 것은 비용이 훨씬 더 드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5) 효율적인 이사회 운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