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토리 Aug 04. 2021

소리는 잠깐 거부할게요.

음악이 깔리면 다 드라마니까




인스타그램의 알림메세지가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났다 사라진다.

'###님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아주 드물게.



소리가 제거된 채 고요한 다른 이의 삶을 엿본다. 그러다 가끔은 실수로 SNS의 음소거 버튼을 끄는 실수를 하고 예상못한 순간에 현실의 소리와 덜컥 마주하고 만다. 소리 없이 보던 이미지는 현실 같지 않았는데 소리가 함께 들리자 무척이나 생생하게 느껴져버렸다. 나는 당황한 손가락 끝으로 얼른 음소거 버튼을 다시 누른다. 어쩐지 소리가 제거된 다른 이의 삶은 드라마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흥미롭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하지 않을 수 있게된다. 그 이미지가 다 각자의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낮에 일하면서 에어팟을 귀에 꽂고 타닥타닥 키보드 자판을 누르고 마우스를 수천번쯤 클릭한다.

나 혼자 듣고있는 음악들은 나만의 배경음악이다. BPM 110 정도의.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음악으로 곡을 고르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느리면 졸려서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둠칫둠칫 빠르면 내적 댄스와함께 흥이 나버려서 곤란하니까.


요즘 사용하는 앱들의 대부분을 무음 상태로 사용한다. 인스타, 틱톡, 트위터 등등.. 내가 선택한 소리만 듣고 싶기 때문이다. 겨우 소리 하나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예전에 몰랐던 사실인데 나는 새삼 소리에 민감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소리가 거슬리는 걸 견디지 못한다는 걸 늦게서야 알았다. 미리 알았다면 나의 짜증지수가 많이 낮아졌을텐데. 아무튼 그렇다 보니 언젠가부터는 다른사람보다 기능을 반만 사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활동사진을 좋아하고, 함께 듣는 음악을 좋아하는데 말이다.


나는 아직도 내가 듣는 음악을, 플레이리스트를 모르는 사람과 공유하는 건 조금 부끄럽다.  꽤 개인적이고도 내밀한 취향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생뚱맞은 음악을 듣기도하고.

그래서 음악을 소개해주는 사람은 위험하다. 내가 좋은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해주는 사람에게 금방 반하는 유형이라서다.


비긴어게인에서 댄과 그레타가 서로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했던 그 순간에 그들 마음의 거리도 10센치쯤은 가까워졌겠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함께 듣자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반해버릴지도 모르니까.








ⓒunsplash.com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샤이관종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