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갔습니다
편도행으로 한 장 끊었다가 왕복행으로 바꿨습니다
늦저녁에 출발한 비행기는 어둠 속으로 이륙했고 창문 밖으로 밑을 바라보니 여러 마리의 반딧불이들의 불빛이 하나둘씩 꺼지기 시작했습니다. 호랑이에게도 등껍질이 있다는 걸 아셨는지요. 우승꽝스러운 몸짓으로 춤을 추는 호랑이의 등껍질은 거북이보다는 물렁하지만 성질은 단단하다고 합니다. 성질이 단단하다는 것은 기다랗게 늘어나는 고무줄과 같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밤 그 등의 끝마루에 희미하게 걸쳐진 해남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아주 긴긴밤이었습니다. 차디찬 공기가 살갗을 매섭게 내려쳤지만 바람결은 다정했습니다. 안부를 묻는 것 같아서 그래 나는 안녕하구나 하고 답했습니다. 그러더니 휘릭 하고 도망가는 겁니다. 붙잡을 수 없을 만큼 빛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갔으니 지금쯤 남극에 도착했을지도 모르겠군요.
유성이 떨어지던 밤을 기억하십니까. 초여름의 입구를 눈앞에 둔 어느 날이었습니다. 얇고 긴 가디건을 어때에 두르며 축축한 밤공기를 걷고 있었습니다. 세어봐야 다섯 개도 안 되던 별들 때문인지 유독 어둡고 짙은 밤하늘이었습니다. 고개를 돌리고 몸을 기울여봐도 더 이상 다른 별은 찾지 못할 것 같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저 멀리서 희미한 별빛이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긴 젓가락과도 같아서 외계비행선이 드디어 이 지구를 휴양지로 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지요. 빛이 점차 선명해지고 다가오는 속도는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속도를 훨씬 능가했지요 이러다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는 건 아닌가 싶어 헐레벌떡 도망치는 자세를 준비하고 있을 때 그것은 다시 어둠 속으로, 아주 먼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제서야 우리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건조한 목소리로 동시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별똥별이구나
이제껏 당신을 꿈꾸는 모든 것 중 이토록 뚜렷한 꿈을 꿔본 적이 없어서 나는 일어나자마자 부리나케 제일 빠른 항공권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이 아니라면 모두 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입니다. 마음은 모든 것들 중에서 미련함을 제일 먼저 알아차려서 가장 빠르다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아직 그곳에 있지 않으니 미련 가득한 나날들로 내 하루를 꾸미고 덮습니다.
공항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새해를 맞아 이곳으로 여행 온 관광객들이 반을 넘었습니다. 그들의 가방엔 내가 알 수 없는 갖가지 물건들이 들어있겠죠. 게이트를 넘어서는 순간 펼쳐질 풍경이 섞인 채 말이죠. 나는 그들을 보며 괜시리 뿌듯해합니다. 이곳에 오면 한 번일지라도 꼭 물렁하고 달달한 당고를 먹어야 한다는 말을 전해주라고 했으니, 나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서있던 한 청년에게 당고 하나 사먹으라며 오백엔을 손에 쥐어줬습니다. 의심 가득한 시선은 덤으로 말이죠. 어쨌거나 나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더 이상 지키지 않아도 될 약속이라고 말할려나요.
희고 긴 입김은 공기 중으로 떠돌아다닙니다. 바람은 차디찼지만 나뭇잎은 팽팽했습니다. 도쿄에 왔습니다. 겨울 냄새는 나지 않았습니다. 창문을 열면 시커먼 어둠 사이로 날아와 콧등 위에 안착했던 그 냄새가 나질 않았습니다. 모두가 창가에 기댔고 그곳은 고르지 않게 높낮이가 다 달랐던 숨소리만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가깝고도 먼 여름에 다시 찾아가려 합니다. 보고싶습니다. 눈이 녹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