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줄 모르는 회색빛의 향연.
흰검정 빛.
무엇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넓은 스펙트럼으로 가장 어둡고 가장 밝은 그 끝을 잇는 통일된 빛.
색 소자를 자극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지극한 즐거움에 동기를 부여하는 대신 빛을 담은 그 밝은 내부의 팽창을 조용히 음미하며, 정신의 승리와 마음의 평형을 유지한다.
독자적.
오염된 색채의 세포 하나도 허락하지 않는 단호함.
동요 속에서 뭉게뭉게 피어나는 그 어리숙하고 복실 한 볼륨과는 다른 거칠게 휘돌고 부풀은, 빛의 반사나 투과가 아닌 때로는 머금고, 때로는 끌어안고, 때로는 억센 팔뚝으로 옭아 두는 육체적 강인함.
품격.
무채적 농도만을 고집하며 단순하게 열거한 색의 흠결에서 빛의 고결로 이행하는 깊고 단단한 자기 의지.
존재.
어떻게 나누어도 나는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