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진 Jul 04. 2020

행복하세요, 행복할게요

작년 여름 tvN에서 방영되었던 <강식당 시즌3>. 유독 내게는 강렬했던 에피가 있었다.



경주에 세 번째 영업을 시작한 강식당에 한 어머니와 아들이 찾아왔다. 사랑하는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온 어머니는 강호동 씨의 오래된 팬이었단다. 강식당의 인기가 워낙 대단했기에 손님으로 오는 것 또한 추첨을 통해 선정된 이들만 방문할 수 있었다. 강호동 씨를 보는 것이 어머님의 버킷 리스 트였을 만큼 모자(母子)에게는 굉장한 행운이며 선물이었을 터.


기나긴 투병 생활을 버텨오며 병상에서 어머님은 강호동 씨가 출연했던 방송 프로그램들을 보며 힘을 얻었다고 했다. 그런 강호동 씨를 만났으니 여한이 없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던 어머님과 멋진 아들.


"어머니가 강호동 씨 20년 해바라기예요. 아휴, 나 지금 눈물 나려고 해."

"아이고, 제가 뭐라고... 아휴..."

"제가... 제가 강호동 씨 얼굴만 보면 힘이 나요. 아프면 아들이 강호동 씨 나오는 프로그램 틀어주고 그랬어요."

tvN 예능, <강식당 시즌 3> 캡쳐

소녀처럼 환히 웃던 어머님의 손을 꼭 잡아드리며 강호동 씨는 감사의 미소로 화답했다. 모자 몰래 음식 값을 계산했던 강호동은 두 사람을 끝까지 배웅했다.


"와... 어머님 호동이 칭찬을 하는데 난 왜 눈물이 나는지 몰라."


정말 여한이 없다고 말하시는 어머님께서는 마지막 인사를 이렇게 건네셨다.

"행복하세요."

강호동 씨도 이에 화답했다.

"네, 어머니. 행복할게요."


모자가 떠난 후 주방으로 돌아온 강호동 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제작진은 '호동이는 아주 조금, 그렇게 울었습니다.'라는 자막으로 그들의 연예인을 위로했다.

해당 유튜브 영상은 430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가장 많은 추천과 좋아요를 받았던 댓글은 이러했다.


'행복하세요'에 참된 대답이 '행복할게요'였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오랜 시간 자신의 팬이었던 사람을 만나 한껏 힘을 주고, 힘을 받는 모습. 한 분야의 최고 자리에 올랐던 연예인이 어린아이처럼 훌쩍거리며 우는 모습. 한 프로그램의 수장으로서, 연예인으로서 몇십 년을 살아온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흘리는 투박한 눈물이 참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살아가는 연예인의 삶이 얼마나 힘이 들기에 한마디 말에 저 큰 사람이 와르르 무너졌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 나로 인해 힘을 얻고, 나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밥을 먹는 것을 소중하게 여겨주는 것만큼 잘 살아냈고 잘 늙어간다는 증거가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나는 고작 스물여덟의 해를 살아왔음에도 눈물이 났는데 더 많은 시간을 살아오며 저런 위로를 받는다면 견디지 못할 만큼 행복할 것만 같다.


진심 어린 위로와 응원에 우리가 답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말은 '네, 그럴게요.'였나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한다'의 반대말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