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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볼캡, 악마의 열매를 먹지 않기로 했다

by 신영웅

태리타운은 대두볼캡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그러나 몇몇의 글로벌 브랜드를 제외하고 그 어떤 볼캡 브랜드, 아니 패션 브랜드를 통틀어 사이즈의 다양성에는 손꼽힐만큼 자신 있다.


(심지어는 정말 머리가 작은 이들을 위한 스몰 사이즈까지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두볼캡’이라는 CTR 높고, 전환율 높은 마법의 키워드를 앞세우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혐오 표현이니까. 우리 고객을 혐오 표현의 한복판에 집어넣고 싶지 않다.


현장에서 판매를 하다보면 머리가 커서 맞을지 모르겠다며 머뭇거리는 분들이 많다. 꽤 많다. 잘못한 게 없는 그들은 시작주터 죄인처럼 주눅 들어 있다.


그게 라지에서 멈추지 않고 엑스 라지를 만든 이유다. 그들이 당당해졌으면 해서. 그들이 그렇게 주눅이 든 데에는 우리 일상에 찌든 혐오가 한 몫한다.


혐오가 너무 일상화된 요즘이라 대부분 인지도 잘 못하지만 대두란 단어 속에는 은근한 비하가 깔려 있다. “크면 든 게 많겠네“ 또는 ”머리는 좋겠네”라는 말 속에는 지혜와 지식에 대한 찬양이 아닌 신체적 특징에 대한 비하가 더 강하다.


아, 물론 저 마법의 단어는 매출을 보장한다. 키워드 검색량만 봐도 그냥 포기하기엔 너무 아쉽다.


실제로 대두볼캡을 검색하면 블랙 무지의 크기만 큰, 디자인은 사치고 만듦새까지 아쉬운 무지성의 볼캡이 난무한다. 머리가 크다고 어찌 미감에 대한 갈망이 없으랴. 갈증이 있기에 태리타운은 그들에게 매력적인 요소이다.


여기에 더해 2023년 통계청 기준, 20대 남성의 평균 머리 둘레는 61.7cm이다. 남성 전체 평균인 59cm보다 크다. 점점 머리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모자의 사이즈를 확장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다.


그래도, 그래도! 우리는 상세 페이지, 광고 컨텐츠, 브랜드 소개서 그 어디에도 대두란 단어를 쓰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게 내가 우리 고객을 대하는 태도이고 브랜드가 가고자 하는 길이기에. This is the way!


일상에 파고든 혐오의 표현, 하물며 그게 혐오인지도 모를 만큼 찌들어버린 편견을 극복하는 게 태리타운이 하고 싶은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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