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개 Dec 02. 2021

술과 글.

부끄러우면 그 짓을 멈추던지.




술을 마신다. 

알려지는 것도 싫고, 마음에 담아 두고 싶지도 않은 생각이, 꿈틀거린다. 말하지 못한 것과 말로는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글로 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내밀함을 꺼내어 보여주는 작업이다. 글은 오래 남는다. 그래서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한다. 무섭다. 쓰고 나면 후회가 더 많아서다. 신중해야 하지만 충동적이다. 


글의 수명이 길어지려면 결국 오래된 생각이 있어야 한다. 


하나의 생각을 긴 시간 두들겨야 한다. 쇠처럼 단단해질 때까지.


그것은 정신을 해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고통도 따른다. 마치 도살된 동물의 사체를 정형하듯, 털과 피와 가죽과 내장을 분리하고, 뼈와 그 사이를 오고 가는 근육들의 결과 틈을 종횡하며 해체하는 과정이다. 해체된 각각의 것들은 다시 관점과 개념을 생성한다. 변화시키고 창조한다. 글로 드러난다.


늘 그렇듯 결국 해체된 자신의 언어들을 들여다 보고 경멸과 혐오를 느낀다. 펜을 집어던지고, 다시 그 펜을 집어 드는 업보에 갇힌다. 그래도 글을 쓴다는 것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변화에 이르게 하는, 구체적이고도 격렬한, 그리고 잔인한 성찰의 작업이다. 




글이 삶이 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거짓이 되기는 얼마나 쉬운가.


그래도 진정으로 내가 해야 하는... 필요한 '일'이다.




아침마다 술 마신 것을 후회한다.

한 없이 부끄럽다. 

글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그런 글을 쓴 내가 부끄럽다. 

.

.

.








매거진의 이전글 문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